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시험 고교과목 도입’ 부작용만 낳았다

2017-11-30     안혜성 기자

고졸자 공직 진출 효과 미흡…전문성 부족 문제
감사원, 인사처장에 시험과목 조속한 개편 촉구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9급 공무원시험 선택과목에 고등학교 과목 도입’이 당초 목표한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부작용만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30일 발표한 ‘국가공무원 인사 운영·관리 실태’에 따르면 고교과목 도입 이후 9급 공채의 고졸 합격자는 오히려 줄었고 일선에서는 인사관리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는 고졸자의 공직 진출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2년 ‘공무원임용시험령’을 개정,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에 수학, 과학, 사회의 고등학교 교과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도입하고 기존 필수과목 일부를 선택과목으로 변경, 수험생들이 고교과목 또는 행정법, 행정학, 세법학 등 기존에 필수과목으로 치러지던 직렬별 전문과목 중 2개를 선택해 시험을 치르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도입 당시부터 실효성 및 전문성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시행된 후로도 수험생들 및 일선 부서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그간의 우려와 평가가 현실로 드러난 것으로 지난 2011년 1.7%였던 고졸 합격자는 선택과목 제도가 도입된 2013녀부터 2016년까지 4년간 평균 1.4%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고졸 합격자의 비율이 1.2%에 불과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감사원은 “1985년 57%였던 고졸 9급 합격자가 2011년 1.7%로 하락한 주요 원인은 1985년 36.4%였던 고졸자의 대학진학률이 2011년 72.5%로 증가하는 등 고졸자 수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시정하는 데 시험과목 개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고교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른 응시생 중 98.3%가 대학교 졸업학력자라는 점도 선택과목 제도가 당초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고교과목의 선택과목 도입은 제도 도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제도 도입 이래 4년간 전체 합격자의 58.1%(11,626명 중 6,739명)가 1개 이상의 고교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렀으며 그 비율도 2013년 40.1%, 2014년 48.6%, 2015년 65.3%, 2016년 67.8%로 매년 상승하는 등 수험생들의 고교과목 선호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교과목을 선택하는 합격자가 늘어날수록 부작용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교과목을 선택한 합격자가 해당 분야의 행정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본적인 능력과 지식을 갖추지 못해 각 부처들이 신규직원 교육 및 인사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

인사처는 2017년 7월 고교과목을 포함하는 선택과목 제도 도입의 도입이 행정 관련 전문성을 약화시킨다는 학계의 지적과 법무부, 국세청 등의 반대 또는 보완의견에 대해 “면접에서 실무역량을 평가하고 합격 이후 실무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전문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여러 직렬 중 전문성이 특히 강조되는 세무직 9급의 경우 전문성 하락의 부작용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세무직 합격자 4,758명 중 3,226명, 즉 합격자의 열의 일곱이 세무업무 수행에 필요한 세법이나 회계학을 전혀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서 세무직 9급 신규 임용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회계실무 과정 합격률도 선택과목 제도 도입 전인 2012년 47.1%에서 2016년 9.9%로 폭락해 인사처의 입장과는 달리 실무교육만으로 전문성을 제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 외에 보건복지부, 산림청, 특허청,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병무청 등도 현장근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9급 공채 시험과목에 반영하거나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개편이 필요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처럼 선택과목 제도의 부작용과 논란이 커지자 인사처는 지난해 1월 연두 업무보고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제 업무에 필요한 전문 과목을 최소 1개 이상 선택하도록 개편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에도 각종 포럼이나 업무보고 등에서 제도 개편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올 3월 17일이 되어서야 ‘미래대비 충원방식 개선방안 연구용역’ 계획을 수립, 발주하는 등 시험과목 개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인사처장은 고등학교 졸업학력자의 공직진출 확대라는 제도의 도입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각 부처 인사관리의 애로를 초래하고 있는 국가직 9급 공채 시험과목을 조속히 개편하는 등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으며 인사처는 “시험과목 개편이 필요하다는 감사결과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잦은 시험 제도 변경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불편은 최소화하면서 공직 전문성은 살릴 수 있는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