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 “공무원의 자격시험 특례 폐지 추진 환영”
“전관예우 악순환 철폐 및 기회의 공정 위해 폐지해야”
“유보적 입장 밝힌 법원에 아쉬움…전향적 검토 기대”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국가 전문자격시험에서 공무원 출신 경력자에 대한 특례 제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한 가운데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세무사, 변리사, 행정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등 전문자격시험은 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일부 과목 면제 또는 전부 면제 등의 특례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제58회 세무사 2차시험에서는 공무원 경력자에게 면제되는 세법학 1부에서 응시자의 82.1%가 과락점을 받아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공무원에 대한 특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일 공무원 경력자에 대한 특례 폐지를 정부에 권고했으며 권고를 받은 관계 부처들은 대부분 이를 수용하고 특례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령 개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10일 논평을 내고 “정부가 그동안 ‘셀프 자격 부여’ 논란을 겪어오던 공무원 특혜 제도를 철폐하고 공정한 전문자격시험제도를 확립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환영한다”고 전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일정 기간 소정의 업무를 담당했던 주무 부처 공무원들은 그간 공인노무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 총 15종의 국가 전문자격사 시험에서 응시 과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받는 과도한 특혜를 누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례로 행정사의 경우에는 경력 공무원에게 1, 2차 시험을 완전히 면제해 주어 전국의 행정사 중 99.3% 이상이 무시험 전형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퇴직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특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변호사회는 “경력 공무원에 대한 전문자격시험 면제 특혜는 과거 문맹률이 높고 법률전문가가 극히 희소하던 시절 행정서사, 사법서사 등 유사 직역 창설과 더불어 필요악으로 시행된 다분히 한시적인 제도였으나 사회 전반의 교육 여건이 상승하면서, 공정한 시험제도를 통해 선발된 인재들이 다수 자리를 잡게 됐다”고 평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에 대한 시험 특례는 그 수명을 다해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전관예우 확산과 이중 특혜 논란 등 각종 사회적 폐단만 양산하는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이고 전직 공무원에 대한 부당한 특혜 제공은 일반 수험생들의 자격 취득 기회를 대폭 줄이므로 기회의 공정 측면에서도 많은 부조리를 낳게 된다는 것.
또 “변호사자격 취득에 경력 요소를 특혜적으로 반영하지 않으며 법무법인 취업제한과 관할법원 개업지 제한 등이 있는 법조계와 달리 세무사법, 변리사법, 행정사법 등에는 전관예우 금지규정이 없어 퇴직공무원 출신 자격사들은 대부분 출신 관할지에 사무소를 열어 운영하고 있고 연고와 인맥으로 현직 공무원과의 유착고리를 형성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러한 전관예우 관행은 필연적으로 현직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전제하기 때문에 생활 영역에서 법치주의가 뿌리내리는 것을 방해하고 연고와 네트워크를 동원한 문제 해결이라는 전근대적 부패 문화를 확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경력 공무원에 대한 과잉 특혜는 일반 수험생에 대한 부당한 차별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앞서 언급한 세무사 2차시험에서 세법학 1부 과목의 영향으로 공무원 출신이 최종 합격자의 33.57%를 차지하면서 발생한 특혜 논란을 언급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에 지난 2021년부터 공정사회의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공무원 특례 제도의 폐지를 꾸준히 주장했고 국회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수차례 관련 사항을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해 공무원 특례제도 폐지가 국정과제로 선정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내 정부가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여, 본격적인 법제 개선에 착수하였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나 법무사 등 일부 직역에 대해서는 법원이 권익위 권고 사항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며 “그간 권익위가 힘써 추진해 온 공무원 특례 폐지는 시대적 요청 및 국민의 뜻과 합치하는 만큼 전향적인 검토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민 모두에게 전문자격 취득을 위한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출신 성분에 따른 특별 대우 등 혜택 제공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공정 사회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반하는 처사가 계속 이어진다면 누구든지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재차 특례 폐지를 촉구했다.
서울변호사회는 “경력 공무원과 공직사회의 부적절한 유착관계가 온전히 사라지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자격사 제도가 완전하게 자리매김할 때까지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