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찌르는 출제 안된다
올해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제2차시험이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사법시험 수험생들은 마무리 전략에 골몰하면서도 한편으론 지난해와 같이 '면과락 합격'이라는 사상 초유의 과락 사태가 또 이어지지 않을까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사법시험에서 과연 올해는 허 찌르는 문제가 없어질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다.
지난해는 특정 과목에서 예상을 벗어난 문제가 출제돼 합격선이 예년보다 떨어지고 어느 정도 과락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한 터였지만 5천12명의 응시자 가운데 82%에 달하는 4천107명이 과락으로 불합격했다는 결과에 수험생들은 모든 것을 앗기고 넋을 잃은 모습이었고 소송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최고 권위라는 사법시험의 신뢰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이런 전례가 없는 '무더기 과락'사태를 불러온 것은 수험생들의 탓도 적지 않다. 1차시험 출제수준이 높아져 감에 따라 응시자들이 1차시험 준비에 치중함으로써 상대적으로 2차시험 대비가 부족한 실정인데다 최근 출제위원들이 학원가 예상문제 등을 배제하고 기본 이론에 충실한 문제 위주로 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시생들이 기본 교과서를 중심으로 체계적, 입체적 공부를 하기보다는 예상문제 중심의 요약서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법학전반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하지만 출제위원도 출제를 함에 있어 특정 교과서나 특수한 학설에 치우침이 없이 주로 일반적인 학리의 해득과 그 응용능력을 검증하는데 유의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특히 지난해 과락사태를 야기한 행정법 출제위원들은 재량권의 일탈, 남용하거나 자의금지의 원칙을 어기지 않았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사법시험에서 과락제도의 목적이 법률적 기본 소양을 두루 갖춘 법조인을 선발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에서 보더라도 특정 과목이 합격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결과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수험생들은 왜 과락의 점수를 받았는지 알고 싶어하지만 이들 출제위원들은 담합이라도 한 듯 채점평이나 해명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수험생의 알 권리조차 외면하고 있다. 출제위원들은 출제와 채점에 관한 전권을 부여받은 만큼 수험생들의 알권리에 답할 의무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에 시험위원으로 위촉될 출제위원들은 지난번 시험에서 노정(露呈)되었던 문제점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면과락이면 합격할 수 있는 운좋은 사람이 붙는 시험이 아니라 전 과목에서 기본적이고 고른 실력을 갖춘 사람을 가려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관련 수험생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시험위원들은 출제와 채점에 있어 정교함과 세밀함은 물론 공정성에서 한치의 어긋남이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법무부도 특정과목이 시험 전체의 평가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조건이 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출제와 채점은 시험위원의 전권이라며 손놓고 있다면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의 자세가 아니다. 법무부는 법령을 고쳐서라도 마땅히 재량을 일탈, 남용하지 못하도록 시험위원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 수험생들이 해야할 몫은 기본서를 통한 법학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균형잡힌 답안을 구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이는 출제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이다. 특히 사례 문제의 경우 뭘 물어보고 법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등 논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잡다한 서술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글씨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의 하나인 만큼 잘 써야하는 것은 자명한 일인데, 문제는 달필은 그만두고라도 전혀 해득이 불가능한 답안이 상당하다는 출제위원들의 지적을 상기하면서 수험생들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