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특허심판 대리 제한 실무관행 시정 촉구

2017-07-07     안혜성 기자

“변리사 등록 않은 변호사 대리 막는 관행 위법해”
특허심판 강제전치제도 폐지 등 현 제도 정비 요구
특허심판 단계 전문적 내용 정리
판결 용이 반박도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은 7일 “변리사로 등록하지 않은 변호사의 특허심판 대리를 막는 위법한 실무관행을 개선하고 특허심판 강제전치제도를 폐지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의 직무에 관한 변호사법 제3조 및 제109조의 규정에 따라 변호사는 당사자와 그 밖의 관계인의 위임이나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그 밖의 공공기관의 위촉 등에 의해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전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이 제대로 재판 받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아닌 자는 행정심판 또는 심사의 청구나 이의신청, 그 밖에 행정기관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을 취급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대한변협은 “그런데 행정심판에 속하는 특허 등에 관한 무효심판 또는 권리범위확인심판 역시 기본적으로 변호사의 직무에 속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변리사로 등록하지 않은 변호사는 이를 대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위법한 실무관행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허청에 대한 대리를 주업무로 하는 변리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 등에 관한 무효심판 대리 역시 변리사가 독점하도록 하는 실무관행이 존재한다는 것이 대한변협의 주장이다.

대한변협은 “이러한 위법한 실무관행은 특허 등의 무효 여부를 사법기관인 법원이 아니라 행정기관인 특허청 소속 특허심판원이 판단하도록 강제하는 소위 ‘특허심판 강제전치제도’와 맞물려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허심판 강제전치제도에 따라 특허법원은 특허의 무효 여부를 직접 판결하지 못하고 특허심판원의 심결의 위법성에 관해서만 판결하도록 제한돼 있고, 이같은 특허심판 강제전치제도가 변리사로 등록하지 않은 변호사의 특허 등에 관한 무효 심판을 대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실무관행이 맞물리며 변호사들이 특허심판원의 위법한 심결을 취소하는 소송에 승소하고도 특허 등의 무효 여부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을 할 전권이 있는 특허심판원 사건을 대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대한변협은 “특허 등에 관한 분쟁은 의료소송 등 다른 전문적인 분쟁과 마찬가지로 민사, 형사 및 행정법과 소송법 제반 규정의 전문가인 변호사에게 맡김으로써 법에 따른 적절한 구제를 받을 수 있다”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식재산권법 전문변호사로 등록되는 변호사가 증가하고 지식재산 소송의 전문성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우리 법원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특허 등의 무효에 관한 사건을 변호사가 아닌 변리사에게, 법관이 아닌 특허청 공무원에게 전담시키는 현행 제도는 당사자, 즉 의뢰인에게 피해를 미치는 정도를 넘어 우리나라가 IP 허브 강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심각한 폐단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의 성명에 대해 김종선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는 “복잡하고 다양한 산업 환경 속에서 복잡한 기술에 대한 연구 결과물인 특허 등 지적재산권은 그 생성과 소멸에 대한 깊이 있는 제도적 이해는 물론 그 권리가 보호해야 할 기술에 대한 이해도 필요로 한다”며 지적재산권 보호의 특수성을 언급했다.

이같은 특성을 고려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특허에 대한 전문가는 일반적인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와는 다른 자격 요건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그에 상응하는 전문가로서 변리사 제도를 도입, 특허 등의 산업재산권의 전문가로서 국민들의 권리 창출과 보호를 위해서 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변리사법을 두고 있다는 것.

김 공보이사는 “변리사라도 모든 기술분야의 특허를 전문적으로 다 잘 다룰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데 변호사들은 모든 것을 다 잘한다고 주장하며 고객을 호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변호사들만큼 그 자격증 하나로 모든 전문적인 업무를 다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집단은 어느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현행 특허심판 강제전치주의에 관해서는 “복잡하고 전문화된 특허 등에 대한 심판을 특허심판원에서 판단하고 심결에 불복하는 경우 특허법원에서 우수한 재판관들이 기술 전문가인 ‘기술심리관’의 협조를 받으면서 사실심으로 판단하고 있어 국민들이 법원에서 판단을 받을 이익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전문적인 내용이 특허심판원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특허법원에서의 심리가 더 용이해지는 장점이 있다 것이 김 공보이사의 설명이다.

김 공보이사는 “특허 등에 대한 심판 없이 법원에서 판사가 바로 판단해야 한다면 특허법원의 기술심리관과 같이 기술적 이해를 도와 줄 전문가의 필요를 고려할 때 법률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이는 국가적 손실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산업발전과 기술보호, 법률소비자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변협이라는 이기적 단체의 이기적 주장이 타당한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변호사업계와 변리사업계는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 부여 여부, 특허심판 강제전치제도 존폐 여부, 특허 소송단계에서의 증거제출 제한 여부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