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11)-미국 대선 TV토론과 테일러 스위프트의 지지 선언
2024년 9월 10일 미국 대통령 후보 TV토론이 있었다. 패권국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는 어떤 계산기를 사용해야 할지를 결정할 문제이니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많다. 방송토론 이후 두 가지 결과가 눈에 띈다.
첫째, TV토론의 승패다. 승패는 확연히 기운 듯하다. 해리스 완승!
토론 전 여론 조사는 <범죄도시 2>의 마동석 대사와 같다. “누가 5야?” 그런데 토론 이후는 해리스가 잘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63%다.
두 후보의 정책 간 차별성에서 해리스가 승리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주장이 판세를 가른 듯하다. 트럼프는 “스프링필드에서 불법 이민자가 애완견과 고양이를 먹어치운다.”라고 연신 주장했다. 그러자 사회자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반박하기까지 했다.
‘가짜 뉴스’를 확대해서 해석하는 전직 대통령에게 흥미를 잃은 유권자가 13%나 된 것이다. 특정 사안을 부정적인 프레임을 짜서 해석하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꽤 전통 있는 선거승리 전략이다. 하지만 가짜 뉴스는 없는 사실을 만든다는 점에서 사실의 한 면만을 부각하는 부정적 프레임과는 다르다.
현재의 미국 정치는 사르토리가 분석했던 미국 정치와 점점 더 달라지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Giovanni Sartori)는 미국 대통령제가 다른 대통령제 국가와 달리 성공적으로 작동한 이유를 3가지로 설명했다. ‘이념’이 약하고, ‘정당의 기율(discipline)’이 약하며 지방 분권화된 정치로 인해 ‘이익분배정치(pork-barrel)’가 작동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정치는 이념의 강화 속에서 ‘정당 양극화(party polarization)’가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가 아이티 이민자들이 애완견과 애완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해도 철석같이 믿는 지지자들이 있는 것이다. ‘보수’세력이란 이름으로.
만약 미국 대통령제를 빌려온 탓에 미국 정치가 한국정치의 미래라면, 우리의 미래 그림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게 아니라 한국 정치가 미국 정치의 미래라면 그림은 더 참담해진다.
둘째, 토론을 마쳤을 때 팝의 아이콘인 테일러 스위프트가 해리슨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2억 8천만 명이 팔로잉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위프트는 토론 직후 “나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트럼프 후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로 스위프트와 스위프트 팬(swifities)들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던 전적이 있었다. 스위프트의 해리스에 대한 지지 선언문에 20시간 만에 ‘좋아요’가 약 960만 개가 달렸다.
유명 연예인의 지지가 선거 승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이번 선거도 관심이 높다. 스위프트는 이미 2018년 브레드슨 민주당 상원 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이틀 만에 미국 전국에서 212,871명의 새로운 유권자가 등록하게 했다. 2016년 선거에서 하루 평균 등록인 13,000명과 10배 차이를 내며 영향력을 과시한 것이다.
유명 연예인의 지지는 꽤 오래된 족보를 가지고 있다. 1920년 대선에서 워런 하딩 대통령이 연예인 지지 덕을 보았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될 때 오프라 윈프리의 지지는 1백만 표 이상을 몰아주었다는 메릴랜드 대학의 분석도 있다. 물론 그 반대 효과가 있다, 미국 래퍼 카니예 웨스트는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였는데, 그의 돌출 발언과 행동으로 공화당은 애를 먹었다.
미국 선거에서 연예인이 선거에 미치는 효과는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고 분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가 되었다. 앞서 본 것처럼 영향력 있는 연예인의 지지 선언과 표 결집 효과도 있지만, 선거 자금 모금에도 기여한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미국 선거 때 ‘현금 인출기’로도 불리기도 한다. 직접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조지 클루니처럼 바이든 대통령 대선 모금행사(2024년 7월 LA)에서 2,800만 달러를 모으는 것에 일조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연예인 누가 민주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지로 편이 갈리기도 한다.
정치학의 주제 중 ‘사회화’가 있다. 유권자가 어떤 매체를 이용해 정치의식을 형성하고 변화하는지를 다루는 주제다. 사회화는 정치적 성향이 고착되어 버린 중장년층에보다는 정치적 성향을 만들어가는 10대와 20대 세대들에게 중요하다. 실제 연예인의 영향으로 투표 여부(voting or not)를 결정하고 투표의 방향성(voting to whom)을 결정하는 세대가 대체로 이들 세대기도 하다. 미국 정치가 한국정치의 미래라면 한국정치에서도 한 번쯤 고려해 볼 수 있는 주제다. 반대로 한국정치가 미국 정치의 미래라면 그 역시 고려해 봄 직한 주제기도 하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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