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06)-이스라엘이 강경정책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찌는 삼복더위를 한층 더 덥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2024년 7월 31일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것이다. 그것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의 신임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러 간 자리에서 말이다.
내부 폭발인지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인지 아직 정확지 않다. 어떤 방식이든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이란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는 보복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7월 30일 헤즈볼라 사령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암살했다. 8월 5일 또 다른 사령관인 알딘 자와드를 제거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은 휴전보다 확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변수가 너무 많다. 체면을 구긴 이란은 시아파의 수장으로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국내정치적 압력도 강력하다. 하지만 제약조건도 만만치 않다. 국제제재, 주변 이슬람 국가들의 견제, 미국을 상대할 가능성, 어려운 국내 경제 등등.
이런 조건을 종합해 볼 때 이란은 전쟁까지 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체면치레를 위해 무력공격을 가해도 확전을 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 8월 7일 이란 신임 대통령은 자국의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자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전쟁으로 가장 고통을 받을 이스라엘은 도대체 왜 강경정책을 고수할까? 이스라엘 국내정치를 중심으로 한 분석은 네타냐후 총리의 연립정부를 든다. 네타냐후가 지지율이 약하기 때문에 정치적 생명을 극우 정파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극우 정파는 꼭 강경책을 쓰려고만 할까?
‘극우 = 강경책’은 너무 단순한 논리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더 밀어붙이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그 이익이 무엇인지 추론해보자.
첫째, 이스라엘은 ‘평판(reputation)’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이스라엘의 이미지는 국가 건설기의 ‘희생자’는 아니다. 지나칠 정도의 강경책은 이스라엘을 ‘가해자’로 낙인찍어 왔다. 하마스의 도발로 시작된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희생자나 가해자냐가 아니라 “다시는 건드리면 안 되는 국가”라는 평판을 만들기 원할 수 있다. 좁은 영토와 포위된 땅덩어리라는 지정학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현 위기를 기회로 잡을 수 있다.
둘째, 이슬람 국가 중 적대적인 이란을 볼모로 잡을 수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전쟁 중이다. 그러니 이란과 확전하는 부담이 어마어마하게 크지 않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차려진 상에 수저 하나 더 놓으면 된다.” 그러나 이란은 다르다. 이란은 핵농축 문제가 걸려있는 상황이고, 주변 수니파들의 견제도 받고 있다. 즉 이란에 전쟁은 재앙이다. 게다가 육군을 끌고 침공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단도 제한적이다.
셋째, 이스라엘은 패권국 미국을 쥐고 흔들 수도 있다. 현대 국제정치학을 개척한 한스 모겐소가 “약소국이 강대국의 정책 결정을 하지 못하게 하라”고 지적한 대로 강대국이 약소국에 끌려다니는 것은 강대국 미국엔 최악이다. 한 번 끌려가면 이후에도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을 상대해야 하기에 중동의 안정을 원한다. 이런 미국을 볼모로 잡고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을 구사하는 것은 미국 내 친 이스라엘 세력을 결집하게 한다.
넷째, 전략적으로 먼저 공세를 취하면 향후 사태를 이끌고 가는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먼저 수를 두면 상대방은 대처할 방안 마련이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은 이란과 헤즈볼라 그리고 하마스를 상대로 선수를 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도덕적 관점에서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의 강경책에 우려와 비난을 보낸다. 그러나 권력적 관점은 도덕보다는 생존과 안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 주변 국가인 중국, 러시아, 북한 같은 공격적인 국가를 이해하는 차원에서도 이스라엘의 전략적 입장을 한 번 고려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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