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무부 탈검찰화, ‘특정 세력’ 자리 만들기 꼼수인가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검찰개혁을 진행해 왔다. 그 일환으로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속도감 있는 탈검찰화를 추진하기 위해 검사장급 검사가 맡았던 실·국·본부장 7개 직원 중 6개 직위를 비검사 출신들에게 개방했다. 부장급 검사가 맡던 과장 직위도 국제법무과장을 포함해 4자리가 외부 전문가에게 돌아갔다. 상사법무과장, 인권구조과장에 대한 채용 절차도 진행 중이며 검사가 맡는 법무부 주요 보직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에는 그동안 검사로 보하던 법무실 법무심의관을 개방형 직위(고위공무원단 나등급, 임기제)로 채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홍보담당관도 외부 채용을 진행하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의 이러한 탈검찰화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탈검찰화의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특정 출신끼리 감투 나눠 먹기 잔치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탈검찰화지만 특정 세력을 위한 자리 만들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다. 법무부와 법제처 등 주요 부처의 요직을 꿰찬 것은 물론 법조 관련 각종 위원회와 외곽단체장에 속속 민변 출신이 임명되고 있다. 법무부 법무실장에는 민변 이용구 변호사(23기)가 기용됐다. 이 실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의 국회소추위원 대리인도 맡은 인물이다. 법무부 인권국장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자리에도 민변 출신이 각각 입성했다. 과거 검찰 간부들이 맡던 실·국장과 본부장 여섯 자리 가운데 세 자리를 꿰찬 셈이다.
김외숙 법제처장(21기)도 민변 출신이다. 김 처장은 4월 대통령 경호처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경호를 계속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려 ‘코드 해석’ 논란을 불렀다.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민변 출신의 대학교수가 임명됐다.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공단 이사장은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공단 노조가 ‘적폐 인물’이라며 파업을 벌이자 법무부가 감찰을 벌인 끝에 해임시켰다. 예상대로 그 자리에도 민변 출신 인물이 앉았다. 조상희 신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민변 소속으로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핵심 멤버다.
법조계 외곽단체에도 민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각종 개혁 위원회가 민변 일색으로 채워졌다. 작년 말 발족한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위원 9명 중 6명이 민변이다. 위원장 김갑배 변호사(17기)를 비롯해 6명이 민변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인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12기) 역시 민변 회장을 역임했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도 민변 출신이 포진하고 있다. 작년 9월 임명된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31기)은 민변 사무총장 출신이다. 민변 출신 첫 대법관 탄생도 유력하다. 민변 회장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17기)가 대법관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그 밖에 감사원 감사위원은 물론이고 공무원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장, 공영방송 이사까지 민변 소속 인사들이 차지했다.
이같이 문재인 정부 들어 ‘인력송출회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민변의 질주가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은 민변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그 배경이다. 문 대통령은 민변의 창립 멤버로 20년 넘게 활동하다 대통령 당선 직후 탈퇴했다. 참여연대 출신들이 정부 요직들을 두루 차지하더니, 이젠 민변이 권력으로 가는 출세 코스처럼 돼 버렸다. 전체 변호사의 5%도 안 되는 민변으로의 ‘과도한 쏠림’이 사법 안정을 훼손하고 정치세력화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찮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법무부의 ‘민변화’라고 꼬집을 정도로 특정 세력의 편향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정치색이 짙은 특정 세력의 공직 임용은 결국 정권 편향으로 기울어지고 ‘이너서클’을 형성해 사법 권력을 좌우하는 또 다른 적폐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