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행정고시의 꽃’ 재경 수석 남기인씨

2016-11-09     안혜성 기자


“간절함과 긍정적인 마음이 합격 비결”
“봉사하는 책임감 있는 공무원 되고 싶다”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올해 유난히 남풍이 거셌던 5급 공채, 그 거센 바람 속에서 5급 공채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재경직 수석을 당당히 거머쥔 여성 합격자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긴 수험생활, 몇 번의 낙방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을 담금질하고 더 긍정적인 생각으로 공부한 끝에 가장 크고 아름다운 꽃을 차지한 주인공 남기인씨를 만나봤다.

먼저 수석 합격 소감을 묻자 남씨는 “우선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 나보다 뛰어난 분들이 많은 것을 알기에 과분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다만 긴 수험생활을 드디어 마칠 수 있게 돼 너무 다행이고 기쁘다”며 긴 레이스를 끝내고 결승선에 도착한 안도감과 기쁨을 전했다.

광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남씨는 공무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공직을 접하게 됐다. 전공인 경제학을 살려 국가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2010년 예비순환을 시작으로 5급 공채에 도전했다. 2차에 계속 낙방을 하면서 중간에 취업 준비를 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3차 면접시험에서 탈락하는 충격도 겪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합격에 이른 비결은 ‘간절함’과 ‘긍정적인 마음’이었다. 경험해 본 이들은 다들 공감할 면접탈락의 충격은 그에게 간절함을 더해주었다. 긍정적인 마음은 좌절하고 쓰러지지 않게 하는 보호막이 돼 주었다. 남씨는 “매일 ‘할 수 있다’고 되뇌며 모르는 부분이 나와도 좌절하지 않고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알게 돼 다행이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공부 방법론으로 들어가 보면 첫 번째 관문인 PSAT은 시험 직전 2달 전부터 준비했다. 스터디를 구성해 하루에 2~3과목씩 스터디원들과 시간을 맞춰 함께 풀고 각자 리뷰를 한 후 모르는 문제는 서로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시험 한 달 전부터는 리뷰에 더 신경을 썼다. 언어의 논리부분이나 자료해석의 간단한 공식은 계속 암기를 하려고 했다. 마지막 일주일간은 리뷰하면서 다시 풀어도 틀린 문제나 스터디의 질의응답을 통해 알게 된 창의적인 해결방식이 있는 문제를 따로 뽑아둔 것을 복습하면서 마무리했다.

2차시험에서도 스터디는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식사 직후에 하는 자습스터디와 답안을 돌려 보며 서로 첨삭해주는 스터디의 효과가 컸다. 또 문제풀이 스터디를 활용해 각종 수험 자료를 통해 최대한 많은 문제를 접할 수 있었다.

남씨가 생각하는 재경직 2차시험 핵심과목은 경제학이다. 답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중요하고 답을 맞히면 고득점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경제학은 재정학, 국제경제학과의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에 재경직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전략과목은 경제학이 아닌 행정법이었다. 재경직렬 수험생들 대다수가 경제학을 잘하기 때문에 행정법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2차시험 마무리는 과목별로 달리 했다. 경제학과 재정학, 국제경제학은 교과서를 마지막에 한 번 더 보는 방식으로 정리했고 행정법과 행정학은 학원 교재를 계속 반복해서 보면서 되도록 모든 문장을 그대로 암기하려고 노력했다.

답안작성의 경우에도 과목의 특성을 반영했다. 경제학 3과목은 그래프를 최대한 크고 깔끔하게 그리고 줄글보다는 최대한 수식으로 나타내려고 했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줄 바꿔 쓰기를 활용하기도 했다. 행정법은 판례를 최대한 많이 쓸 수 있도록 신경을 썼고 특히 판례를 소결부분에서도 활용해 자신의 견해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려고 했다. 행정학은 논리가 이상하게 전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썼다.

지난해 면접탈락의 충격을 겪은 만큼 면접시험의 부담도 상당했을 터. 특히 최근 지속적으로 면접시험이 강화되는 추세라 수험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면접시험 준비 방법에 대해 물었다.

남씨의 면접준비는 스터디를 통해 이뤄졌다. 그는 “8월말부터 가볍게 면접스터디를 시작했고 다양한 직렬의 합격자들과 했다. 발표 후에는 재경 직렬로만 구성된 스터디를 했고 매일 인성 피티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실전감각을 익히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면접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진정성’을 꼽은 남씨는 “면접을 보며 느낀 것은 면접관들은 내가 왜 5급 공무원이 되고 싶은지,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를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5급 공채는 장기 레이스다. 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공부방법 못지않게 체력관리와 스트레스 해소 등 생활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남씨에게도 체력관리는 수험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그는 “체력이 약한 편이라 체력관리가 가장 힘들었다”며 “올해 2차 준비 기간에는 운동을 하지는 못했는데 공진단을 먹은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스트레스는 주말 저녁에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것으로 해소했다.

하나의 레이스가 끝났지만 오히려 남씨가 꿈꿔온 공무원으로서의 본격적인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을까. 희망하는 부처가 어디인지 묻자 남씨는 “연수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충분한 고민의 시간을 갖고 결정하고 싶다”고 진중하게 답했다.

다만 “어느 부처에 가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책임감 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며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와 꿈을 펼쳐 보였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수험생활을 견디고 꿈을 이룬 남씨는 수험생들에게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말 모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부디 포기하지 말고 조금 만 더 힘을 내기 바란다”고 응원했다.

그가 달려오는 동안 곁에서 그를 응원하고 때로는 함께 달려준 이들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오랜 기간 동안 저를 응원하여주신 부모님과 동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준 많은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며 서로를 위로해온 스터디원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