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잘 모르는 비례대표제도 선출방식 변화
한 가지 질문을 받았다. “2024년 선거에서 병립형 선거제도가 사라지고 의석 전체가 준연동형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찾아보니 민주당이 병립형을 폐기하겠다는 기사까지는 찾았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제도가 바뀌었다는 뉴스나 공식적인 발표를 찾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중앙선관위에 문의해 보았다. 중앙선관위가 시간이 걸려 확인하고는 한참 뒤에 알려주었다. 공직선거법 189조에 따라 2024년 선거는 준연동형만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사이에 2024년 선거제도가 바뀐 것이다.
다양한 선거제도 중에서 당선자 결정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 선거제도의 4가지 요소 중 첫 번째는 후보자 선정 방식이다. 이는 공천권과 관련되어 있어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와 관련된다. 두 번째 ‘선거구의 크기’에서 우린 지역구는 소선거구로 운영하고 비례는 전국을 단위로 한다. 그간 사용해 온 방식이라 바꾸기 어렵다. 세 번째는 ‘기표방식’인데 한국은 유권자가 지지 후보나 정당 하나만 선택하면 된다. 호주처럼 후보별 선호를 정하는 기표방식은 사용하지 않는다.
선거제도에서 4번째가 가장 논쟁적이다. 이것이 논쟁적인 것은 앞의 3가지 요소보다 정당의 의석 배분에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처럼 비례대표 없이 지역에 기초한 단순다수제만을 사용하면 거대 정당에 표가 집중된다. 북구 유럽 국가들처럼 비례대표제만을 사용하면 소수 정당에 의석이 배분되면서 다당제가 된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한 혼합형 선거제를 사용하면 지역구에서는 지역 이익을 반영하는 거대 정당에 의석을 만들어 주면서도 비례대표제에서는 소수 정당에도 일정한 의석을 배분해주는 온건다당제가 된다. 혼합형 선거제도도 독일식 연동형 선거제도가 있고, 일본식 병립형선거제도가 있다. 소수정당에는 독일식이 더 유리하다. 따라서 정당들은 자신의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보장받기 위해 혼합형 선거제도에서조차 당선자 결정방식에 사활을 건다.
한국에서도 가장 민감한 문제가 바로 당선자 결정방식이고,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2020년 처음으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바꾸다 보니 소수정당의 의석수 증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체 비례의석수 47석 중에서 30석만을 준연동형으로 한다는 제한 조항(일명 ‘캡’조항)을 두었다. 그리고 17석은 병립형을 사용했다. 2020년 공직선거법에서는 부칙조항을 통해 30석의 ‘캡’과 17석 병립형 사용을 명시했다. 그리고 의석계산에서도 정당들이 비례의석보다 의석을 많이 받으면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조정의석 계산법을 따로 두기도 했다. 그리고 이 첨부된 조정의석 계산법은 위성 정당이 등장하자 실제 의석계산에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2020년 부칙조항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정당들이 공개적으로 자신들끼리 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소리 소문 없이 결정되었다. 그래서 2024년 선거에서는 그 민감한 병립형 선거제도의 16석은 사라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조국혁신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미디어토마토의 3월 26일 발표에서는 29.1%로 국민의미래 28.1%나 더불어민주연합 21.6%보다 높게 나왔다. 3월 27일 스트레이트의 여론조사에서는 조국혁신당 29.5%로 국민의 미래 31.6%와 더불어민주연합 19.3%의 중간 위치다. 3월 25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조국혁신당 27.7%로 국민의 미래 29.8%와 더불어민주연합 20.1% 사이였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거대 양당이 위성 정당을 창당하지 않으면 비례대표에서 의석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거대 양당의 위성 정당이 뛰어든 상황에서는 ‘46석 전체 준연동형’이나 ‘30석 캡 +16석 병립형’의 사용이나 의석수의 획기적인 차이가 나기 어렵다. 사실 2016년에 사용한 46석 전체의 병립형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결과론적으로는 46석을 준연동형으로 하나, 2020년처럼 30석의 캡을 씌우고 병립형을 함께 사용하나 정당의 의석 손실에는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조용히 제도를 바꾸어도 실제 유권자들의 의사가 왜곡되어 계산될 리가 없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정확히 큰 소리로 알려주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의석수 계산에서 결과가 “거의 같다면” 유권자는 제도 변화를 몰라도 될까! 이는 계산식이 복잡하면 유권자는 표만 던지면 된다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철석같이 믿는 민주주의가 절차적인 제도라면, 제도와 유권자가 분리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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