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범죄피해자 보호 위한 핵심 정책 7선 공개

2024-05-16     안혜성 기자

“피해자의 시각과 입장에서 변화 실감할 수 있도록”
기습공탁 방지·가해자 주소 제공 등 핵심 정책 마련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형사공탁제도의 악용을 방지하고 가해자의 주소를 제공하는 등 범죄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이 마련됐다.

법무부는 16일 ‘2024년 범죄피해자 핵심 정책 7선’을 공개하면서 “피해자의 시각과 입장에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피해자 중심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에는 △기습공탁 방지 △가해자 주소 제공 △가해자 상대 국가 구상권 행사 강화 △기록 열람·등사 보장 △국선변호 확대 △신청 서류 간소화 △원스톱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먼저 기습공탁 방지는 실무상 피고인이 형사공탁제도를 악용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감형을 받거나 감형을 받은 후 공탁금을 몰래 회수해 가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피고인이 공탁을 하면 법원이 피해자의 의견을 필요적으로 청취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피고인 등의 형사공탁금 회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공탁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법무부

법무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연내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고 피해자가 수령한 바도 없는 공탁금으로 피고인이 부당한 감형을 받는 문제점을 해소해 공탁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가해자 주소 제공은 기존에 ‘합의’나 ‘권리구제’를 위해서만 가해자의 주소,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피해자에게 제공할 수 있었고 ‘신변 보호’를 위해 신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피해자 보호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대검찰청 예규가 개정돼 17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는 보복 우려 등으로 피해자의 신변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주소 등 신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2차 피해 가능성이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가해자의 주소 등 신상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피해자들이 보다 안전한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개정을 통한 가해자 국가 구상권 행사 강화 조치도 추진된다. 국가는 범죄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범죄피해구조금을 지급한 후 가해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국가의 구상권 집행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법무부는 가해자의 재산조회 근거를 명확히 하고 조회 범위를 폭넓게 규정하는 ‘범죄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상황이다. 개정안은 구상권 행사 여부 결정 시 재산 보후 현황, 소득·과세 자료 등 조회를 통해 가해자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폭넓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가가 구조금 지급 후 가해자의 재산을 신속하고 폭넓게 파악해 보전처분 등 추심절차에 나아갈 수 있어 국가의 구상권 행사를 강화하고 가해자가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범죄피해자의 재판기록의 열람·등사권을 강화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의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피해자가 재판기록을 열람·등사하려고 해도 재판부가 허가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열람·등사 신청을 법원이 불허하거나 조건부 허가하는 경우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 등을 담은 8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했으며 현재 각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에는 불복 절차의 신설 외에 ‘중대 강력범죄’와 ‘취약 계층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신변 보호나 권리구제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재판기록 열람·등사를 허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기존에는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법원을 통해 공소장의 열람·등사를 하고 있어 기소 이후 재판부 배당, 재판장의 공소장 허부 결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문제를 개선하고 피해자의 신속한 배상명령 신청, 재판절차 진술권 행사 등을 위해 검찰에서 공소장 부본 중 죄명, 적용법조, 공소사실을 제공할 수 있도록 대검찰청 예규를 개정해 17일부터 시행한다.

국선변호사 지원 범위 확대와 관련해서는 현행법상 성폭력, 아동·장애인 학대, 인신매매, 스토킹 등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를 지원할 수 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의 피해자들도 국선변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에 제출돼 법사위에 계류중인 상태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형법’에 규정된 일반 살인, 강도와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조직폭력 등의 피해자도 국선변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19세 미만’이나 ‘심신미약 장애인’에 해당하는 특정강력범죄 피해자에게는 국선변호사를 의무적으로 지원한다.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신청서류 간소화는 종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피해자 보호·지원 시 작성하는 신청서의 기재사항이 복잡하고 센터마다 요구하는 증빙서류가 달라서 발생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법무부는 범죄피해자가 보다 쉽고 편리하게 보호·지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작성 항목을 줄이고 증빙서류를 지원 유형별로 통일한 신청서 표준서식을 개정해 지난 1월부터 전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사용하도록 했다.

업무담당자가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업무담당자가 직접 기재하고 피해자가 제출하는 증빙서류로 확인 가능하거나 피해자 지원 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항은 기재항목에서 제외했다. 또 범죄피해자지원센터별로 상이한 증빙서류를 지원 유형별로 통일하고 이를 안내하는 안내서도 마련했다.

이 외에도 법무부는 부처·기관 간 벽을 허물어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범죄피해자 지원제도를 유기적으로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난 2022년 10월부터 관계부처 간 협의체를 운영해 ‘원스톱 지원체제 구축방안’을 마련해왔다.

그중 핵심 내용으로 법무부는 피해자에게 법률, 경제, 심리, 고용, 복지, 금융 등 지원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를 올 7월 개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운영 성과에 따라 향후 전국에 순차적으로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법무부는 범죄피해자들이 형사사법의 한 축으로서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고 범죄 발생 시점부터 일상 회복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