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법 “검찰청 폐지?” 세미나 열고 전문가 숙의
4일 제19차 세미나 열고 검찰제도 존부 의견 나눠 "사회적 혼란 야기해 국민 불안과 불이익만 키워”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현, 이하 착한법)이 4일 검찰청 폐지 법안과 관련한, 제19차 세미나를 열고 대한민국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인 검찰제도 존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는, 최근 야당들이 검찰청 폐지 법안을 발의하거나 준비하는 상황에서, 타당성을 살피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정윤옥 법무법인 북부합동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가 “누구를 위한 검찰청 폐지인가?”라는 발제를 통해 검찰청 폐지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현행법상 수사권과 공소권, 해외 주요 국가의 수사와 공소 시스템을 분석한 뒤 “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한 것으로 수사와 기소는 상호유기적인 관계로써,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 상 보장되는 영장의 청구권자는 검사이며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적정한 기소 여부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여 정확한 심증을 형성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그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해 온 검찰의 수사 역량을 사장하는 국가적 손실”이라며 “수사 역량의 공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은 국민의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해외 주요국들도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경향인 점 등을 근거로 검찰청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기소권과 수사권은 원칙적으로 분리돼야 함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틀렸다”며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 검사는 좀처럼 수사의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수사에 부재(不在)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사실상의 수사 조율을 통해, 유럽 국가에서는 법적인 수사지휘권을 통해 수사에 ‘스며든다’”면서 “현실적으로 기소와 수사는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단계적인 수사 여건 마련 등을 주장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세계적인 기준이 아닐뿐더러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선진화된 형사사법시스템’이라 단정할 수 없는데도 검찰청을 폐지해 ‘수사와 기소 분리’를 관철하려는데 의구심을 던졌다.
이 교수는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에서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히 헌법이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검사에게서 수사권을 빼앗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므로 이러한 입법 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했다.
나아가 2020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등의 개정으로 소위 ‘검경수사권조정’이 이루어진 이후 검찰은 ‘LH 부동산투기사건’이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사건’, ‘고발사주 의혹사건’과 최근의 ‘이태원 참사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해당하는 여부를 수사 초기에 판단하기가 어려워 사건 발생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다는 부작용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한 “경찰은 권한이 커졌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할뿐더러 업무 폭증으로 고소·고발장의 접수를 거부하는 사태가 빈발했다”며 “새로운 방식의 수사기관을 만들더라도 수사 지연은 불가피해 불안정한 피의자들의 불만과 불신은 가중되고, 실체 진실 발견은 요원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이 교수는 2022년 5월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 외에 직접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검찰청법이 개정된 점에도 주목했다.
즉,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다른 검사가 공소제기를 해야 하므로 검찰청 내에서는 수사와 공소의 분리가 이론상 이루어졌는데, 실제 적절한 이행이 되고 있는지, 그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등에 대한 검토와 평가부터 우선 따져볼 것을 주문했다.
안병희 법무법인 한중 대표변호사는 “현 단계에서의 검찰청 폐지는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라며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적 불안과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수사능력을 떨어뜨리고 범죄대응력을 약화할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변호사는 “검찰 수사를 폐지한다고 해서, 수사권 남용 문제가 없어지지 않는다”며 “어느 기관이 가져가든 수사권 남용 문제는 계속될 것이므로. 수사권을 어떻게 통제해서 남용을 방지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한 사건 ▲혐의 성부가 애매한 사건 ▲매우 예민해서 고도로 훈련된 법률 전문가가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법률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규명하기 어려운 사건 ‘고난이도 사건’의 경우, 수사 없이 기록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실체 진실 파악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법원의 속칭 ‘조서재판’이 수사단계로까지 확장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금융, 공정거래, 주가조작, M&A, 계열사 지원, 분식회계 사건 등 고난이도 사건의 범죄 척결이 어려워지며 지역 토착 세력과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혀있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게 됨에 따라 지역의 토착 비리 척결도 곤란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참고로, 2019년 10월 28일 설립한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은 현재 232명의 변호사와 21명의 시민 총 253명의 회원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법제도를 만들고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