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98)-‘어리석은 시간을 뒤로하며’

2024-07-19     안혜성 기자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어리석은 시간을 뒤로하며>

Glory(필명)


10여 년 동안 한 시험을 준비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한때는 눈을 감았다 뜨면 모든 것이 끝이기를 바라기도 했고 삶을 끝낼 용기 없는 스스로를 한없이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내 삶에 가치가 있는지 의심하며 자책하는 시간에 오래 빠져있기도 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시험의 합격이 인생의 전부라고만 여겼기 때문에 해내지 못하는 저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로스쿨에 합격했을 때는 누구나 그렇듯 막연히 장밋빛 미래만 그리며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역량 부족으로 학부 때와 비교되지 않는 공부량을 감당하지 못했고 뒤처짐을 느끼면서도 만회하려는 노력보다는 회피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학교에서 제공한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대신 집에서 혼자 해보겠다며 일찍 귀가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고 공부량은 당연히 열람실에서만큼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열람실에서의 숨 막힘과 견디지 못할 것 같은 답답함을 피하고 싶어 잘못된 선택을 반복했습니다. 장수생이 되면서는 이런 패턴이 고착화되었고 마지막까지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어리석고 한심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끝까지 응원해 준 가족들과 지인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마지막 시험 이후로도 시간이 많이 지났고, 어떻게 보면 제 삶은 로스쿨 입학 전과 다른 것이 없어 그 시점에서 멈춰버린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며 바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니 조금은 나아진 마음가짐이 되었습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이번을 계기로 체력 단련을 꾸준히 하고, 다시 올 기회를 기다리며 차근차근 작은 성취부터 이루어가려고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꿈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서시길 바라며, 새로운 시작에 도움을 주신 사랑샘 재단과 오윤덕 이사장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