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급 공채에서는 ‘양성채용목표제’ 폐지 필요하다
인사혁신처가 올해 말로 폐지될 예정이었던 ‘양성채용목표제’를 더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향후 5년간(’23∼’27년) 제도 운영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균형인사지침’ 개정안을 지난 7일 행정예고했다. 정부의 균형인사 정책은 양성평등, 장애인, 지방‧지역인재, 이공계, 저소득층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며, 최근 사회적 다양성 확대에 따라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다문화, 북한이탈주민 등)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공공부문 전반의 균형인사 기능 강화를 위하여 이를 전담하는 ‘균형인사과’를 신설하고, ‘공무원임용령’을 개정(2017년)하여 균형인사 기본계획의 수립 및 이행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공직 내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정책 추진의 조직적‧법적 기반을 다져왔다. 올 하반기에는 제1차 기본계획을 마무리하고 ‘제2차 균형인사 기본계획(2023~2027년)’을 수립할 예정이다.
인사혁신처는 변동성과 복잡성,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 환경에서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과 스펙을 갖춘 인재의 확보와 맞춤 관리, 그리고 일련의 과정을 통한 공직문화 변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여성, MZ세대, 장애인 등의 공직 유입이 늘어남에 따라 조직 내부의 사회적 요구에 창의적이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의 다양성 관리가 더욱 강조되고 있고, 균형 잡힌 인사관리를 통하여 정부의 대응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의 인적 다양성 관리는 정부 서비스의 만족도 제고와 함께 사회적 가치 구현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균형인사정책은 더욱 강화,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균형인사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다. 그러나 균형인사 정책 중 ‘양성채용목포제’에 관해서는 고민할 대목이 있다. 양성채용목표제는 인사처 주관 국가직 5급 공채와 7‧9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과 행정안전부 주관 7‧8‧9급 지방공무원 공채 중 선발예정인원이 5명 이상인 시험단위 등에서 특정 성이 채용목표비율 30% 미달 시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다. 지난해 양성채용목표제를 적용하여 추가 합격한 인원은 국가직 여성 32명 및 남성 74명 등 106명이며, 지방직은 여성 48명, 남성 242명 등 290명이다. 그러나 계급별로 보면 중앙부처의 경우 9급 추가 합격인원 79명 중 남성 70명(88.6%)으로 절대다수였다. 하지만 7급에서는 13명 중 12명(92.3%)이 여성으로 압도적이었다. 5급에서도 14명 중 11명(78.6%)이 여성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성채용목표제가 되레 젠더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각종 성별할당제가 실력 있는 사람을 내몰고 불공정을 부채질한다’라는 취지로 비판하면서 ‘자리 나눠 먹기’라고 규정했다”며 “채용의 기준은 ‘성별’이 아니라 ‘실력’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강조하며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양성채용목표제의 폐지를 주장했다. 하 의원은 또 “성별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정책적 효과는 거의 없고, 오리려 채용 시장에서 남녀가 서로 편을 갈라 싸우는 젠더 갈등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여성 교원이 80%에 육박하는 초중고 교사 임용은 심각한 성비 불균형에도 남성할당제가 성차별이라며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정쟁의 취사·선택적인 태도는 오히려 남성을 역차별하는 부작용이 생겨났으며 이로 인해 남녀 갈등은 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하 의원은 “인사혁신처의 편파적 결정을 기대할 것 없이 아예 법을 뜯어고쳐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성채용목표제는 선발예정인원에서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이므로 특정 성에 유불리가 없다고는 하지만, 불필요한 젠더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5급과 7급에서 추가 합격 인원이 그리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사실 정책적인 효과도 미미한 셈이다. 그에 반해 남녀 간의 젠더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는 등 사회적으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5급 공채에서만은 양성채용목표제를 폐지하고 오직 실력으로만 선발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