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년 반 만에 외교관후보자 최연소 합격 김한슬 씨
“자신을 믿되, 합리화하지 않을 것”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응시자 1,192명의 경쟁(31대 1)을 뚫고 41명이 최종합격한 2019년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1차 PSAT(공직적격성평가시험), 2차 논술, 3차 면접의 치열한 경쟁에서 합격한 이들은 향후 국립외교원에서 1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 대한민국 외교공무원이 된다.
합격자 평균연령이 27.4세였고 1995년생(24세) 5명이 최연소 합격의 영예를 얻었다. 김한슬 씨도 최연소에 들었다. 한슬은 ‘큰 슬기’ 뜻이란다.
대구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김한슬 씨는 애초에 외교관의 꿈을 안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 현재 경제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4학년 재학생이다. “최연소라는 것을 듣고 조금 놀랐지만, 최종합격한 것에 감사하고 너무 다행”이라고 했다.
2016년 2학기에 한국사 등 자격요건을 미리 갖췄던 김씨는 2017년부터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언어에 흥미가 있었고 고교시절 영자신문부에서 활동하면서 국내외 이슈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것이 외교관 도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2년 반 만에 외교관 진입의 꿈을 이룬 김씨는 PSAT을 어떻게 준비했을까. 뜻밖에 2차 공부보다 피셋이 훨씬 더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미련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초시 때는 자료해석 기본강의만 인강으로 듣고 계속 기출풀이를 했지만 자료해석에서 고전한 탓에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2차시험 준비기간에도 토요일에 자료해석 기본서를 복습했고 올해 1차시험 준비기간에는 세 과목에 대한 모강 풀이와 기출풀이를 계속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올해 1차도 매우 아슬아슬하게 합격했는데 제 방법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말에는, PSAT 준비과정이 녹록지 않았음을 엿보게 한다.
PSAT 전국모의고사는 한번쯤은 응시해 보되 그 이후로는 개인적 판단에 달린 것이라고 소신을 폈다. “초시 때 가장 많이 보는 법률저널 전국모의고사를 한 회차 응시한 경험이 있다”는 김씨는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실전 시간표에 맞춰서 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저는 모의고사 응시 당일에는 체력적 한계로 다른 공부를 더 하기가 힘들어 재시 때에는 전국모의고사를 응시하지 않고 필요한 공부를 개별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험 1주일 전에도 기출 및 모의고사를 풀었다. 시험장에 가져가서 시험 전에 볼 핵심을 정리한 것을 과목별로 A4 앞뒤로 한 장, 즉 두 페이지 가량 써서 준비했고 시험 전날에는 오래 걸렸던 문제나 어려운 문제를 모아두었던 것을 다시 한 번 풀었다.
헌법과 관련, 기본강의는 초시 때 인강으로 수강했고 재시 때는 별도로 수강하지 않았다. P/F제로 시행되는 탓에 만만하게 볼 수 있지만 자칫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는 법. 초시, 재시 때 모두 기출해설집을 계획을 세워 매일 조금씩 풀며 매일 해당 부분의 기본서를 정독하고 그 부분의 기출을 푸는 방식으로 대비했다. 특히 “파이널 모의고사강의를 수강했다”며 “개인적으로 작년과 올해 헌법이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1차시험은 객관식이었다면 2차 논술시험은 최종합격까지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김씨는 경제학의 경우 기본서 읽기와 문제풀이의 병행이, 국제법은 양이 매우 방대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노트 정리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정리하고 줄여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정치학은 이론을 잘 정리하고 이를 현실 이슈에 적용해보는 연습이 주효하다는 조언이다.
그에게는 통합논술이 가장 난해하고 어려웠다. 개별 과목과는 달리 문제가 묻고자 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시험 한 달 쯤 전부터 스터디를 만들어 모든 기출을 시간을 재고 쓰고 서로 코멘트를 하면서 준비했다. 그럼에도 스터디를 통해 답이 도출되지 않는 문제는 학원 강사들에게 개인적으로 문의를 하는 등 악착같은 근성을 보였다. 관계 강사들에게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씨는 학원강의 수강 시 모의고사에 진지한 자세로 임했고 국제법과 국제정치학의 경우 답안특강을 수강했다. 경제학은 2차 기간에 친한 언니 한 명과 기출풀이 스터디를 진행했다. 논리적 답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그는 “시간을 재고 푸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더더욱, 한 문제를 풀더라도 충분히 고민하고 써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종관문인 면접은 어떻게 뚫었을까. 2차 합격자들끼리 전체 스터디를 통해 많은 부분을 준비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인성면접 예상 질문을 만들어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면접시험은 사기업 시험과 달리 공무원을 뽑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면 좋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외교관후보자시험은 장기간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한다. 근처에 있는 필라테스 학원을 다녔고 2차 기간에는 바빠서 가지 못한 채 중간중간 스트레칭 정도였다.
특히 2차시험 2주 전에 오른손에 반깁스를 했던 터라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상황. 진통제를 먹으면서 공부하고 실제 시험을 칠 때도 진통제를 먹어가며 글을 써야 했다. “이 시기에 운동을 안 한지도 오래돼 허리와 다리 모두 아팠는데, 이것을 핑계로 공부를 안 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다”고 했다.
독서실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고향 친구와 통화를 했던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었고 이때 힘든 일도 서로 나누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잠을 푹 자는 것도 그의 스트레스 극복법 중 하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너무너무 힘드실 텐데,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묵묵히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신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며 수험생들에게 위로의 말을 던졌다.
아울러 “오늘이 있기까지 큰 힘이 되어준 우리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한다”며 “응원과 위로를 보내주었던 사랑하는 친구들, 선배님들, 후배님들에게, 또 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께도 모두 정말 감사인사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한슬 씨는 “오늘날은 더욱더 외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외교관이 된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는 외교관이 되겠다”고 미래 외교관으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끝으로 “너무나 불안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믿되, 합리화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올해 떨어지더라도 미련이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다”며 그만의 합격 비법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