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97)-‘시험에 실패 했더라도, 삶은 실패하지 않겠다’

2024-07-12     안혜성 기자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시험에 실패 했더라도, 삶은 실패하지 않겠다>

우니하엔(필명)


어디서부터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별다른 실패 없이 삶을 살았다.
대학 입학 때부터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때마침 로스쿨 제도가 생겼고, 로스쿨에 진학했다.

로스쿨에 진학할 때도 별생각이 없었다. 불합격이라는 옵션은 전혀 생각한 바 없다. 누구나 그렇듯 내가 오탈자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렇게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이미 9년이라는 시간을 갈아서 넣었는데, 나에게 남은 건 열패감과 열등감 자기혐오뿐이었다.

나는 삶에 패배했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더욱이 난 달리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살길이 막막했다.

지금까지 탈출의 기회도 많았다. 그러나 매몰된 시간을 감내할 만한 자신감이 없었다.

오탈자가 되고 나서 며칠 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제 내 인생이 끝이 났구나. 세상의 멸시와 조롱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하지 말아야 할 시도를 했다. 집 안에 홀로 있다 눈앞에 있던 끈으로 목을 감았다. 숨이 막혀왔다. 그리고 부모의 얼굴이 떠올랐다.

'부모에게 진 빚은 갚고 죽자.'

이 생각으로 삶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살 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중 사랑샘재단에서 삶의 목표를 도울 수 있게 금전적 지원을 해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잘하던 것은 뭘까?

우선, 로스쿨 입학 전 다니던 직장과 관련된 공기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렇게 금전 지원을 받고 나는 토익 학원에 등록했다. 올해는 행정사 자격증에 도전한다. 10월부터는 노무사 자격증에 도전할 예정이다.

아직도 고통스럽고, 스트레스도 많지만 삶의 이유는 찾고 있다.
그렇게 삶의 이유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여전히 쉴 때도 잠을 잘 때도 두렵고 고통스럽다.
사실 여전히 잠을 못 자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흐른다. 내가 모자란 점이 무엇일까?

그래도,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배웠던 지식으로 관련직 자격증을 하나하나 따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불가능하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혹은 먼 미래에 다시 도전할 기회가 온다면 변호사에 도전할 기회가 온다면 지금처럼 실패하지 않기 위한 투자이다.

사법고시에 안 되었다 로스쿨에 진학했던 형님들처럼, 나도 꼭 변호사가 될 기회가 올 거라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삶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결심했다. 이번엔 실패했지만 삶에 실패하지 않겠다.
나는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혼자 있다고 느낄 때 큰 도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