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도 채점기간 대폭 당겨야

2005-11-08     이상연

 

행정고시 제2차시험 합격자 발표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의 마음은 불안과 초조함으로 편치 않을 것이다. 떨어지면 말할 것도 없이 또 한번 심신이 괴로울 것이고 붙더라도 면접시험이라는 또 하나의 관문이 예전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명단을 확인하기까지는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이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의 처지가 딱하기만 하다. 특히 행정고시의 경우 사법시험과 달리 면접시험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터여서 시험을 치른 후 최종 발표까지 거의 반년씩이나 아슬아슬한 마음을 스스로 보듬어가면서 하루하루 보내야만 하는 수험생들의 그 고통은 헤아리기 힘들 것이다. 


시험을 치르고 수많은 수험생들이 공식적인 발표로 확인을 받기까지 수개월 동안의 구구한 소문과 예측으로 심리적 공황을 겪어야만 하는 일을 단지 하나의 대물림으로 치부하거나 수험생 자신들의 문제로만 탓하기에는 그 정도가 막대하다. 게다가 1차시험 유예제가 폐지된데다 면접시험에서 불합격할 경우 또 다시 1차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2달밖에 없어 공부하기에 벅차다는 것이다. 결국 면접까지 봤다가 아쉽게 떨어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점이다. 미리 대비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부를 하려 해도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고 딱히 달리 할 일도 찾지 못해 시간이 빨리 지나기만을 바라는 게 수험생들의 생리가 아니겠는가.


이런 사정하에서 더 이상 이같은 문제점을 묻어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법무부가 적극적인 개선책의 하나로 분할채점제도를 전격 도입해 채점기간을 무려 50일이나 앞당겨 수험생들의 환영과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수험생들에게 불안정한 대기기간을 줄여준다는 것은 수험생활 중 허비되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인 만큼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높이 평가될 일이다. 행정고시의 경우 직렬이 많아 사법시험처럼 분할채점제를 도입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올해 행정고시에서 일반행정직과 재경직의 필수과목의 경우 문제를 다르게 출제함으로써 채점기간을 단축할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 행정고시 2차시험 응시자는 사법시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오히려 채점기간은 월등히 길어진 것에 수험생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도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왔듯이 수험생들에게 있어서 발표일을 앞당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면 이제 획기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채점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절차가 많다거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지켜봐야 하는 수험생들은 심란할 수밖에 없다. 발표시기가 길어질수록 수험생들은 심리적 공황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로 인해 불합격되는 수험생들은 다음 1차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턱없이 짧아 제대로 수험준비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돼 발표일이 빠르고 늦음이 수험생들에게는 중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채점기간 개선방안의 핵심은 채점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중앙인사위원회는 내년도 시험일정에 채점기간을 줄여 발표일을 최대한 앞당겨 달라는 수험생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발표가 왜 이렇게 늦어?'라는 수험생들의 궁금증이 내년엔 깔끔히 해소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