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8)-일하고 싶은 로펌은 어떻게 선택할까

2024-08-29     박준연
박준연

업계 경력이 쌓이면서 이 회사(의 이 오피스)는 일하기에 어떨지, 채용 프로세스에 지원해도 괜찮을지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변호사뿐만이 아니고, 며칠 전에는 예전 회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패러리걸 동료와 이런 대화를 나누기도 해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실체가 없는 듯 있는 ‘로펌 문화’

로스쿨 1학년을 마치고 처음 로펌 서머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로펌 문화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로스쿨에서도 볼트(Vault)나 체임버스(Chambers)와 같은 업계 정보 조사회사의 로펌 랭킹 및 정보를 구독하여 학생들의 면접 시에 이를 전자 판으로 다운로드하여 참고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내용을 보면 규모, 오피스별 정보, 주된 업무 분야, 기본급 스케일, 복지 혜택 등 객관적인 정보와 함께 회사 소속의 주니어 변호사들이 코멘트 형태로 회사 분위기를 평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파트너와의 관계가 비교적 격의 없다는 등 긍정적인 코멘트도 있으나,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다거나 동기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등 비판적인 내용도 있다. 이 회사들은 서면 및 대면 설문을 통해 이런 로펌 정보를 작성하는데 나도 서면 질문지에 답을 한 경험이 있다. 그때 근무하던 로펌에서도 답하는 것은 장려했으나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만 쓰라는 압력은 없었다.

이런 로펌 정보는 방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장점이 있는 한편, 몇 가지 유념할 사항이 있다. 오피스가 여러 곳에 있는 로펌의 경우 이런 정보는 가장 큰 오피스를 기준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외 오피스에는 적용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업무량과 회사 분위기에 대한 코멘트는 그때그때의 경기와 그에 크게 영향받는 업무 강도에 좌우되는 부분이 있다. 즉, 경기가 좋으면 로펌 업무량도 많아지고 그에 따라 업무도 바빠지며 업무 스트레스도 커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펌의 문화라는 것은 다른 회사 조직과 마찬가지로 회사별로 다른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는 참고할 만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로스쿨 졸업 후 처음 근무한 로펌은 뉴욕에 가장 큰 오피스를 둔, 이른바 화이트슈(white shoe) 로펌이었고, 그 이후 도쿄로 와서는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로펌이었는데 전자에 비해선 후자가 격의 없고 캐주얼한 부분이 많았고 여기서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좋은 문화로 알려진 로펌이 꼭 나에게 최적의 근무환경은 아닐 수도

한편, 미국을 떠나 도쿄와 싱가포르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오피스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회사 전반의 분위기로 내가 일할 팀의 분위기를 반드시 미루어 짐작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오피스별 업무환경에 대해서는 알음알음으로 물어볼 수도 있겠으나 그런 지인이 없더라도 공개된 정보 리서치를 바탕으로 알아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자면, 팀의 주된 구성원은 누구인가, 이들은 한 오피스에서 일하는가 아니면 여러 오피스에서 나누어 일하는가, (공개된 범위에서) 대표적인 안건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또한, 다른 조직과 같이 로펌 역시 구성원의 이동이 잦고 현재 시점의 팀 조직이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어떤 업무환경이 나에게 최적인지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를 모두 조사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리 알아보고 검토할 수 있는 내용은 가능한 한 꼼꼼하게 확인함으로써, 기대와 다른 업무환경으로 인한 원치 않는 리스크를 최대한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Herbert Smith Freehills’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