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대담] “위헌법률 만든 국회의원, 철저하게 사후책임 물어야”

2024-07-16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한국사회는 입법의 홍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법제처 법령통계에 따르면 2024년 5월 1일 기준으로 법률은 1,627건, 대통령령은 1,891건 등 전체 5,322건에 달한다. 2012년 5월 31일 기준 법률은 1,240건이었는데, 12년 동안 387건의 법률이 늘어 연평균 32건씩 증가했고, 2024년 한 해에 제정된 법률만 36건에 이른다.
법률 수 증가는 경제적·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른 입법수요를 적극 반영한 결과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법생활이 그만큼 복잡해지고 행정 각 부처의 소관 사무(권한)가 증대되었다는 의미도 있다.
입법 목적은 대체로 국가 발전·국민경제의 발전·국가경쟁력 확보·국민의 삶의 질 향상·국민복지 증진·공공복리의 증진 등을 표방한다. 하지만 유엔(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세계 행복 지수의 국가별 순위로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행복 지수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은 2012년 22위에서 2020년과 2021년 23위, 2022년 27위, 2023년 28위로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기업효율성과 인프라 상승에 힘입어 2024년에 20위로 상승했지만, 정부효율성 분야는 오히려 1단계 하락했다. 이러한 통계는 왕성한 입법 활동이 국민 행복지수나 공공부문 경쟁력 향상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케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헌법재판소에 의한 입법 교정 기능이 활발해지고 있다. 위헌법률결정·헌법불합치결정이 줄기차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나라의 법규범이 생성되는 데 있어, 이렇게 많은 하자가 지적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국회의 입법과정 중에 도대체 어떤 행태들이 횡횡하고 있는지 온 국민이 예의 주시해야 할 때다.
이경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와 박수철 전 국회사무처 수석전문위원과의 학술 대담을 통해 최근 2~3년 내 제정된 법률을 중심으로 입법의 하자, 입법의 오류 사례들을 집중 파헤쳐 본다. 이 교수와 박 전 전문위원과의 대담은 지난 8일 화상회의 서비스(Zoom)를 통해 진행됐다. / 편집자의 말

 

이경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이하, 이 교수]) 국회에서 생산하고 있는 법률의 문제점들을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살펴본다. 우선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사례부터 시작해 본다. 우리 헌법(제13조제1항)은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거듭 행사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시행된 입법례 중에서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대표적인 사례를 제시해 본다면?

박수철 전 국회사무처 수석전문위원[이하, 박 위원])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20203호, 2024. 2. 6., 제정)을 대표적으로 지적해 볼 수 있다. 이 법률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저장사업의 휴업 또는 폐업을 한 자에 대한 형벌(법정형)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이중 규정하고 있어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있다. 치명적인 입법 오류다.

이 교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과 더불에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는 입법도 문제다. 우리 헌법(제12조제1항·제13조제1항)은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명확성의 원칙은 죄형법정주의의 파생 원칙의 하나다. 범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규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모호하여 그 내용과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불명확한 경우에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가 가능하게 되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없으므로 명확성의 원칙과 더불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죄형법정주의에는 입법자의 자의적 판단이나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입법례를 제시해 본다면?

박 위원)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19702호, 2023. 9. 14., 제정)을 지적할 수 있다. 이 법률은 위반 법률 또는 위반 조항의 구체적 적시 없이 거짓의 신고 또는 보고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포괄적으로 규정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있다.

이어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19286호, 2023. 3. 28., 제정)도 지적된다. 이 법률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은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은 자를 처벌하려면 지정요건을 정하거나 사업시행자 지정받으려는 자에게 지정 신청이나 자료 제출과 행위를 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도 이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에 관하여 행정입법에 위임하는 규정도 없으며 시행령에도 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행정관청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지정행위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음에도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으려는 자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을 명시하여 범죄구성요건의 중대한 흠결이 있다.

앞서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법률로 지적했던,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20203호, 2024. 2. 6., 제정)도 마찬가지다. 결격사유는 특정신분이나 자격 또는 인허가 등의 취득을 제한하는 사유를 말하고, 이에 해당하면 특정신분이나 자격 또는 인허가 등의 취득을 할 수 없으며, 취득한 신분·자격을 상실시키거나 인허가 등을 취소하게 된다. 그런데 이 법률은 이산화탄소 저장사업 허가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에 대해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법의 결격사유 중 피성년후견인·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형벌을 가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성립할 수 없는 입법권의 자의적 남용이다. 또한 일정 범죄로 처벌받아 결격사유에 해당한 사람에게 그 행위를 하였다고 처벌한다면 결과적으로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이 교수) 입법자의 자의를 금지하고 규범의 명확성·예측가능성 및 규범에 대한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동일 규범 내 또는 상이한 규범 간에 그 규범의 구조나 내용 또는 규범의 근거가 되는 원칙 면에서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요청하는 것이 체계정당성 원리다. 체계정당성의 원리에 배치되는 입법례를 지적해 주신다면?

박 위원)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20203호, 2024. 2. 6., 제정)을 또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률은 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저장사업을 한 자에 대한 법정형을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면서, 죄질이 그보다 결코 가볍지 않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저장사업 허가를 받은 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여 심히 형벌(법정형)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19286호, 2023. 3. 28., 제정)의 경우, 다른 법률에 따라 농촌공간의 정비와 일자리·경제활력 제고 및 주거·정주 환경 개선·생활서비스 확충 등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거나 시책 또는 사업을 추진할 때에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계획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반면, 농촌위해시설 등의 정비 및 주거·정주 환경과 일자리·경제기반·농촌생활서비스 제공 목적으로 수립하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시행계획에 따른 사업을 시행할 경우에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규정하여 다른 법률에 따른 농촌공간의 정비와 일자리·경제활력 제고 및 주거·정주 환경 개선·생활서비스 확충 등에 대한 계획 수립이나 사업 추진을 배제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도시 공업지역의 관리 및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법률 제17870호, 2021. 1. 5., 제정)도 마찬가지다. 시장·군수등으로 하여금 공업지역기본계획의 운영 및 공업지역정비사업의 시행 등에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조례를 제정·개정·폐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데, 조례의 제정·개정·폐지는 지방의회 권한에 속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조례의 제정·개정·폐지 발의권을 가지도록 한 「지방자치법」에 정면 위배되고 있다.

「디지털의료제품법」(법률 제20139호, 2024. 1. 23., 제정)도 문제가 있다. 이 법률은 전문인력 양성기관의 지정 취소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면서, 불이익 정도가 더 중한 디지털의료기기제조업자 등이나 디지털융합의약품제조업자·디지털융합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디지털융합의약품수입업자에 대한 허가·인증·승인취소나 영업소의 폐쇄 등의 행정처분의 기준은 ‘총리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여 위임입법에 모순이 있다.

이어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20415호, 2024. 3. 26., 제정)의 경우, 통합지원 기본계획 및 통합지원 지역계획의 수립·시행권자를 보건복지부장관과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자치구 구청장으로 하고 있음에도 통합지원 기본계획 및 통합지원 지역계획의 수립·시행권자가 아닌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통합지원 기본계획 및 통합지원 지역계획의 수립·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 관계 기관·단체 등에 대하여 자료 제공 등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법률 제19816호, 2023. 10. 31., 제정)도 있다. 지역상담기관 지정권자에 보건복지부장관 외에 시·도지사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지역상담기관의 지정취소 등 행정처분권자를 보건복지부장관에 한정하여 ‘시·도지사’가 배제되는 중대한 모순이 있다.

또한, 「해양치유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17064호, 2020. 2. 18., 제정)도 문제가 있다. 해양수산부장관이 수립하는 해양치유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변경에 필요한 사항은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면서 시·도지사가 수립하는 해양치유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지역계획의 수립·변경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여 위임입법에 모순이 있다.

이 교수) 법률이 행정입법이나 조례로 위임할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일반적·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른바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에 벗어난 입법례를 지적해 주신다면?

박 위원) 가장 먼저, 「국가자원안보 특별법」(법률 제20196호, 2024. 2. 6., 제정)을 지적할 만하다. 이 법률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지정한 비상동원광산·재자원화산업클러스터의 지정해제 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그 지정해제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여 백지위임하고 있다.

그리고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법률 제19214호, 2023. 1. 17., 제정)도 마찬가지다.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전북특별자치도의 문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하여 ‘「콘텐츠산업 진흥법」의 전문인력 양성 규정에도 불구하고’ 도조례로 정하는 기관·단체를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하여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해제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이나 사유의 예시나 명시 없이 도조례로 정하게 규정하여 백지위임하고 있다.
 

대한민국

이 교수) 법률 제명 설정 부적합 등 입법상 기본원칙에 부합하되지 않는 입법례들도 다수 보인다. 법률 제명을 설정할 때는 해당 법률이 규정하는 핵심 사항이나 내용을 대표하고 간명하며 다른 법률과 구별되어야 한다. 법률 제정 설정이 부적절한 입법례를 지적해 주신다면?

박 위원)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설치법」(법률 제20012호, 2024. 1. 16., 제정)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치법’은 해당 기관의 설치와 소속·직무와 구성원·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할 때 제명에 붙이게 되는데, 이 법은 그 목적을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를 ‘지정·운영’하여 국방 분야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선도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으로 하면서 국방부장관은 군의 첨단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장교가 될 사람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기 위하여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를 ‘지정·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법률 제명에서 ‘설치법’으로 명명하여 입법상 기본원칙에 벗어나고 있다.

「등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20126호, 2024. 1. 23., 제정)이 그렇다. 법률 제정 목적에서 등대유산의 보존 및 활용과 등대해양문화공간의 조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고, 본칙에서 등대유산의 지정·보존·관리 외에 등대해양문화공간 조성구역·조성사업 관련 내용을 중요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법률 제명은 ‘등대유산 보존 및 활용’에 한정한 「등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로 명명하고 있어 국민의 법인식을 떨어뜨리고 있다.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법률 제19816호, 2023. 10. 31., 제정)도 있다. 법률 제명에 ‘위기 임신’을 명시하고 있으나 위기 임신에 대한 용어정의가 없어 그 내용을 알 수 없고, 지원 대상은 ‘위기 임신’이 아닌 ‘위기임산부’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 제명이 위기 임신을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명백한 오류가 있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20415호, 2024. 3. 26., 제정)도 있다. 법률 제명에 ‘지역 돌봄’을 명시하고 있으나 지역 돌봄에 대한 용어정의가 없어 그 내용을 알 수 없고, 법률 본문에서 지역 돌봄이 언급되고 있지 않으며, 통합지원의 내용에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일상생활돌봄 등의 직접 또는 연계 제공을 언급하고 있는 등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지역 돌봄’을 법률 제명에 부여하여 입법상 기본원칙에서 현저히 벗어나고 있다.

이 교수) 공공기관에 대하여 「민법」의 재단법인규정을 준용하는 경우 제외하는 법률의 규정사항을 분명하게 명시하는 것이 입법상 기본원칙이다. 그런데 다수의 공공기관 설치형 법률(행정조직법류)들에서 해당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면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사항은 제외한다는 취지를 누락하고 있다.

그리고, 위탁을 통하여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단체의 임직원 또는 개인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형법」의 뇌물죄 등의 벌칙적용에서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처벌하는 것이 입법상 기본원칙에 부합한다. 그런데, 적지 않은 법률에서 협회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면서 정작 벌칙적용에 공무원 의제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  좋은 지적이다. 「손상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법률 제20100호, 2024. 1. 23., 제정)의 경우 질병관리청장 또는 시·도지사의 업무를 손상관리 관련 법인·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벌칙적용에서 공무원 의제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20415호, 2024. 3. 26., 제정)의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통합지원에 관한 통합지원 지역계획 추진성과의 평가·통합지원 신청에 따른 조사 등의 업무 중 일부를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 전문기관 또는 통합지원 관련기관 등에 위탁을 할 수 있고, 그 위탁된 업무의 처리에 필요한 인력 또는 경비를 지원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는 반면 벌칙적용에서 공무원 의제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의무위반 등 위법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을 누락하여 처벌에 공백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법률 제19815호, 2023. 10. 31., 제정)은 이 법에 따른 직무에 종사하거나 종사하였던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 위원이나 공무원 또는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의 업무를 담당하거나 담당하였던 자에게 그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면서 그 의무위반 시의 벌칙을 두지 않아 「형법」의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과 이 법에 따라 「형법」의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적용에서 공무원으로 보는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 위원 중 공무원이 아닌 사람을 제외한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의 업무를 담당하거나 담당하였던 자’는 비밀누설금지 위반 시 처벌대상에서 빠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19768호, 2023. 10 .24., 제정)의 경우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버티포트개발사업을 시행한 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면서 다른 벌칙입법례와 상이하게 행정처분대상으로 하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버티포트개발사업허가를 받은 자에 대한 벌칙을 두지 않고 있고, 「디지털의료제품법」(법률 제20139호, 2024. 1. 23., 제정)의 경우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의 적합판정 또는 변경적합판정을 받지 아니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면서 이 법 중 다른 벌칙규정과 상이하게 행정처분대상이 되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의 적합판정 또는 변경적합판정을 받은 자에 대하여 벌칙을 두지 않고 있다.

이 교수) 개별 법률들은 당연히 다른 법률과 적용 대상 또는 규정하는 사항이나 내용을 달리함으로써 유사성 또는 동일성으로 인한 법률 상호간 충돌이나 집행상 혼선 또는 예산 낭비를 방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 또는 유사 내용의 중복 규정 사례도 적지 않아 보인다.

박 위원)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19286호, 2023. 3. 28., 제정)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데,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사업 중 농촌지역 주거 및 정주 여건 개선에 관한 사업·일자리와 경제기반 구축사업은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시행하는 농어촌정비사업 중 생활환경정비사업·농어촌산업 육성사업 또는 정비사업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하는 「농어촌마을 주거환경 개선 및 리모델링 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정비사업과 일정 부분 중첩될 수 있고,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시행계획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의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기본계획에 따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매년 수립·시행하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시행계획에 포함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률의 개편이나 체계적 정비 없이 새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법문은 번잡하지 않고 간결한 표현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입법상 기본원칙이다. 그런데 「등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20126호, 2024. 1. 23., 제정)은 해양수산부장관이 등대해양문화공간 조성구역을 지정하는 경우에서 ‘「해양수산발전 기본법」에 따른 해양수산발전위원회의 심의절차’를 중복하여 규정하고 있다.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법률 제20033호, 2024. 1. 16., 제정)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이 첨단산업의 위기를 초래하거나 산업 전반의 위기를 초래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 관련 기업·기관 및 단체의 신청으로 해당 산업의 일정 업종을 첨단산업인재 위기업종으로 기간을 정하여 지정할 수 있는 절차에서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중복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교수) 용어 사용 오류 문제도 있다.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그의 뜻은 통일된 해석과 적용을 위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입법상 기본원칙이다. 이를 테면「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은 “주민협정”을 농촌특화지구 등의 지정·개발 및 관리 등을 위하여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체결하는 협정으로 정의하면서(제2조) 농촌특화지구의 지정·개발 및 관리에 필요한 주민 자치규약 등을 마련·이행하기 위한 협정을 “주민협정”으로 약칭(제22조)하여 주민협정의 뜻에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편제상 오류 문제도 보인다. 실체규정과 관련되는 절차적·기술적 사항을 담는 보칙과 법위반에 따른 처벌을 규정하는 벌칙은 분리해서 편제하는 것이 입법상 기본원칙이다. 「국가유산영향진단법」(법률 제20284호, 2024. 2. 13., 제정) 제6장의 경우, 장 제목을 보칙으로 하여 벌칙장에 편제해야 하는 벌칙·양벌규정·과태료를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입법적 오류가 너무나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입법이 이렇게 중구난방 대충대충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심히 우려된다. 이런 혼란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몇가지 제언해 주신다면?

박 위원) 우선 의원의 법률안 발의 요건을 더 강화하면 좋겠다. 입법 오류는 국회가 법률안을 부실하게 심사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국회는 1948년 「국회법」을 제정한 이래 크고 작은 개정을 통하여 충실한 법률안 심사에 필요한 다양한 제도와 절차를 도입하며 지속적으로 입법과정을 개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제시한 최근 입법 사례가 보여주듯이 여전히 입법 오류를 내포한 법률들이 양산되고 있는 입법 현실을 목도할 수 있다. 입법 오류를 낳는 요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가장 지대한 요인은 의원발의 법률안 급증에 따른 충분한 심사기간의 확보 결여에 있다. 일각에서 의원발의 법률안의 총량제 도입이 주장되기도 하지만, 입법자의 입법권 제한이라는 반론 또한 제기될 수 있다. 위원회중심주의에서 위원회의 법률안 상정시기 제한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심사할 법률안이 대폭 증가한다면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으로 국회의원의 법률안 발의에 필요한 찬성자 수를 강화하여 현재 ‘10명 이상’을 적절한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그나마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양적 실적주의 입법행태의 지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법자가 법률안 발의건수로 유권자의 평가를 받으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하고, 시민사회 또한 국회의원이나 국회의 활동평가를 법률안 발의건수나 법률안 통과건수로 평가하려는 경향에서 탈피해야 한다. 오류를 포함한 부실한 법률의 양산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되므로 오히려 그러한 입법이 절제되도록 하여야 한다. 객관적 수치에 의존한 정량평가적 입법홍보는 다른 측면에서 무절제한 입법남발을 초래할 수 있고, 입법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높인다. 공정성을 최대한 담보하는 정성평가적 접근이 국회 의정활동을 측정하는 주요 방법이 되어야 한다.

특히, 위헌법률심사공개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 입법자에게 주어진 자율성에 상응한 책임성도 부과해야 한다. 국가의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의 왜곡과 낭비를 초래한 입법의 실패에 대해 정치적·사회적 책임을 지우지 아니하면 포퓰리즘입법·날림입법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법률에 대해서는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는 국민에게 그 입법과정을 공개하여야 한다. 그 방안으로 국회의장이 위헌결정·헌법불합치결정 법률의 제안자 및 소관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과정을 집약하여 공개하는 가칭 ‘위헌법률심사공개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

이 교수) 법적 안정성은 물론 인간존엄성과 실질적 평등 등 정의의 실천을 지향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의 구현은 국회가 좋은 법률을 입법하는 데에서 첫 걸음이 시작된다. 좋은 입법이 국민 누구나에 이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중대한 입법 오류는 물론 사소한 입법 흠결조차도 간과해서 아니 된다. 역대 국회의 입법활동 중 법률 개정의 상당 부분은 다름 아닌 입법 오류를 치유하는 행위이고, 오류 법률이 개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며, 오류 법률의 시행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 또한 양산하게 된다.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면서 새 국회의 입법활동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고, 그 기대만큼이나 제22대 국회 앞에 놓인 입법과제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제22대 국회는 양적 실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국민행복지수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입법활동을 펼쳐야 하고, 입법 오류를 최소화하여 입법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생산적 선진국회가 되어야 한다. 오류가 없는 법률은 만드는 것은 1차적으로 입법자와 입법종사자의 몫이지만, 사후에 입법 오류를 발견하여 적시 보완하게 하면서 입법 오류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학계·시민사회 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여 주실 말씀이 있다면?

박 위원) 전면적인 법률체계 정비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법률 수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띠었다. 하지만 법률 수가 증대되면 법률체계는 특별법 제정 또는 특례조항 삽입 등으로 더 복잡해지고 입법 오류의 가능성은 높아지며 국민의 법률에 대한 이해도와 인지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부처이기주의와 국회 소관위원회의 할거주의는 더 강해지게 되며 조직 팽창과 공무원 증원을 수반하는 등 부작용을 가져온다. 또한 각종 지원법이나 지원근거조항이 증가하면서 국가 예산은 나눠먹기식으로 효용성 저하를 초래하기 쉽다. 지금부터 유사 법률을 통폐합하여 법률 수가 전반적으로 감축되도록 하고, 융합법제기술을 고도화하여 법률간 협력적 유기성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국민편의 증진과 국가경쟁력·행정효율성 제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현 법률체계의 전면 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경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한국입법정책학회 총무이사
한국입법학회 부회장

박수철
前 국회사무처 수석전문위원
입법과정론, 입법총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