2024년 행정고시, 서울대 1위 지켰지만…고려대와 격차 좁혀져

2024-12-13     이상연 기자

서울대 독주 속 고려대 추격…연세대 ‘핵심 직렬’ 강세 불구 주춤
고려대, 외시-기시 1위 이어 행시서도 선전…‘고연전’ 3연패 기록
SKY 비중 줄고…성균관대‧서강대 재경직 앞세워 존재감 드러내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2024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행정고시)에서 5,855명의 응시자 중 221명이 최종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평균연령은 지난해와 비슷한 27.2세로, 연령대별로는 25∼29세가 60.2%(133명)로 가장 많았고, 20∼24세 21.7%(48명), 30∼34세 13.6%(30명), 35세 이상 4.5%(10명)가 뒤를 이었다.

최연소 합격자는 2003년생, 최고령 합격자는 1982년생으로 각각 1명과 2명이 합격의 기쁨을 맛보았다. 성별 분포는 남성이 121명(54.8%), 여성이 100명(45.2%)으로 집계되었다.

주요 직렬의 수석 합격자를 살펴보면, 고려대는 선발 규모가 가장 큰 일반행정과 교육행정 직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일반행정 수석은 고려대 행정학과 3학년 재학 중인 박경리 씨가, 교육행정 수석은 고려대 지리교육과 출신 김지송 씨가 차지했다.

서울대는 국제통상 직렬 수석과 함께 이번 시험의 최연소 합격자를 배출해 눈길을 끌었다. 국제통상 수석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4학년 재학생 박재우 씨가, 최연소 합격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2학년생 백민서 씨가 각각 차지했다.

재경직과 법무행정직에서는 서강대 사학과 졸업생 노승우 씨와 한국외대 중국언어문화전공자 신연수 씨가 각각 수석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행정고시 결과는 다양한 배경과 연령대의 인재들이 고르게 선발되었음을 보여준다. 주요 직렬의 수석 합격자 분포를 통해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행정학, 정치학, 지리교육, 동양사학, 경제학, 사학, 중국언어문화 등 폭넓은 학문적 배경을 지닌 합격자들은 향후 공직 사회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도 행정고시 대학별 합격자 현황은 명문대 중심의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도 대학별 합격자 수와 직렬 분포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포착된 한 해로 평가된다.

전통적인 ‘양강’ 서울대‧고려대 체제가 흔들리지 않는 가운데, 연세대는 지난해 대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성균관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중위권 대학들의 성장세가 뚜렷했다.

또한 각 대학마다 특정 직렬에 강세를 보이거나, 여러 직렬에 걸쳐 고른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인재 양성의 전략적 포지션 차이가 나타났다.

법률저널이 2024년도 행정고시 최종합격자의 출신 대학을 분석한 결과, 우선 서울대는 올해 59명(26.7%)의 합격자를 내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전년(68명, 30.9%)보다는 9명이나 감소했지만, 여전히 가장 두터운 인재 층을 확보하고 있다.

직렬별로 보면, 일반행정(전국, 106명)에서 27명(25.5%)을 배출해 기본적인 실력을 과시했고, 재경직(58명)에서는 21명(36.2%)이라는 다수 합격자를 내며 경제‧재정 분야 전문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서울대는 전통적으로 다양한 직렬에 안정적으로 인재를 배출해왔지만, 재경직 비중이 상대적으로 다소 높았다.

최근 10여 년 동안 서울대의 행정고시 합격자 비율은 2009년 35.7%(87명)에서 시작해 점차 감소하다가 2013년에 36.8%(100명)로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2016년에는 28.1%로 30% 선 아래로 떨어졌고, 2019년과 2022년에는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는 아픔을 겪었다.

특히, 2022년 서울대는 2위인 고려대와의 합격자 격차가 역대 가장 근소한 8명으로, 치열한 경쟁 끝에 1위를 지켰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선전하며 30% 선을 회복했지만, 과거의 전성기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런 추이는 서울대가 여전히 국가 고위 공무원 배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고려대와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려대가 올해 외무고시와 기술고시에서 서울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행정고시에서도 40명(18.1%)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2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전년도(41명, 18.6%)와 큰 변동 없는 안정적인 성과로, 연세대와의 격차를 10명으로 벌리며 ‘2위 체제’를 공고히 했다.

직렬별 분석에 따르면, 고려대는 일반행정(전국)에서 21명(19.8%)을 배출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유지했고, 재경직에서도 7명(12.1%)의 합격자를 내며 경제‧재정 분야의 비중을 갖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통상직(4명, 36.4%)과 교육행정직(3명, 50%) 등 특화 직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고려대의 체계적인 지원 강화에 힘입은 바 크다는 평가다. 과거 학교 지원의 부족함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적극적인 지원 강화가 이뤄진 것이 이번 결과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번 행정고시 결과는 고려대가 고위 공무원 배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고려대는 이번 행정고시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앞으로도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역량에 맞는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연세대는 올해 30명(13.6%)의 합격자를 내며 전년(36명, 16.4%) 대비 확연히 감소했다. 이로 인해 고려대와의 합격자 수 격차도 더 커지며, ‘양강-연대’라는 전통적 삼각 구도에서 연세대가 한발 물러선 형국이다. 연세대의 직렬별 분포를 살펴보면, 일반행정(전국) 16명(15.1%), 재경직 10명(17.2%)으로 이 두 직렬에 합격자가 집중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연세대가 여전히 핵심 직렬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고려대와 달리 다양한 직렬로 인재 풀을 넓히는 데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행정고시의 고려대와 연세대 간 경쟁, 즉 ‘고연전’을 살펴보면, 2017년은 연세대가 8년 만에 2위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연세대가 고려대에 1명 차이로 앞서며, 2010년부터 7년간 이어진 ‘고려대 우위, 연세대 열세’라는 패턴을 뒤집은 결과였다.

2019년에는 연세대의 두드러진 성과가 빛을 발하며 고려대와의 격차를 두 자릿수로 확대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1년까지 연세대가 4년 연속으로 고려대를 앞서는 ‘연상고하’(延上高下) 상황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고려대가 역대 최대 격차로 연세대를 제치고 2위 자리를 되찾아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어 고려대는 2023년과 올해까지 3연패를 달성하며 우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 고연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고려대의 4연패 달성 여부와 연세대의 반격 가능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두 대학 간의 치열한 경쟁은 행정고시 준비생들의 노력과 각 대학의 전략이 빛을 발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수험가에서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쟁이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행정고시를 둘러싼 고려대와 연세대의 각축전은 단순히 두 대학 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에 봉사할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들의 선의의 경쟁이 대한민국 고위 공무원 인재 풀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행정고시에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로 대표되는 이른바 ‘SKY 대학’ 출신 합격자의 비중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SKY 대학 출신 합격자는 총 129명으로, 전체의 58.4%에 해당하는 ‘열의 여섯’ 정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45명(65.9%)에 비해 7.5%포인트 감소한 수치이다.

최근 몇 년 동안 SKY 대학 출신 합격자 비율의 변화를 살펴보면, 2012년 66.7%, 2013년 67.6%, 2014년 60.9%, 2015년 64.6% 등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대체로 60%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6년 58.6%로 60% 선이 무너졌고, 이후 2017년부터 다시 60%대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에는 또다시 60% 선 아래로 떨어졌으나, 2022년에는 2015년 수준으로 증가하며 쏠림 현상이 심화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되었다가, 올해 다시 완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4위 성균관대는 24명(10.9%)으로 전년(21명, 9.5%)보다 더욱 성장하며 명문대 지형 속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높였다. 특히 그동안 약세였던 재경직 합격자 6명을 확보하면서 약 4분의 1에 달하는 비중을 이 분야에 할애, 재경 전문성을 갖춘 대학으로서의 이미지를 더 높였다. 일반행정(전국)에서도 13명(12.3%)이나 합격시켜 균형 잡힌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이는 성균관대가 중위권 판도에서 앞으로 ‘명문대 추격자’로서 지속 성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서강대는 올해 13명(5.9%)을 배출, 전년(5명, 2.3%)의 두 배를 훌쩍 넘으며 일약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순위도 8위에서 5위로 껑충 올랐다. 특히 재경직에서의 약진은 서강대가 경제‧재정 분야로 특화된 교육 기반 및 커리큘럼을 통해 인재를 양성해온 전략의 결실로 보인다. ‘행정고시의 꽃’으로 불리는 재경직 수석과 함께 6명(10.3%)의 합격자를 배출해 관심을 끌었다. 이는 기존에 서울대와 연세대 등이 두각을 드러내던 재경직 분야 경쟁 구도에 서강대까지 가세했음을 의미하며, 추후 재경직 ‘다극화’ 현상을 예고했다.

한양대(8명, 3.6%)‧이화여대(8명, 3.6%)는 안정적 기반을 다진 반면, 경희대‧중앙대(각 5명, 2.3%), 한국외대(4명, 1.8%), 건국대(3명, 1.4%) 등은 소수지만 꾸준히 합격자를 늘려나가며 중위권 판도를 다채롭게 하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4명(1.8%)으로 소폭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주요 배출 창구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한양대는 전년(11명, 5.0%)보다 부진하면서 서강대에 5위 자리를 내줬다. 한양대가 최근 몇 년간 성균관대와 4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후 성균관대의 성장에 밀려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올해 서강대에도 밀리며 위상이 한층 약화됐다.

한양대는 과거에는 성균관대와 박빙의 경쟁을 벌이며 고위 공무원 배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성균관대가 보여준 뚜렷한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다소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양대는 앞으로 국가고시 준비생들을 위한 지원 강화와 교육 프로그램의 혁신에 더욱 주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를 통해 국가 고위직 인재 배출에서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화여대는 올해 선전하며 지난해(6명, 2.7%)보다 2명이 늘며 한양대와 공동 6위를 기록했다. 이화여대는 외무고시와 기술고시에서 합격자를 내지 못했지만, 과거 각종 국가고시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왔다. 2019년에는 4명(1.5%)의 합격자를 배출했으나, 2021년에는 8명(3.4%)으로 증가하며 11위에서 7위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2022년 6명으로 다소 감소하며 서울시립대와 공동 8위로 한 단계 내려갔다. 하지만 지난해 이화여대는 행정고시 6명, 기술고시 2명, 외교관 후보자 2명을 배출하는 등 여성 엘리트 공직자를 지속해서 배출하며 명문 사학으로서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경희대와 중앙대가 올해 행정고시에서 각각 5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희대는 지난해 3명(1.4%)으로 9위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중앙대와 함께 공동 8위로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중앙대 역시 지난해 2명(0.9%)에 그쳤던 합격자 수를 3명 늘리며 성과를 거두었다. 이로써 중앙대는 지난해 10위권 밖이었던 순위를 공동 8위로 끌어올리며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외대가 올해 행정고시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해 1명(0.5%)에 그쳤던 합격자 수를 4명(1.8%)으로 늘리며, 서울시립대와 함께 공동 10위에 올라 10위권에 진입했다. 특히 한국외대는 올해 법무행정 직렬에서 수석 합격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반면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6명(2.7%)의 합격자를 내며 이화여대와 공동 6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올해는 4명으로 주춤하며 한국외대와 나란히 공동 10위에 자리했다.

건국대 또한 행정고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1명(0.5%)에 그쳤던 합격자 수를 3명(1.4%)으로 늘리며 인상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번 행정고시 결과는 SKY 대학 외에도 다양한 대학에서 우수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학벌 중심의 인식을 극복하고, 실력과 잠재력을 갖춘 인재들이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국대는 지난해 3명(1.4%)에서 2명(0.9%)으로 줄면서 10위권에서 밖으로 밀려났다. 비수도권으로 눈을 돌리면 부산대가 2명을 배출하며 지방대학 중 가장 돋보인다. 부산대는 매년 복수 합격자를 내놓으며 지역 거점대학의 자존심을 세우는 동시에, 수도권 대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인재 양성의 성과를 꾸준히 축적하고 있다.

1명의 행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한 대학들도 눈에 띄었다. 가천대, 경북대, 경인교육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남대, 창원대, 청주교대, 충북대,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전통문화대, 한동대, 홍익대 등이 그 주인공이다.

경북대의 경우 지난해 2명의 합격자를 배출했으나, 올해는 1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한국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전남대, 한동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꾸준히 1명씩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인재 양성의 저력을 과시했다.

올해 행정고시 대학별 결과를 종합적으로 볼 때, 서울대가 여전히 국내 최고 공직 인재 양성 기반임을 재확인한 가운데, 고려대는 다양한 직렬에서 균형 잡힌 성과를 내며 연세대와의 격차를 더욱 넓히는 국면을 맞았다. 연세대는 특정 핵심 직렬에 강점을 보이지만, 직렬 다양성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났고, 성균관대와 서강대는 재경직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로 진출 영역을 확대하며 향후 경쟁 구도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각 대학이 공직 인재 양성을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칠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정 직렬 강화를 통한 전문화 전략, 다양한 직렬 진출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험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지원 프로그램 등이 더욱 치밀하게 준비될 전망이다.

수험생들 역시 자신의 역량과 목표에 맞춘 ‘전략적 직렬 선택’이 중요해질 것이며, 내년 행정고시 결과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또 어떤 새로운 판도를 그려낼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