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직 이탈

2024-10-25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대학가 음식점에서 학생 2명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엿들었다. TV에서는 MZ 세대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을 때였다. 공무원시험의 경쟁률 하락은 물론 신규 임용 공무원의 퇴직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민간 대비 저조한 임금 때문이라는 보도였다.

한 학생이 “고생해서 저렇게 들어가 놓고서는 뭐 하는 짓이냐”고 하자 다른 학생은 “기대와 현실이 안 맞아서 그렇겠지 뭐…”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두 학생의 대화가 어리석은 의문에 어리석은 대꾸일지라도 현재 공직 이탈, 특히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는 세태가 사회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동년배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화두가 되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이달희 국회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체 퇴직자 중 임용 후 5년 이내인 신규 임용 공무원의 퇴직 비율은 2019년 17.1%에서 2020년 19%, 2021년 23.3%, 2022년 23.7%, 2023년 23.7%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재직 중인 공무원 중에서도 이직을 고민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특히 20대~30대의 MZ 세대 공무원 상당수가 이직 의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사혁신처의 2023년 공무원총조사에서는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지 물음에 40대 이상 34%, 50대 이상 21.9%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에 비해 20대 이하는 43.1%, 30대는 43%로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공무원시험의 인기 하락과 이탈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민간보다 ‘낮은 급여’가 꼽혔다. 이직 사유에 관한 질문에 ‘낮은 급여’가 51.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적성에 안 맞는 업무’, ‘과도한 업무량’, ‘경직된 조직문화’, ‘연금혜택 축소’ 등은 9.8% 미만의 낮은 비율을 나타냈다.

그런데, 위 두 학생의 대화처럼, 이 또한 뻔한 조사에 뻔한 답변을 받은 결과가 아닐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임금 인상 욕구는 어느 직종에서나, 어느 직업군에서나 봉급자들에게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 외의 적성, 업무량, 조직문화 등에 대한 불만 또한 여느 봉급자에게도 상시로 이직 요소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젊은층의 이직률이 높은 것이 비단 공직뿐만 아님에도 유독 공직에 사회적 관심이 더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무원은 공공성을 띠는 데다 신분적 안정성과 응시자격에 특별한 자격요건이 없으며 특히 가장 공정하게 실력을 펼칠 수 있는 채용시스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개방적이면서 대중적이어서 경쟁률 또한 치열하면서 너도나도 ‘공무원 바라기’에 열중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를 즐기는 자유분방한 세태 앞에서는 ‘공직’이라는 철옹성도 버틸 재간이 없는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고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8월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보수를 직급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3% 인상하자 공무원노동단체는 ‘임금 현실화’를 외치며 더 많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서 사회 일각에서는 왜 공무원은 매년 꼬박 2~3% 오르느냐며 볼멘소리다. 사회관계망에서도 ‘공무원은 그 격에 맞게,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 ‘공무원들보다 실력 좋고 끼가 많은 이들이 소규모 기업체에서 더 열악한 환경에서 버틴다’ 등등 곱지 않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적정 임금을 받으면서 봉사, 헌신 운운하지 마라’ 등과 같은 지적도 없지 않다. 여기에는 각종 수당 등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임금 실수령액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는 듯하다. 심지어 임금 문제보다 여전히 경직된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젊은 공무원들을 이탈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던지며 자발적 공직문화 개선부터 주문하는 예도 있다.

‘어렵게 입직하고선 왜 퇴직을 할까’라는 의문은 비단 공직만이 아니라 모든 직업군에서 ‘임금’ 이외 어떠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일까, 라는 질문에도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정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