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63)-문재인, 노무현 전철 밟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의 태국 이주 지원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문재인의 포괄적 뇌물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검찰이 문재인-문다혜(서창호) 사례를 노무현-노정연 및 박근혜-최순실의 경우와 비교하여 사실 분석 및 법리 검토를 한다는 것이다.

2009년 대검찰청 중수부는 노무현 대통령 불법 자금 의혹을 수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수사는 중단됐지만,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 혐의로 수사하고 있었다. 검찰은 2009년 6월 수사 결과 발표에서 “국제 공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박연차가 노정연에게 4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노정연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했고 유죄판결이 나왔다. 판결문에 따르면 노정연은 2007년 10월 미국 시민권자이자 미국 변호사인 경모 씨로부터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한 아파트를 220만 달러에 구입하기로 계약하고 40만 달러를 지급했다. 그런데 부동산 취득 사실을 숨기기 위해 2009년 1월 초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부근 비닐하우스 앞에서 경모 씨 지인의 동생에게 현금 7박스로 한화 13억 원을 지급하는 식으로 중도금을 치렀다. 당시 이 돈을 전달한 건 권양숙 여사의 친척이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 된 사건의 발단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이슈였다.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 활동할 문화재단과 스포츠재단을 세우기 위해 삼성·현대차·SK·LG 등 한국의 40여 개 대표 기업에서 774억 원의 자금을 출연받았다는 의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서원(최순실) 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서원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삼성이 제3자인 최서원에게 사서 임대한 말 3필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로 결론이 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돈을 받은 것은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서원은 경제적 공동체여서 최서원이 받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받은 것과 다르지 않다는 논리였다.

검찰은 문재인-문다혜의 예를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 뇌물 사건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 근무 경력이 전무한 문재인의 사위 서창호가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취업해 매달 받은 급여 등이 이상직과 문 전 대통령 사이에 오간 사실상의 뇌물이라는 것이다. 포괄적 뇌물죄란 대통령과 같이 직무권한이 광범위한 경우 청탁의 여부, 개개 직무행위와의 대가성, 직무행위의 특정 여부와 관계없이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법리다. 그런데 문재인은대통령이기 때문에 직무권한이 포괄적이고 문다혜와 가족관계이기 때문에 경제적 공동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문재인에게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진경준 전 검사장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게 147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사례에서도 제3자 뇌물로 확정된 판례가 있다.

검찰은 문다혜와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의 복잡한 돈거래가 노정연의 아파트 구입 자금 전달 과정처럼 돈세탁을 위해 문다혜가 경호원 등 청와대 직원을 이용한 것으로 의심한다. 문다혜는 유송화 전 청와대 춘추관장, 김정숙 여사와 친분에 있는 디자이너의 딸 전 청와대 행정직원 양모 씨, 2018~2020년 태국 현지에서 문다혜 가족을 경호한 청와대 경호처 직원 등 3명과 수상한 돈거래를 했다. 검찰은 포괄적 뇌물죄 법률 적용을 검토하면서 이상직이 서창호 채용 4개월 전인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 2020년 초 공직선거법 위반 검찰 수사 중임에도 사표가 수리되고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한 것 등을 이상직과 문재인 사이에 오고 간 것 등을 그 증거로 보고 있다. 문다혜가 청와대 관계자들과 거래한 금전은 출처·거래목적·거래절차 등에 비춰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도 짙다.

서창호가 받은 급여나 문다혜가 측근들과 거래한 금전 등이 뇌물적 성격이라면 문재인 역시 포괄적 뇌물죄를 벗어날 수 없다. 문재인-문다혜가 노무현-노정현의 전철을 밟을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수사를 향한 국민의 이목도 집중될 수밖에 없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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