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호선 교수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정의’
추상적 담론 넘어 구체적 실천 방안까지 제시
보편적 ‘생애기반자산’ 통한 불평등 문제 해소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까지 큰 이슈가 됐던 가상화폐 광풍을 떠올려보자. 수많은 이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고 큰 돈을 투자했다.
혹자들은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한탕주의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팍팍한 삶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쫓겨날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희망 없는 현실이 그들을 가상화폐에 빠져들게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모 웹툰 작가의 짧은 만화 한 편을 통해 과도한 빈부격차,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의 문제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회사에 입사한 개미군은 열심히 일을 하며 저축을 하는 반면 베짱이군은 부모가 사준 2억짜리 집에서 살면서 매일 놀기만 한다.
3년 후 개미군은 알뜰살뜰 월급을 쪼개고 아껴 3천만원을 모았다. 서울에서 작은 전셋집 한 칸도 마련할 수 없는 돈이지만 말이다. 반면 놀기만 했던 베짱이군의 집값은 3억원이 올라 개미군과 베짱이군이 가진 재산의 격차는 2억에서 4억 7천만원으로 더 벌어졌다. 개미군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점점 더 커지는 빈부격차에 열심히 일을 할 의욕을 잃는다. 유명한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의 교훈이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야기다.
물론 노동과 노력이 가치를 갖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위기 의식을 가진 이들은 쭉 있어 왔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관심을 모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의 의문도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교수는 6년전 마이클 센델 교수가 일으킨 정의 신드롬 속에서 하나의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는 건데?’
그는 “이 도발적인 질문은 저자 샌델이 아니라 대학에서 정의가 바탕이 되는 법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끊임없이 나를 짓눌러왔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같은 불만은 추상적 담론으로서의 정의가 아니라 현실에서의 방법론이 될 수 있는 정의론을 구성해보리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됐고 6년에 걸친 고뇌와 연구의 소산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정의’가 탄생하게 됐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정의’가 제시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한 핵심적인 방법은 ‘생애기반자산’이다. 출생과 동시에 각자에게 부모의 소득이나 배경과 무관한 일신전속적이고 보편적 자산을 제공함으로써 불평등과 빈곤, 이로인한 심리적 격차와 좌절, 소외, 그리고 그 현상으로 나타나는 결혼 회피, 저출산, 높은 자살율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사회적 활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활력있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사회적 이동성, 사회적 기대가능성, 사회적 성취가 보장되는 사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생애기반자산을 위 3가지 요건을 갖추는 방법으로 제안하면서 생애기반자산 제공을 위한 재원 마련, 지급 방법을 아우르는 구체적인 실현 방법까지 다루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정의’는 막연히 부르짖기만 하는 정의가 아닌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정의,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정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화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