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말하는 로스쿨 개선책

2017-01-05     안혜성 기자

로스쿨 현황 진단과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실무교육 강화·로스쿨 입학정원 축소 방안 등 논의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로스쿨의 문제는 로스쿨 출신이 가장 잘 안다.”

지난 4일 개최된 「로스쿨 현황 진단과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협회장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만으로 3개 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년간 연구한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의 의미를 전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연구에 직접 참여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로 나서 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개진했다. 가장 큰 화두는 로스쿨의 실무교육 강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 및 취업난 해소 문제였다.

“로스쿨 실무 교수 비중 한국법조인 출신으로 50%까지 높여야”

실무교육 강화 방안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된 부분은 ‘실무교수 비중 확대’ 문제였다. 현행 법령상 로스쿨 실무교수 비중은 20%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국 법조인 출신이 아닌 외국 변호사, 즉 외국법 자문사를 비롯해 변호사 외에 세무사나 변리사 등의 법조유사직역 자격자도 포함돼 있어 실제 송무 등 실무를 교육하는 데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무교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한 가운데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한 결론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입법정책소위원회 소위원장 서태석 변호사는 “실무교원 비중을 30%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견해”라고 전했다.
 

평가분석소위원회 소위원장 허중혁 변호사는 보다 강화된 안을 내놨다. 그는 “우리 위원회는 한국 변호사로 50% 이상의 실무교원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정도는 돼야 사법연수원과 맞먹는 수준의 실무교육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허 변호사는 특히 실무교원에 관한 법령이 “변호사 또는 외국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를 실무교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을 문제시했다. 그는 “한국 법률 실무를 배우는데 외국 변호사가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실무교육 커리큘럼 구성에 관한 문제도 중요 논점으로 다뤄졌다. 로스쿨 커리큘럼 중 필수과목 비중이 35학점에 불과해 정작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민사재판이나 형사재판실무 과목 등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지 않고, 변호사시험 과목이 아닌 이들 과목을 전혀 수강하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태석 변호사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입학정원 대비 75%로 정해지면서 사실상 선발시험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로 인해 변호사시험 출제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 대한 공부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며 “변호사시험 합격 후 송무와 밀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민사집행법, 보존법, 형소법2 등의 과목은 선택과목에 해당해 위 과목을 이수하는 학생이 많지 않아 실무가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취지가 몰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실무과목을 확대하고 실무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또 개별 로스쿨 간 실무교육 편차를 극복하기 위해 실무과목에 공통교재를 개발해 사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허중혁 변호사는 실무교원에게 요구되는 논문실적이나 국제화·특성화 교육 등에 관한 평가 기준을 낮추고 실무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원연 변호사는 “실무과목 자체를 확대하고 이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변호사시험 과목이 아닌 과목이 필수과목이 되면 학업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지만 어느 정도는 해야 로스쿨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합격률 제고·취업난 해소→입학정원 축소 및 결원보충제 폐지 제안

현행 로스쿨 입학정원은 2,000명으로 이 중 75%인 1,500명가량이 매년 신규 법조인으로 배출된다. 변호사시험 탈락자가 누적되면서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낮아져 올해는 5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서 3년이라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매년 1,500명이 넘는 신규 법조인이 쏟아져 나오는데 송무시장은 이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다. 때문에 신규 법조인들이 열악한 처우로 근무하거나 개업을 강요당하고 결국 브로커 등의 유혹에 빠져들기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략발전소위원회 소위원장 김진우 변호사는 “변호사 비위는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해결 방안으로 결원보충제의 폐지 등 변호사 공급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결원보충제 폐지로 로스쿨의 학생들에 대한 교육서비스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결원보충제 폐지로 인한 로스쿨 측의 손실은 로스쿨을 4년제와 3년제로 나눠 운영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는 비법학전공자에 대한 충실한 교육 및 정당한 평가와도 연계된 의견으로 의대가 예과와 본과를 나누듯이 비법학전공자가 법학의 기초를 쌓을 기간을 주고 그 후에 로펌 등이 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하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서태석 변호사는 “우리 위원회는 입학정원 축수와 결원보충제 폐지, 유급제도 활성화 등을 통해 변호사시험 응시인원을 통제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입학정원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학교별 입학정원의 범위를 현행 150명에서 100명으로 낮추는 방안이 제안됐다. 이 경우 서울대 50명, 연세대와 고려대, 경북대, 성균관대, 전남대에서 각 20명이 감축된다. 여기에 결원보충제 폐지에 따른 감원을 고려하면 입학정원이 1,500명가량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입학정원 축소에 따라 변호사시험 응시 인원이 줄어들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현행 입학정원 대비 75%가 아닌 응시자 대비 75%를 최소합격인원으로 하고 각 시험과목의 4할 이상을 득점하면 합격하도록 하되 구체적인 합격자 결정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수급에 따라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졸업시험, 로스쿨 측 합격률 경쟁에 악용되고 있다” 폐지 의견 이어져

신기남 의원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졸업시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허중혁 변호사는 “졸업시험은 인권침해 문제”라며 “로스쿨들이 ‘졸업정원 대비 합격자’라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산출 방식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급제도가 존재함에도 정원이 적다보니 1~2학년 때 유급을 시키지 않고 3학년이 돼서야 졸업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며 “졸업시험에서 탈락한 사람은 무직자 신분으로 1년을 보내고 취업도 할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합격률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로스쿨들은 대부분 졸업시험 제도를 가장 철저히 운영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허 변호사는 졸업시험 악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입학정원 대비 합격자’를 기준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산출할 것을 제안했다. 입학정원 대비 합격자로 합격률을 산출하는 경우 졸업시험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학생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보다 충실한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지영 변호사는 직접 경험한 사례를 통해 졸업시험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임 변호사는 “우리 때는 14명이 졸업을 못하는 것으로 통보됐는데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학교 측에 전달했고 그 결과 10명이 구제됐다. 그런데 그 10명 중 9명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직접 경험한 당사자로서 정말 불합리한 제도”라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간·온라인 로스쿨 “실효성 없다”…투명한 정보 공개로 신뢰 형성해야

로스쿨의 진입장벽 완화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 야간·온라인 로스쿨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야간이나 온라인 로스쿨로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는 충실한 교육이 불가능하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변호사 배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태석 변호사는 “야간·온라인 로스쿨에 관해서는 현행 로스쿨들이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도입하겠다고 한 의도도 의심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임지영 변호사도 “야간·온라인 로스쿨이 거론된 것은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무마하려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주간으로 3년을 공부에만 집중해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에 불과한 상황에서 야간이나 온라인으로 한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다만 로스쿨 입시에서 법학 전공이나 지식을 묻지 않는 상황에서 법학전공자를 흡수하는 방안으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야간·온라인 로스쿨 도입 반대와 입학정원 감축이라는 의견이 로스쿨의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진입장벽을 더욱 높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김진우 변호사는 “정원을 감축한다고 해서 신분을 제한하는 것도 아니고 능력 있고 기준에 맞는 사람은 합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직업선택권이나 공무담임권 문제를 야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어 “로스쿨에 진입하지 못하는 문제보다 로스쿨에 진학해서 3년이라는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원연 변호사는 정원감축 및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 등에 관해 통일된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박 변호사는 “온라인·야간 로스쿨은 로스쿨 협의회가 언 발에 오줌누기처럼 얘기한 것이고 도입 취지도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길을 열어둔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야간·온라인 로스쿨이 제도화되면 직장인들이 로스쿨을 다닐 수 있게 한다는 취지와 달리 직장인이 아닌 야간로스쿨을 전업으로 하는 고시생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야간·온라인 로스쿨 보다는 예비시험 제도가 현실성 있는 논의라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 로스쿨과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과 LEET의 신뢰도를 높이고 반영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정호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에 대해 ‘현대판 음서제’, ‘돈으로 자격증을 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입학하는 사람을 정말로 공정히 뽑고 있는 지에 대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허중혁 변호사도 이에 동의하며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입학생의 정보를 거의 모두 공개하고 있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며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개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데 우리는 왜 그렇게 안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태석 변호사는 “개인정보 문제가 있어 세세히 공개하지는 못하더라도 성별이나 연령, 각 요소별 최저·최하·평균점수, 출신학교 정도는 공개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위원회 논의에서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김정호 변호사는 입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가장 정량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LEET의 반영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정량적 요소로 분류되는 항목 중 학점은 대학별로 격차가 크고 영어 등 어학은 사실상 ‘있는 집 자제’에게 유리한 요소라는 점에서 LEET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한편 대한변협은 지난 1년간의 연구결과와 이 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취합해 교육부, 검찰, 법원 등 관련 기관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