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내놓은 ‘제10회 변호사시험’ 대책에 제동 걸리나
공법 기록형 2문 전원만점 등 대책, 집행정지 등 청구
“전원합격 또는 합격자 증원 타당…대책위 구성 촉구”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무부가 제10회 변호사시험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들이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치러진 이번 변호사시험은 공법 기록형에서 모 로스쿨의 수업자료로 제공된 내용과 유사한 문제가 출제됐다는 논란에 이어 법전 밑줄 허용, 시험 종료벨 혼동으로 인한 답안지 조기 회수 및 답안 수정 허용 등 시험의 공정성과 형평성 등을 흔드는 논란이 잇따랐다.
이에 법무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는 지난 20일 제20차 위원회 심의를 통해 모 로스쿨의 강의자료 등으로 제공된 문제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공법 기록형 문제 중 행정법 기록형 문제(2번, 50점)에 대해 응시자 간 형평성과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응시자 전원 만점으로 처리하기로 의결했다.
법전 밑줄 허용과 일부 시험장의 시험 조기 종료 문제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입은 응시자들에 대한 구제책 대신 재발방지책의 마련이라는 소극적인 대책을 내놓는데 그치며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뿐만 아니라 전원만점으로 처리하기로 한 공법 기록형 문제에 대해서도 수험생들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이하 법실련)와 제10회 변호사시험 진상규명 및 대책을 위한 응시자모임은 25일 법무부가 내놓은 대책 등에 대해 헌법소원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행정심판과 집행정지 등을 청구했다.
먼저 ‘공법 기록형 제2문 전원만점 처리’ 결정과 관련해 해당 문제가 대부분의 응시자에게 불의타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미 학교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통해 해당 문제를 미리 본 응시자들은 신속하게 정확하게 답안지를 작성한 후 헌법 기록형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여할 수 있었던 점에서 문제를 미리 본 응시자들의 부당한 이익이 전원만점 처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만약 정상적으로 채점을 했다면 공법 기록형에서 과락점을 맞아 불합격했을 응시자가 50점 배점의 해당 문제가 만점처리됨으로써 과락을 면하고 경우에 따라 합격을 할 수도 있으며, 합격인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전원만점 처리로 인한 추가적인 합격자가 발생함으로써 원래대로라면 합격했을 자가 탈락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 외에도 헌법 기록형보다 행정법 기록형에 더 공을 들인 응시자나 선택형이나 사례형에 비해 기록형에 더 능해서 좋은 점수가 기대된 응시자, 민사법이나 형사법에 비해 공법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던 응시자 역시 전원만점 처리로 인해 불이익을 입게 된다.
‘법전 밑줄 긋기 등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마련’이라는 결정 역시 “제10회 변호사시험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해결하고 피해자들의 불이익을 시정하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실질상 부작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는 시험 실시 전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5일간의 시험 일정 동안 개인이 하나의 법전을 책상 위에 두고 사용하되 법전에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긋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일부 시험감독관이 밑줄을 허용하면서 논란이 일자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중간에 법전에 밑줄을 허용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법실련 등은 “이 자체만으로도 본질적으로 동일한 변호사시험 수험생을 차별한 행위”라며 평등의 원칙 위반을 지적했다.
법실련 등은 “시험행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부정을 외면하고 방치하는 이 사건 처분들은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해 청구인들을 비롯해 수많은 응시자들이 있는 그대로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변호사 자격을 검증받지 못하게 하는 심각한 불이익과 부정의를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사건 의결이 응시자의 불이익을 최소로 하려는 데 있다면 상대평가를 전제한 시험에서 불이익을 받는 이들을 최소화하는 대안은 전원합격 내지 합격자 수의 증가에서만 찾을 수 있다”며 “이 외에도 다양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결방법이 있을 것이고 이를 모색하기 위한 대책위원회 구성을 의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대안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진자 등의 응시금지 논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소송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당초 코로나19 확진자 응시금지 방침을 내놓았다. 앞서 치러진 공무원시험, 자격시험 등과 같은 조치였지만 확진자에 대한 응시 금지 자체의 부당성과 함께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응시기회에 제한이 있는 변호사시험은 한층 가혹하다는 비판과 함께 해당 공고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시험이 실시되기 하루 전인 4일 확진자에 대해서도 변호사시험 응시를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가처분이 나올 때까지 확진자 금지 방침을 유지함으로써 코로나가 의심되는 수험생이 검사를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직장암과 뇌경색 등의 투병을 하면서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어려움을 겪다가 이번 제10회 변호사시험이 마지막 응시 기회였던 로스쿨 졸업생 A씨는 코로나 의심 증상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확진자 응시금지 방침으로 인해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마지막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포기했다.
이에 A씨는 국가배상을 청구하면서 “경제적 사유, 건강상의 사유 등 응시가 불가능한 모든 사유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변호사시험 제도의 부당함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면, 부조리한 제도의 희생자가 나로서 끝일 수 있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내가 구제되는 첫 사례일 수 있다면 하고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