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소 변경 이유 있다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등 국가고시의 시험장소 변경에 대한 공론화가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시험장소는 대다수 수험생들이 연고를 두고 있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결정돼 수험생들의 불편은 물론 경제적·시간적 낭비가 많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과거 행정의 권위주의·편의주의·소극적 관행이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사법시험의 경우 원서접수자가 2만7천여 명이었다. 그중 서울에서 원서를 접수한 수험생이 2만여 명이었고 전체의 75%이상을 차지해 대부분 수험생들이 서울에 몰려있다. 그중 70%이상의 수험생들이 신림동 고시촌에 집중돼 있는 현실이다. 물론 행시, 외시 등 다른 국가고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본지 사이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험장소 변경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도 고시생의 70%정도가 '찬성'으로 나타나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서울의 시험장은 광진구, 은평구, 성동구, 중구 등 고시촌이 밀집해 있는 관악구에서 멀리 떨어진 중·고교에서 치러졌다. 수험생들의 입장에선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민 행정서비스의 질적인 면에서 본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닌가. 또 고사장마다 거리 차가 심해 수험생들간 시험장환경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돼 공정한 시험을 위해선 고사장도 비슷한 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시험을 관장하고 있는 법무부와 행정자치부는 교통난과 시험문제지 이송 문제로 인쇄소 최근접지를 시험장으로 선택해야하는 등의 현실적 이유로 신림동 근처에서 시험을 치르기 어렵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고사장 확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용 시험장이 없는 상황에서 고사장 임차료 등이 다른 시험보다 낮은 데다 학교교사를 시험감독으로 위촉하지 않아 학교측에서 장소제공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임차료는 국고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청소비만 학교측에서 인부들에게 지급하는 현실에서 고사장 확보가 여간 힘들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그러나 법무부와 행자부는 행정의 생산성,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행정의 적극성이라는 큰 틀에서 시험장소 변경을 적극 검토할 단계라고 본다. 그 이유는 첫째, 비용과 편익의 측면에서 볼 때 편익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특히 사시나 행시 등 2차 시험의 경우 전체 수험생의 80%이상인 5천여 명이 신림동 고시촌에 연고를 두고 수험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수험생들이 고시촌에서 먼 거리에 있는 2차 시험장인 K大와 H大에서 치르게 됨으로써 시험기간 동안 지불하게되는 사회적 비용은 막대하다. 둘째, 신림동에는 수험생을 위한 숙박시설과 독서실 등 시험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수험생들이 시험기간 내에 편안한 마음으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칠 경우 수험생들의 시간과 비용절감은 물론 야기되고 있는 고사장환경의 형평성 문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시는 수험생들에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험인 만큼 법무부와 행자부는 시험장 변경에 따른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행정편의보다는 수험생의 편의를 먼저 배려하는 차원에서 시험장소 변경을 적극 검토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줄 때 행정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담보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