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쓴 우수작 46편 선정, 영예의 대상은?
부산시 덕산정수사업소 이남훈 씨 시 ‘사라지다’ 대통령상 영예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공직생활의 경험이나 삶의 모습을 한편의 작품으로 풀어낸 ‘공직문학상’ 우수작 46편이 선정됐다.
인사혁신처(처장 연원정)와 공무원연금공단(이사장 김동극)은 ‘2024년 공직문학상’ 수상작 46편을 발표하고,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올해는 시, 시조, 수필, 단편소설 등 8개 부문에서 1,152편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문학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 46편을 선정했다.
대통령상 영예의 대상작에는 부산광역시 덕산정수사업소 이남훈 씨의 시, ‘사라지다’가 선정됐다.
시 ‘사라지다’는 오랜 세월 아버지의 병수발을 묵묵히 해내느라 고생하신 어머니의 애처로운 모습을 낡아버린 프린터에 빗대어 쓴 작품이다.
'사라지다'는 오랫동안 쓰지 않은 프린터를 통해 가족 내 소통의 부재와 소멸해가는 존재의 슬픔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보인다. 작가는 일상적인 사물을 매개로 깊은 감정의 흐름을 이끌어내며, 독자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금상(국무총리상)에는 괴산군청 유춘영 씨의 ‘마지막 콘서트’(시조), 안성시청 김소영 씨의 ‘틱틱틱’(수필), 달천고등학교 도희선 씨의 ‘등 뒤의 사랑’(소설), 방위사업청 양강모 씨의 ‘우리 꽃’(동시) 등 5개 작품이 표현기법 등에서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은상(인사혁신처장상)에는 동백중학교 지일용 씨의 ‘함초’(시), 충청북도 김재건 씨의 ‘숲길을 걷다’(시조), 대구해올고등학교 송병현 씨의 ‘박 군 어머니의 방문’(수필)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또 주엽초등학교 윤남희 씨의 ‘네버엔딩스토리’(소설), 전남목포교육지원청 임종현 씨의 ‘골목길과 아이들’(동시), 웅천초등학교 장인진 씨의 ‘나비야 나비야’(동화), 곡선초등학교 허숙희 씨의 ‘나는 행복합니다’(공직윤리), 상주교도소 노동국 씨의 ‘다름과 변화’(공직공감) 등 20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동상(공무원연금공단이사장상)에도 ‘해녀’(시)의 우상민 씨, ‘안도’(시조)의 조숙진 씨, ‘회암사로 가는 길’ 김덕준(소설) 씨 등 20명의 수상자가 이름을 올렸다.
김호운 심사위원장(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출품작들 대부분이 공직생활의 체험을 일화(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로 잘 엮은 내용이라서 즐겁고 흥미롭게 심사할 수 있었다”며 “특히 대상 수상작은 오랜만에 발견한 보석같은 작품이라 작가의 향후 발전과 활동에 기대가 크다”고 총평했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1월 개최될 예정이며, 입상한 작품은 전자책(e-book)으로 제작해 인사처 및 공무원연금공단 누리집에 게시될 계획이다.
[2024 공직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라지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프린터
미처 내보내지 못한 말이
어디쯤 걸려 뭉쳐있겠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렀으니
하고 싶은 말이 쌓였을 텐데
내놓는 종이마다
잉크 눌린 자국만 남고
속을 꺼내지 못한 채 낡아버린 모습이
십오 년 병시중에
말 없어진 어머니 같다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버지를 받아 쓰다
고장 나버린 어머니
천천히 아버지 손을 주무른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꾹꾹
팔다리를 쓰다듬는다
뱉지 못한 말이 목젖을 건드릴 때마다
등 돌리고 마른침을 삼키시는 어머니
덜거덕덜거덕 구겨진 종이만 뱉으신다
빈 종이만큼 가벼워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