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스쿨 합격수기] “로스쿨 입시, 새옹지마의 자세 필요”

2022-04-28     김동하

김동하‧2022학년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합격(14기)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2021년 법률저널 LEET ‘희망상’ 수상(14기)

 

“시간 너무 쏟기보다 ‘해야 할 리트 공부’만 하는 것 중요”
“모의고사는 푸는 연습도 있지만, 문제 외적인 연습도 중요”
“입시에 필요한 자세는 낙관도, 비관도 아닌 ‘객관’이 필요”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이번에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자교 법학전문대학원에 14기로 입학한 김동하라고 합니다. 처음에 수기 작성을 부탁받았을 때 이제 막 로스쿨에 입학한 제가 수기를 작성할 자격이 있는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작년에 입시를 준비하며 저 자신도 다른 분들의 수기를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기에, 올해 혹은 가까운 미래에 입시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이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작성되었으므로 공감되지 않으면 흘려 들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2. 리트

1) 공부했던 방식

우선은 당장 3달도 안 남은 리트에 대해 먼저 서술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트 공부에 시간을 너무 많이 쏟는 것은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이유인즉슨, 리트는 공부량과 성적이 일대일로 비례하는 시험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리트는 ‘로스쿨 입시’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시험이기에 리트에 대한 투자는 매우 특수한 투자라는 점에서 다소 소모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위의 말이 ‘리트 공부하지 말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당연히 리트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실제 리트를 치르는 데에도 도움이 되며, 공부량과 성적이 일대일로 비례하지는 않더라도 큰 틀에서 긍정적 상관관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해야 할 리트 공부’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리트를 공부했던 방식을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저는 기교적인 풀이법으로 리트를 푸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별도의 풀이법은 없었고 ‘지문 읽고 문제 푼다’라는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그 대신 언어이해의 경우 과학/기술 지문이 다른 지문들보다 비교적 까다롭다고 느껴 가장 마지막 순서로 풀었습니다.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공부는 다르게 했습니다. 우선 언어이해는 시간의 압박 속에서 지문을 정확하게 읽고, 문제를 빠르게 푸는 ‘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할당된 문제들을 꾸준히 풀어야 한다고 느껴 3월쯤부터 시험 때까지 매일 지문(평가원에서 출제한 비문학 지문들을 주로 보았습니다) 3세트 정도씩만 풀었습니다. 보통 지문 3세트를 풀고 채점하는 데 하루에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기에 매일 풀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편 추리논증은 언어이해보다는 문제를 풀고 시간이 좀 지나도 문제를 푸는 감이 유지된다고 느껴 매주 스터디에서 함께 문제를 풀고 해설하는 것 외에 따로 시간을 많이 들여 공부하지는 않았습니다.

 

2) 리트 스터디

혼자 공부한 것 외에도 저는 다른 학우들과 스터디를 조직하여 리트를 준비했습니다. 리트 스터디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강제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 혼자 풀 때보다는 다소 엄격한 분위기에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 문제를 틀렸을 때 논리의 허점을 짚어줄 사람이 있다는 점 등이 스터디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장점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스터디원들을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다행히 저는 함께 스터디를 꾸렸던 분들이 모두 성실하고 서로 마음도 잘 맞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리트 스터디는 대략 1월쯤부터 시작해서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 주 1∼2회 정도 진행했습니다. 함께 모여서 문제를 풀고(초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각자 집에서 줌을 켜고 진행했습니다), 틀린 문제나 어려웠던 문제 위주로 해설을 진행했습니다. 겨울방학에는 PSAT 상황판단과 언어논리, 그리고 MEET/DEET 지문들을 풀었고, 학기가 시작하고 난 뒤로 본격적으로 기출문제들을 풀었습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리트 기출문제를 풀 때는 실전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 실제 시험지 크기로 인쇄된 것을 구해서 풀었고, OMR 답안지에 마킹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PSAT 상황판단과 언어논리는 리트와 다소 괴리는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을 정해두고 검증된 문제를 푼다는 점에서는 좋았습니다. 문제를 푸는 것 외에 스터디원들과 매주 분야별로 책을 한 권씩 정해서 읽어왔는데 책을 많이 읽은 것은 비단 리트 준비뿐만 아니라 입시 전반에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3) 법률저널 모의고사

모의고사 시즌이 되어서는 법률저널 모의고사를 푸는 것으로 스터디 활동을 갈음했습니다. 법률저널 모의고사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렸습니다. 사람들이 많이들 지적했던 단점은 (특히 추리논증에서) 문제를 지나치게 꼬아서 낸다는 점, 실전 문제와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이러한 단점들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한편으로 이는 모의고사 출제기관과 실전 리트 출제기관이 다른 한 제기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저널 모의고사를 계속 응시했던 이유는 실제 시험을 치를 장소에서 여러 번 모의 시뮬레이션을 치른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의고사는 문제를 푸는 연습도 있지만, 문제 외적인 연습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번 모의고사를 쳐본 장소에서 실전을 응시하니 문제 외적인 부분들, 가령 화장실 위치, 책상 높낮이, 에어컨 바람 쐬기 등에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3. 자기소개서

이 부분이야말로 전체 수기 중에서 가장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 바탕을 둔 부분일 것 같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혹시라도 공감이 안 간다면 가볍게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1) 자기소개서를 쓸 때 가지고 있었던 생각

자기소개서를 쓰기에 앞서 저는 ‘왜 평가항목으로 자기소개서를 요구할까’라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결국 입시란 ‘왜 다른 지원자가 아니라 나를 선발해야 하는지를 설득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설득의 논거로 학점, 리트 성적 등이 사용되는 것이고,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정성 요소는 정량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부분들을 위해 사용되는 또 다른 강력한 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입시를 치르면서 소위 ‘잘 쓴 자기소개서’의 기준으로 진정성, 울림, 법학과의 연관성 등 몇 가지 전형적이고 정석적인 기준들을 많이 들었는데, 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러한 기준들을 접했을 때 저는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우선 이러한 정석적인 기준들이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느껴졌으며, 더욱 중요하게는 모두가 진정성 있고, 울림 있고, 법학과의 연관성이 있는 ‘잘 쓴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을 때, 그 ‘잘 쓴 자기소개서’가 여전히 설득의 논거로 기능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왜 다른 지원자가 아니라 나를 선발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것이 목표인데, 모두가 정석에 따라 ‘잘 쓴 자기소개서’를 가지고 지원하면 자기소개서는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결국 나머지 논거들인 학점이나 리트 성적에 따라 선발이 이루어지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 저는 ‘잘 쓴 자기소개서’보다는 ‘특이한 자기소개서’를 지향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만 가지고 있는 소재, 혹은 특이한 방식으로 자기소개서를 풀어내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2) 작성 과정

자기소개서는 쓰는 사람 처지에서는 자기 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 몇 명에게 자기소개서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리트 스터디를 같이 했던 분들과 함께 자기소개서 스터디도 이어갔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 자기소개서를 보여주면 여러 피드백을 들을 텐데, 그 피드백을 모두 반영하려 하면 오히려 중심이 흔들려서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도 본인이고 그 책임을 지는 것도 본인이기에, 어떤 피드백을 반영할지 취사선택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피드백 중에서 설득되는 피드백은 반영하되, 그렇지 않은 피드백은 의견으로서는 감사했지만, 자기소개서에 따로 반영하지는 않았습니다.

더하여, 먼저 로스쿨에 진학하신 선배들께 부탁드려 조언을 구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선배들은 먼저 입시를 치르신 경험이 있기에 또 다른 시각에서 피드백을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9월이 되면 로스쿨 학기가 시작해서 선배들이 바쁘리라 생각하여 8월 중순~하순쯤까지는 초안을 작성하고 피드백을 받으려 노력했습니다. 이때까지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리트를 친 다음 주부터는 바로 자기소개서 작성에 돌입해야 했던 것 같습니다.

또 자기소개서나 입시와 관련하여 온갖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식의 정보가 이때쯤 가장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저는 검증된 정보 외에는 딱히 귀담아듣지 않으려 했습니다. 여기서 검증된 정보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입시설명회에서 나온 정보입니다.

4. 면접

자기소개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는 스터디원들과 면접 스터디를 이어갔습니다. 면접 스터디는 각자 지원하는 학교의 기출문제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시간을 재서 면접 문제를 푼 뒤, 실제 면접을 보는 것처럼 다른 스터디원들 앞에서 문제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면접관 역할은 돌아가면서 맡았습니다.

서울대학교 면접의 경우 특이한 점은 면접 문제가 준비 시간에는 주어지지 않고 실제 면접을 볼 때 교수님께서 말로 질문한다는 점입니다. 즉석에서 주어지는 질문에 바로 답변하기 위해서는 준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준비 시간에 해야 할 몇 가지 준비 스텝(step)들을 정하고 이 스텝에 따라 준비하는 식으로 면접을 연습했습니다. 실전에서도 평소 연습해오던 스텝에 따라 준비 시간을 보낸 결과, 즉석에서 주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크게 후회되지 않는 선에서 답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로스쿨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차분함을 유지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면접장에서 교수님께서 질문하실 때 바로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 때에는 ‘잠시 생각해봐도 괜찮겠습니까?’라고 양해를 구하고 10초 정도 생각을 정리한 뒤 답변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실전에서는 두 번 정도 그랬던 것 같은데 오히려 성급하게 답변을 시도하기보다는 확실히 생각을 정리하고 답변하는 편이 나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5. 나가며

거듭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임을 강조했던 이유는 입시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제 생각이 마치 정답인 양 수기를 작성하는 것이 저어되었고, 또 작년에 입시를 치른 처지에서 입시가 쉽지 않음을 체험해봤기에 지금 입시를 치르고 계실 분들께 함부로 이런저런 말씀을 공개적으로 드리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저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합니다. 입시는 몇 개월, 길게는 그 이상 이어지는 장기 레이스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입시 과정에서 잘한 일도 있었고 못 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고 일희일비하기보다 그저 다음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한 것이 입시에 임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입시를 치르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세는 낙관도 아니고, 비관도 아니고, ‘객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옹지마의 정신대로 잘할 때 낙관하지 말고, 못할 때 비관하지 말고, 그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입시뿐만 아니라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힘든 입시 과정을 함께 한 스터디원들, 입시와 관련하여 이것저것 여쭤보면 아낌없이 조언해주신 선배들, 그리고 그 외에 도움을 주신 다른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