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대학교수회 “법사위, 로스쿨 압력에 굴복 말아야”

2016-11-22     이성진 기자

로스쿨원장단 입법저지 두고 “반법치주의적 이기주의” 비판
“로스쿨 폐지 안된다면 사시라도 존치시켜 선의경쟁 펼쳐야”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가 오는 24일 사법시험 존치 관련 법안을 상정, 논의키로 예정한 가운데 로스쿨측과 사법시험측 간의 신경전이 치열해 지고 있다.

이번 법안 상정 예고를 두고 22일 오전 전국 로스쿨 원장단[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이형규)]은 국회 법사위원장을 방문해 법안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전국법과대학교수회(회장 이호선)는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 측의 이같은 행동은 비민주적, 반법치주의적인 집단이기주의”라며 “국회 법사위는 로스쿨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응수했다.

법과대학교수회는 “작금의 혼란스러운 정국에는 눈을 감은 채 그 무거운 침묵을 자신들의 이익 앞에서는 과감히 깨뜨릴 수 있는 그 용감함과 무모함, 법치주의에 대한 경시, 특권의식에 같은 법학자로서 무한한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유감을 드러냈다.
 

교수회는 “로스쿨 원장들이 법사위원장을 찾아 집단으로 손 팻말을 들고 보이는 일련의 행태가 갖는 목적은 노골적인 입법방해와 해당 의원들에 대한 압력행사”라며 “국민 80%이상이 찬성하는 사법시험존치 관련 법안의 소위 논의조차 원천봉쇄하겠다는 이런 행태를 건전한 국민상식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로스쿨제도의 도입은 고시낭인 양산과 대학교 법학부의 고시위주 교육 등 사법시험의 병폐를 개선하고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 있는 변호사를 배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

교수회는 “지금의 로스쿨 제도와 그 운영자들이 보이는 행태는 사법시험의 병폐 정도가 아니라 망국병으로 이어질 불길한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며 “로스쿨은 경제적 최하위 15퍼센트를 들러리로 내세우면서 실질은 상위 10%, 고관대작 자녀들의 법복귀족화 도구로 로스쿨이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정녕 자부할 수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5월 교육부가 발표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실태조사 결과에서 로스쿨 교수들과 교직원 자녀 37명이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 여하한 실태조사도 한 바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교수회는 “이 중에 최순실의 딸 정유라와 같은 특혜 입학이 없었는지 교육부는 자신할 수 있는가”라며 정식으로 교육부와 감사원에 대해 전면적인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교수회는 로스쿨 교수들을 향해 “만약 우리 전국법과대학교수회 등이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제기하지 않았다면 그대들은 개선책을 마련할 조금의 양심이라도 가지고 있었는가”라고 물으며 “법학이 붕괴되고 있는데도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뭉개면서 달콤한 현실에 안주하려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로스쿨제도와 사법시험제도를 존치시켜 이미 엄청난 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법학이라는 학문이 살 길을 찾는데 양심 있는 로스쿨 교수들만이라도 동참하라고 호소했다.
 

이어 로스쿨 학생들에게는 “만일 그대들이 저기 경남 양산에서 오늘도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사법시험 준비생들이라면 지금처럼 로스쿨이 가진 문제점에 눈감고 기득권 뒤에 숨겠는가”라면서 “왜 공정사회를 만들자는 주장에 반대하는가”라고 꾸짖었다.

교수회는 “우리가 로스쿨제도를 폐지하라고 했던가”라며 “그저 특수한 계층만이 아닌 모든 국민이 헌법상의 권리를 가지고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고 하는 것은 여러분이 오늘도 펼치고 있을 헌법전 및 헌법교과서에 실려 있는 말 아닌가. 왜 상식을 거부하는가”라고 했다.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들 및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회는 “노무현 대통령이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려 할 당시 이미 연간 1,000명이상이 합격했기 때문에 사시를 통한 계층상승기능은 상실돼 있었다”며 “혹시라도 그대들도 서울대가 독차지 하고 있던 사법부를 개혁하고 싶었던 순박한 생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올해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들 중 수석 합격자는 전기, 전자 공학을 전공한 청년이고 법학 비전공자가 22%에 이른다. 그리고 43%에 달하는 합격자들이 30~34세로 나타났다. 사법시험 하에서 전공 및 인재 다양성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있다는 설명이다.  

교수회는 “로스쿨 교수들은 과연 30~34세에 달하는 자원이 서울의 소위 상위 몇 군데 로스쿨 문턱을 넘을 수 있는지 양심껏 답해야 한다”며 “나이로 차별하고 금전으로 가로막고 학벌로 족쇄를 채우는 로스쿨 제도에 우회로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집단적으로 모여 행동강령을 짜고 의원실에 협박과 회유 문자, 팩스 보내기, 후원금 보내기 등을 하는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의 법치를 맡길 수 있는지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이제 더 이상 논의를 늦추면 안 된다”며 “예정대로 국회 법사위 제1소위는 사시존치 관련 법안을 상정, 논의 후 법사위에 회부하고, 법사위는 본회의에 회부하여 국회의원 전체의 의사를 묻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수회는 “이미 거대한 기득권이 되어버린 집단에 의해 패자부활전, 공정이라는 사회적 희망의 통로가 점점 봉쇄되는 이 마당에 사법시험마저 폐지되면 그 힘의 남용과 오만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릴 것”이라면서 “로스쿨 폐지가 안 된다면 사법시험이라도 존치시켜 로스쿨을 견제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