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96)-‘지나온 날을 돌아보며, 지금 이 자리를 둘러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2024-07-05     안혜성 기자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지나온 날을 돌아보며, 지금 이 자리를 둘러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새출발을 위해(필명)


적지 않은 저의 삶을 관통하던 시험이 끝났습니다. 학부 생활을 포함하면 변호사라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십수 년의 세월을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지치고 병든 몸, 마이너스 통장, 그리고 가늠할 수 없이 많은, 주변에서 한없이 베풀어 준 은혜만 남았습니다. 부모, 형제, 친구들 청춘을 다 걸고 한 공부였지만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피폐해진 정신을 수습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고생을 했다며 나 자신을 다독일 여유는 없었습니다. 제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하신 부모님, 없는 살림에 친구 공부한다며 십시일반한 친구들, 결혼해서도 책값은 보내주던 친형을 생각했습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기에는 주변을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시험이 끝난 날 채점을 했습니다. 합격할 정도의 개수를 맞히지 못했습니다. 그날 주변에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고생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때려 맞은 듯 아픈 몸으로 담배를 한 대 태우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연한 고민을 했습니다.

허겁지겁 자소서를 작성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치료를 미루던 병이 악화되어 수술도 하게 되었습니다. 퇴원한 지 2일 만에 면접을 봐야 했습니다. 그나마 뽑아준 기업이 있어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급여는 최저시급이 조금 넘는 정도지만 그래도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공부를 하며 ‘공부나 직장생활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름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출근을 위해 6시 30분에 일어나 회사 막내로 8시 20분에 출근해 시작하는 하루는 쉽지 않았습니다.

나의 학업을 위해 십시일반하던 친구들, 본인 먹고 쓸 돈을 주었던 친형, 항상 웃으며 생활비를 주시던 부모님께서 이런 힘든 삶을 살아오셨다는 것을 요즘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알고 있었다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나는 뭐 아는 게 없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 자신을 돌아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그냥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가던 중 사랑샘재단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며 나 자신을 한번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용기를 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위안이 되어 좋습니다. 낙방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발버둥치는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쉼표 없는 삶에,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휴식이 그리고 안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비록 모자란 글이지만, 잠시나마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거창하게 앞으로 살 날이 많다, 미래가 어떻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안식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내일을 살아갈 힘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냅시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