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7)-‘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에르메스(필명)
제 얘기를 한번 해볼까요.
전 2023년 12회 변호사시험을 마지막으로 오탈자가 되었어요. 울고불고 내 인생은 이제 의미 없다고, 살기 싫다고 난리 칠 때는 언제고, 또 살아가게 되더라구요.
가끔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올라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이 눈물로 표현될 때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재밌는 예능을 보면서 깔깔대고 웃기도 해요.
아직 못해본 것이 너무 많아서 남들보다 10년은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트와 영어, 면접을 준비했던 기간과 로스쿨 입학 후 7년간의 수험생활 동안 항상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변호사 시험이었고, 그 외의 일들은 합격 뒤로 미뤄놨기 때문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지만, 그 당시에는 공부 시간을 최대로 확보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미뤄놨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어요.
매년 4월이 지날 때마다 200여 명의 응시금지자들이 발생하고 있고, 이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현재 1543명에서 3500여 명이 되기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을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고요. 로스쿨을 통해 법조인의 꿈을 꾸다가 쫓겨난 이들은 미처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채 사회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도 고통받고 있고요. 이 불합리한 제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해요.
지금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오탈자가 될지도 모른 채 로스쿨을 간 것이라고 말하겠어요. 하지만, 내가 생을 다하는 날 가장 후회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후회 같은 건 없다. 잘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이 내 앞에 펼쳐지길 바라요.
그런데 아직 두렵고 무서워요. 기나긴 수험생활의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그 끝에 수만 가지의 길이 있는 기분이에요. 서둘러 한 발짝 내디디면 또 후회할까 봐, 새롭게 시작하는 그 갈림길에서 이도 저도 못 하고 가만히 서 있어요.
하지만 나에게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것 같은 이 상황이,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제일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5년 뒤, 10년 뒤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으면 좋을까 고민해보고, 로스쿨을 안 갔다면 과연 난 지금 뭘 하고 살았을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도움 주신 사랑샘재단 오윤덕 이사장님과 봉사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를 포함한 평생 응시 금지자가 된 분들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동안 공부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요. 졸린 눈을 비비며 억지로 잠을 깨고 졸음을 참아내야 했던 수많은 날들과, 울면서도 추스르고 공부했던 아픔들, 시험의 긴장감을 이겨내려는 노력들까지.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우린 스스로 기억하고 있어요. 눈에 보이진 않아도 우릴 더 단단하게 해줄 밑거름이 될 거예요.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살자구요! 사회 이곳저곳에 사는 1500여 명의 사람들이 당신의 아픔을 알고 있고, 행복해지길 마음 깊이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모두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