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합격과 불합격의 경험

2024-11-14     김용욱
<strong>김용욱

달은 공기가 없는 공간이다 보니,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곳은 수백 도로 온도가 올라가지만, 그 이면의 응달은 영하 100도 이하로 온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시험의 합격과 불합격을 겪게 될 때의 느낌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필자도 시험에 떨어진 경험이 많다. 대학입시도 실패해 보았고, 사법시험도 실패해 보았다. 변호사시험은 실패 없이 통과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지 잘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변호사시험 합격을 할 때는 업무 때문에 KTX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아내와 부모님에게 제일 먼저 기쁜 소식을 알리고 교수님들에게도 전했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신났던 때였다. 온몸에 아드레날린, 테스토스테론 등이 뿜뿜 넘쳐흐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랜 수험기간 동안 눌렸던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었던 탓인지, 합격하고 6~7년이 지난 후에도 변호사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초조해하는 꿈을 꾸다 깨곤 했다.

또 하나의 기억나는 합격의 모멘텀은 물론 대학입시에서 합격했을 때였다. 이때는 부모님과 같이 있을 때였는데,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울음이 왈칵 터졌던 기억이 난다. 실패하고 난 뒤의 합격이다 보니 그랬던 것이고, 대입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라 감정에 북받쳐서 그랬을 것이다. 아버님의 회사 사택에 있다가 합격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서울로 바로 올라왔는데, 새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행복해했던 기억이 난다. 합격하고 난 뒤에도 이상하게 가끔 이유 없이 아프기도 했는데, 오랜 긴장이 풀리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었을까?

불합격의 경험으로 기억나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하나는 대입에서 실패했을 때이고, 또 하나는 사법시험에서 불합격했을 때였다. 대입에서 실패하고 도서관에서 나 홀로 지겨운 교과서를 쳐다보며 언제 시간이 또 흘러갈까 하는 걱정을 했다. 어렸던 시절이라 당장 지겨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걱정이 앞섰다. 사법시험에 불합격하고 나니, 살길이 막막해서 어떻게 공부하나 하는 생각에 힘이 많이 들었다.

두 번의 실패에서 모두 느꼈던 가장 힘들었던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나 혼자 실패했다는 생각에 무척 괴로웠고, 그런 심적 부담감을 안고도 내년 시험을 위해 공부를 이어가야만 하는 상황이 참 힘들었다. 아마 불합격한 사람들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그러나,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흘렀고, 다시 시험의 순간은 금세 다가왔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은 견디고 통과할 때가 어렵지, 지나고 나서 보면 아무렇지도 않다. 마무리를 합격으로 잘 통과하게 되면 그 힘들었던 순간이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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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번 듣고 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말 중의 하나가 있는데, “현재가 과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나의 처지가 과거의 상황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합격을 하면 고통스러웠던 수험 생활도 즐거웠던 추억이 되게 된다. 합격을 통해 나의 과거는 정화되고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나고 보니 불합격의 순간도 견딜만한 것이었고, 합격의 순간에도 방심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 다시 합격과 불합격을 밝히는 순간이 왔다. 국가직 5급 공채 공무원시험에 이어 국가직 7급 공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각종 자격시험 등의 합격자 발표가 다가온다. 누군가는 합격할 것이고, 누군가는 불합격하는 것이 시험이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만큼은 합격의 기쁨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합격은 혼자서 독차지할 수도 없을 것이다. 부모와 친족 그리고 주변의 친구들까지도 기뻐해 줄 청량제 같은 것이다.

설령 고통스러운 길을 다시 걸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은 찰나와 같이 지나갈 것이다. 힘들다 싶었는데, 어느새 시험이 한 달 앞일 것이고, 눈 몇 번 감고 뜬 느낌인데, 필기시험은 끝나고 면접 준비를 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나면 어느새 합격자 발표를 다시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오랜 수험기간이 몇 달 정도로 짧게 느껴지는 순간도 올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우리는 살아가게 된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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