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3년 법원행시 최연소 김승혁씨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실패 원인 고민하고 다음 도전에서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
“거듭된 2차 고배에도 기본서 반복하며 꾸준히 점수 올려”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원행정고등고시는 각종 고시 중에서도 가장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으로 알려져 있다. 선발 인원 자체가 극소수인 데다가 공부해야 하는 분량도 매우 방대하고 시험 자체도 매우 어려워 진입장벽부터가 매우 높다.
그래서 법원행시는 다른 시험에 비해서도 수험 기간이 길고 합격자의 연령대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때문에 법원행시에서 최연소 합격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이번 2023년 법원행시에서 그런 커다란 성과를 이룬 최연소 합격의 주인공은 김승혁씨다.
합격자 발표 후 3주가량이 지났음에도 김 씨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기쁨보다는 안도의 마음이 크다. 또 부족한 실력임에도 운이 따라줘서 합격한 것인데 최연소라고 하니 부끄러운 마음이다”라고 합격 소감을 전했다.
김씨는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에 재학 중이다. 법학 전공이 아님에도 여러 고시 중에서도 합격의 문이 좁기로 유명한 법원행시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물었다.
그는 “법원에서 담당하는 업무에는 재판뿐만 아니라 등기, 공탁, 가족관계등록, 경매 등 다양한 비송업무가 있음을 알게 됐고 비송사건은 독촉, 경매 등 국민의 경제적인 부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법서비스의 중요한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중에서도 독촉은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확정판결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어 국민에게 보다 실용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보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답했다.
여러 자격시험이나 고시에 도전하는 수험생들 중 다수가 합격이라는 목표의 확고함과는 별개로 합격 이후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다소 막연한 인상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상당히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이 같은 뚜렷한 역할상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수험생활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2018년 첫 도전에서 1차시험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2차시험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1차시험에 빨리 합격했기 때문에 2차시험에서 거듭된 불합격이 더 큰 좌절이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고 최연소 합격에 이를 수 있었을까? 김씨는 “비법은 따로 없는 것 같다. 다만 내가 운 좋게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묵묵히 도전하며 실패했을 때는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다음번 도전에서는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패의 이유를 분석하고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구체적인 수험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이뤄졌을지 궁금했다. 김씨는 법원행시의 특징에 대해 “경향성이 없다는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어느 해에는 최신판례를 중요시하지만 다른 해에는 기본기를 중요시한다. 나아가 경향이 옅어지긴 했지만 단문도 출제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기본기는 무조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쌓기 위해 그는 ‘기본서를 꾸준히 반복’했다. 주요 단원을 읽은 후에는 법무사, 변호사시험 등 유관 시험의 기출문제를 풀어봤다. 김씨는 “최신판례의 경우 2차시험 막판이 되면 읽기가 벅차지므로 시간이 상대적으로 있을 때 틈틈히 읽어봤다”는 노하우를 전했다.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는 민법을 꼽았다. 그는 “3개년에 해당하는 최신판례를 출제한 해에는 상대적으로 점수가 잘 나왔지만 공보도 나오지 않은 극 최신판례를 출제해 기본기를 확인하려는 해에는 점수가 저조했다”고 했다.
그 원인으로 김씨는 기본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방법으로 ‘기본서 충실히 읽기’를 선택했다. 그는 기본서에 충실한 공부법에 대해 “느릴지는 몰라도 기본기를 쌓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차시험이 어려운 점은 단순히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출제자의 의도에 맞춰 답안에 논리적으로 현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자신만의 답안작성 방법을 찾는 것은 합격의 필수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씨의 경우 문제를 여러 번 읽어 쟁점을 파악하고 세분화되는 쟁점을 목차로 삼았다. 목차 밑으로는 개념, 취지 등의 기본 법리를 적었고 최신판례가 문제로 출제된 때에는 결론만 적시하지 않고 논거를 답안지에 현출하려 노력했다.
2차시험의 높은 벽을 넘었어도 마지막 면접 관문을 넘지 못하면 최종 합격에는 이를 수 없다. 김씨는 2차시험 합격자들과 함께 스터디를 꾸려서 면접시험을 준비했다. 스터디를 통해 얼굴을 익힘으로 인해 집단토론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효과도 얻었다고.
그는 면접시험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에 대해 “집단토론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하기보다는 타인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때는 가급적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제시할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최연소 합격자에게도 법원행시의 수험 기간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김씨는 법원행시를 ‘마라톤’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긴 수험 기간을 한결같이 이어가기 위해 그는 “어느 날은 공부가 잘된다고 무리하면 안 된다. 매일 주어진 할당량을 해내고 수면을 부족하지 않게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하루 종일 앉아 있어서 아픈 어깨와 허리를 풀어주기 위해 저녁식사 전에 가벼운 근력운동을 했다. 집에서 공부를 했기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집 주변을 산책하거나 가끔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오래 공부를 하다보면 여기저기 아프거나 체력이 달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김씨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체력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이었다고 한다. “1차는 상대적으로 일찍 붙었지만 2차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그는 “다만 매년 2차 성적이 향상되었기에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이 같은 경험은 그와 마찬가지로 길고 긴 레이스를 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도 담겼다. 김씨는 “극소수의 인원만 뽑는 시험이니만큼 도전하기가 두려운 시험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매일 묵묵히 걸어 나간다면 그 끝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 감히 말씀드린다”고 응원을 전했다.
그는 이제 “겸손한 자세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동료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품을 수 있는 법원공무원”이 되기 위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수험을 위해 달려온 길보다 훨씬 더 길고 어쩌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을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그를 응원하고 힘이 되어준 이들에게 진심이 가득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여러 번의 고배에도 제가 눈치 볼까 걱정하는 내색 하나 없이 물심양면 저를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가장 먼저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23살의 어린 나이에 공직에 들어선 남동생과 올해 원하던 명문대에 입학한 여동생에게 항상 뒤에서 잘 따라줘서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먼 곳에서도 항상 응원을 해주신 일가친척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저 혼자만의 힘만으로 합격을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