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1개월 만에 외교관후보자 최연소 21세 이채원 씨
이채원
2020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연소 합격
대전외고·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4학년 재학
“매일 노력하는 외교관이 되겠다”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2020년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종 합격자가 결정됐다. 올해 일반외교 분야는 총 1166명이 응시해 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47명이 최종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여성 합격자 비율은 52.9%(27명)로 지난해 48.8%(20명)보다 4.1%포인트 증가하면서 여풍(女風)이 거셌다.
최연소 합격자도 여성이 차지했다. 지난해 최연소 합격자는 1995년생으로 모두 5명(여성 4명, 남자 1명)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최연소 합격자는 여성 1명뿐이다. 최연소는 1999년생으로 만 21세에 불과했다. 최연소 나이가 지난해보다 무려 3세나 낮아진 셈이다.
스물한 살에 외교관후보자 최연소의 타이틀을 거머쥔 묘령의 재원은 바로 이채원(사진) 씨다. 그는 처음 합격 소식을 받았을 때 그리 미덥지 못했다고 했다. 워낙 공부 기간이 짧아 설마 내가 합격했겠느냐는 것이었다.
합격을 확인한 후 법률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합격을 축하한다는 말에 그는 “축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2차 합격한 것도 꿈만 같은데 합격 문자를 받고 너무 놀랐다. 사실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합격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맑고 청아한 눈빛을 가진 그는 외고를 나온 재원이었다. 이 씨는 대전외고를 거쳐 2017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에 진학해 현재 4학년 재학 중이다.
일반적으로 외교관이 되기 위해 외교학이나 정치외교 등을 전공하는 경향이지만, 이 씨의 전공은 남달랐다. 그래서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준비도 분명 계기가 있을 법했다. 그는 “식품자원경제학과라는 과가 생소할 수 있지만, 과에서 농업, 에너지, 자원 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에 대하여 배웠다”며 “이때 국내에서 자체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고 다른 국가와의 공조를 통해 식량, 에너지 안보 등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알게 돼 결국 이를 위해서는 타국과의 관계와 협력이 필요하며, 외교관이 이를 이루는데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외교관 도전 계기를 밝혔다.
고시에 입문해서 최종 합격까지 11개월 만에 단숨에 합격했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올해 1월부터 공부 시작해 1차, 2차, 3차까지 한달음으로 최연소의 타이틀까지 꿰찼던 것.
“PSAT 양치기하되 선지 정답여부 곱씹어”
“법률저널 PSAT만 응시…실제 장소 도움”
그의 PSAT 비결은 ‘양치기’였다. 올 1월부터 PSAT 공부를 시작한 탓에 마음이 급했다. 그 당시에는 시험이 연기되기 전이었으므로 시험도 2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모의고사 문제들과 기출문제를 닥치는 대로 풀었다. 그래도 성적이 안 나오는 것 같아 하루에 한 과목씩 거의 100문제 가까이 풀어보면서 성적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무작정 ‘양치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문제마다 왜 그 선지가 정답이고 정답이 아닌지를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시험이 연기되고 다시 일정이 나온 이후 하루에 기출문제를 한 세트씩 풀고 주말에는 안 풀어봤던 기출을 풀면서 제대로 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이 씨는 PSAT 전국모의고사를 응시하며 실전 능력을 키웠다. 그는 “법률저널 PSAT 전국모의고사만 응시했다”며 “혼자 공부를 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을 느끼고 실제 OMR 마킹까지 하는 것이 가장 모의고사에서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 이후에는 스터디원들과 모여서 풀기 어려웠던 문제들을 확인해보고 실수하는 유형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고 싶은 PSAT 전국모의고사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법률저널만 응시해서 다른 전국모의고사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법률저널은 응시생이 많고 응시기회와 장소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며 “특히 10회 차 응시 장소가 실제 시험장소와 같은 신도림중학교여서 실제 시험을 응시하러 갔을 때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올해 첫 PSAT 도전인데 1주일 전 마무리는 어떻게 했을지 궁금했다. 그는 “시험이 연기되면서 문제를 재출제하였다는 소식에 더욱 걱정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그래서 더욱 멘탈관리를 위해 풀었던 기출문제를 풀고 OMR 카드를 작성하는 것까지 연습했다. 실제 시험장에서 먹을 점심도 한 메뉴로 똑같이 먹고 쉬는 시간에 스트레칭하는 것까지 시험날을 시뮬레이션하며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헌법의 경우 고등학교 때 한번 접한 이후 처음이어서 우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책을 꾸준히 읽는 것은 부담돼 문제부터 풀고 틀린 부분의 파트를 책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시험 전에 보지 않았던 부분들을 확인하면서 최대한 놓치는 부분이 없게 하려고 했다.
“2차 공부, 경제학 주력 과목 삼아”
“배운 내용 완벽히 외우려고 노력”
그의 2차 공부는 경제학을 주력 과목으로 삼고 집중했다. 경제학은 대학에서 배워 익숙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매일 경제학 문제 20문제는 풀려고 노력했고 그 이외의 시간을 국제정치학과 국제법에 분배했다. 우선 기본적인 내용은 ‘인강’으로 이해하고 배운 부분들을 책으로 다시 점검했다. 다만 국제정치학은 시간이 없어 주요 이론들만 확인하는 것에 그쳤다. 국제법은 조문을 알았다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돼 주요 조문 중심으로 공부한 게 주효했다.
이번 2차에서 어려웠던 과목을 묻자 국제정치학을 꼽았다. 답이 딱 떨어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답이 여러 가지일 수 있는 국제정치학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다는 것. 그래도 그는 “내가 쓴 답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했다”며 “올해도 국제정치학 3문이 가장 어려웠는데 내가 생각한 것이 정답일 것이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답안지를 채워갔다”고 했다.
초시인 탓에 답안작성이 어려웠을 법한 그의 요령은 뭐였을까. 그는 “2차 답안지 경험이 많이 부족해서 집에서 매일 50점∼200점을 써보려고 노력했다”며 “처음에는 시간 내에 쓰는 것도 어려웠고 손목도 너무 아팠는데 점점 연습할수록 시간도 빨라졌다”고 했다.
이어 그는 “출제자가 문제를 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서, 질문을 읽으면서 쟁점이나 생각나는 개념을 다 적어두었다”며 “써둔 내용을 바탕으로 초안을 잡았는데 이것이 글의 전체적인 윤곽을 만들고 유기적인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아무리 공부에 일가견 있는 그였지만, 단기간에 생동차로 합격한 비결이 가장 궁금했다. 특히 그는 1차시험 후 약 3개월의 시간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우선 주력 과목인 경제학을 매일 풀었던 것이 가장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며 “그리고 쉬운 문제들은 다 풀고 나온다는 생각으로 배운 내용은 완벽히 외우려고 노력했다”며 반복과 정리가 최단기 합격의 비결이었다.
3차 면접 준비에 대해 그는 “2차 합격 이후 합격자들끼리 따로 준비하기 때문에 그 부분만 따라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처음에는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도 떨 정도로 힘들어했지만, 면접 때에는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는 그는 “면접 때는 자신감과 떨지 않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며 “내용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면접관 대부분은 제 손과 눈을 보시면서 제가 어떻게 답변하는지를 보려고 하시는 듯 보였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올해 면접은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서 집단토의가 없어졌다. 대신 개인발표에 영어가 들어갔다. 자기기술서 질문은 ‘후쿠시마 원전수 방출에 대한 내용’이 출제됐고 이를 해결해야할 필요성과 외교적인 해결방안을 작성하고 발표하는 식이었다. 개인발표는 ‘인권과 경제 문제충돌 시 대응’을 묻는 문제였다.
올해 코로나 때문에 밖을 나갈 수가 없어서 집에서 스트레칭을 한 것이 그의 유일한 건강관리였다. 그리고 매일 7시간의 수면시간을 확보한 덕에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모든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그도 올해 코로나19로 시험 일정이 변경된 것이 수험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는 시험 준비할 시간이 더 주어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부족했던 것을 더욱 채워 넣으려고 했다.
수험 중 스트레스에 대해 그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올해는 밖을 나가는 게 제한돼서 ‘집밥’ 해먹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도 매일 노력하는 외교관이 되겠다”고 밝힌 그의 포부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지금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하자 이 씨는 “올해 시험이 변수가 많았던 만큼 내년 일정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며 “그래도 일정이 어떻게 되든 내가 공부하는 해에 꼭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다”며 힘찬 응원을 보냈다.
끝으로 그는 오늘의 그를 있게 한 많은 분께 감사의 말을 남겼다. 그는 “항상 곁에서 도움을 주신 엄마, 아빠를 포함한 모든 가족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그리고 저를 항상 응원해주는 친구들, 선후배님들과 면접을 도와주신 모든 분께도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며 인터뷰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