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제58회 사법시험 민법 기출문제와 변호사시험 대비 방법

정연석 변호사(메가로이어스) 
 

1. 사법시험 기출문제와 변호사시험 대비

아직도 존치의 논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예정대로라면 내년이 마지막인 사법시험의 기출문제는 특히 향후 변호사시험의 출제경향에 관하여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실제로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이 병존한 이후인 5~6년 사이 출제경향이 서로 닮아가기 시작했는데, 올해의 사법시험 역시 과거의 사법시험과는 달리 햇수로 5년 전에 시작된 변호사시험의 새로운 출제 방식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사실 이러한 출제경향은 변호사시험이 실시되기 전부터도 사법시험의 출제 변화 방향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양 시험 공히 출제되는 문제의 일부는 최신 판례나 최근에 중요시되는 논의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가령 올해 사법시험 문제는 내년 변호사시험 문제의 출제를 예상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참고가 됩니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로스쿨생, 수험생이라면 사법시험 기출문제는 반드시 잘 활용해야 하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다만 이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양 시험 출제방식의 차이를 이해하여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지혜롭게 판단해야 합니다.

2.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의 차이점, 그에 따른 변형 수용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의 외관상 큰 첫 번째 차이점은, 동일한 시간에 작성하는 답안지의 배점이 2배라는 점입니다. 즉, 1시간 동안 사법시험은 50점 분량을, 변호사시험은 100점 분량을 작성합니다. 그렇다면 로스쿨생이 사법시험 문제를 활용할 경우 단순히 생각하면 배점을 2배로, 가령 사법시험에서 10점짜리 문제는 변호사시험 20점짜리 문제로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래의 두 번째 차이점을 생각하면 그 차이는 2배보다는 작아집니다.

양 시험의 중요한 두 번째 차이점은, 사법시험의 경우 ‘민법’ 과목이라면 민사소송법이나 실제 재판의 절차적 논의, 사법연수원의 실무적 내용은 제거된 순수 민법이론(법 규정, 판례, 학설 포함)을 묻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사법시험은 변호사시험에 비해서는 해당 논의의 전제나 배경, 순수 학설의 논의 등 이론적 사항을 언급하는 등 다소 장황한 답안을 요구하고, 반대로 변호사시험은 사법시험에 비해 배경 논의를 생략한 채 정확한 결론과 그 논거만을 확실히 언급할 것을 요구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출제의도 차이까지 고려하면, 결론적으로 사법시험 문제의 배점에 약 1.5~1.8배를 한 점수를 변호사시험의 배점으로 파악한 후, 이 배점을 장황한 이론적 논의를 생략한 사안해결 중심의 답안으로 온전히 채우는 것이 로스쿨생의 적절한 사례연습 방법이 됩니다.

3. 로스쿨 저학년에게는 변호사시험보다 사법시험 문제의 활용이 더 좋다.

변호사시험의 핵심은 ‘종합’ 능력에 있습니다. 즉, 매우 복잡하고 긴 사실관계를 두고 다양한 쟁점을 단원(민총/채권/물권/가족의 각 단원)과 과목(민법/민사소송법/민사집행법)을 아우르며 추출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종합’은 ‘기본’을 전제로 합니다. 오히려 필자가 생각할 때 ‘기본’에 투자하는 시간이 ‘종합’에 투자하는 시간의 10배, 20배가 넘어야 합니다. 따라서 민법이나 민사소송법의 공부를 시작하여 자신의 기본기를 다지는 기간 동안에는, 굳이 변호사시험 기출문제가 중요하다면서 무리하게 풀어보려고 시도하는 것이 공부의 효율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기본을 온전히 갖춘 사람은 수험이 임박한 불과 몇 달 전부터 종합의 실전 연습을 해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수험가는 이러한 점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실전’이나 ‘종합’만을 강조하면서 변호사시험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문제 풀이를 중심으로 공부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본’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의 ‘종합’ 연습은 결국 기본도 종합도 망칠 수 있음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법시험은 로스쿨 저학년들이나 수험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학습자료가 됩니다. 사법시험도 최종 테스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단원이 종합되기는 하나 최근 분설형이 심화되어(올해의 경우 20점 배점의 문제가 1개, 나머지는 8~15점 배점) 단원의 종합성이 약해졌고, 민법과 민사소송법의 종합성은 전혀 없이 아예 과목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공부 진도에 맞춰 문제를 배치한다면 본인이 민법, 민사소송법의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나가고 있는지를 그때그때 확인하는 매우 좋은 문제가 됩니다.

4. 제58회 사법시험 제2차시험 민법 과목 총평 및 주요 쟁점

올해 사법시험 2차시험 민법 과목의 경우, 최근의 분설형 출제 경향이 여전히 유지되었기 때문에, 전체 긴 호흡의 문제를 두고 스스로 목차를 나누어 논의의 순서를 배치하는 소위 ‘목차잡기’ 능력에 대한 요구 문제가 출제되지 않은 셈입니다(가장 배점이 컸던 제3문의 1번 같은 경우에도 쓸 내용이 많아서 배점이 커진 것이지 쟁점이 여러 개로 나뉘는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의 변호사시험도 이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고, 그렇다면 수험생은 마치 선택형(객관식) 문제 중 ‘사례문제’를 푸는 훈련을 하듯 작은 쟁점을 물어보더라도 그에 대한 판례의 결론을 집요할 정도로 정확히 숙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즉, 문제가 쪼개질수록 전체적 목차잡기 능력에 대한 요구는 낮아지지만, 다소 지엽적인 소논의에 대한 정확한 결론이 득점을 좌우하게 되므로, (너무 지엽적인 판례나 법 조문은 아니더라도) 마치 객관식을 공부하듯 지식을 쌓을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가령 이중매매와 같이 전통적인 주요 쟁점 몇 가지(10개 전후)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목차를 익혀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58회 사법시험의 문항별 쟁점을 보면, <제1문>은 합의해제와 제3자 보호, 토지와 건물의 일괄매매에 있어 일부 해제 가부, 채권양도 통지와 상계 주장, 제3자를 위한 계약과 해제 및 원상회복의 상대방, 매매와 이행인수에 있어 매매대금지급의무 이행 판단에 관하여 출제되었고, <제2문의 1>은 과거의 양육비 및 부양료 청구와 소멸시효, 양육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재산분할채권과의 상계, <제2문의 2>는 무권대리의 추인과 상대방의 철회, 무권대리의 추인과 제3자 보호가 출제되었습니다. <제3문>은 공동저당에서 물상보증인 소유 부동산의 후순위저당권자의 물상대위, 공동저당과 저당권등기 불법말소자의 불법행위 책임, 구분소유적 공유관계의 승계 여부, 토지 임대인의 해지통고와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이 출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