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이상 “현재 변호사 배출 너무 많다”

2014-06-13     이상연 기자

[창간16 특집-법률저널·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늘려야 한다’ 14.1%...‘줄여야 한다’ 55.2%
변호사 전망, 긍정적 44.5%...부정적 55.5%

매년 배출되는 적정 변호사의 수에 대해 변호사 업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맞선다. 변호사 업계는 법률시장의 포화상태라며 더욱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놓고 변호사단체와 로스쿨 측이 대립했다. 일단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정원대비 75% 이상’으로 정해지면서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논란은 일단 잠복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서는 갈등이 재현되고 있는 실정이다. 로스쿨 측은 변호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변호사 업계는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추가로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로스쿨 측은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변호사 숫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저 수준이어서 무변촌이 산재하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로스쿨 총 정원제 폐지를 통한 변호사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변호사단체는 변호사 시장이 단순하게 수요·공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중시하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의 질적 저하와 그로 인한 국민적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재보다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적정한 변호사 수에 대해 일반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은 현재 배출되는 변호사 수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저널이 창간 16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법조인력 양성제도’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 국민의 절반 이상인 55.2%는 현재 매년 1,700명 가량 배출되는 변호사 수에 대해 ‘많다’고 답했다. 반면 ‘더 늘려야 한다’는 14.1%에 그쳤다. 또한 ‘적정하다’ 21.3%, ‘모름’ 9.4%였다.

성별로는 남성(50.8%)보다 여성(59.9%)이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는 남성은 18.6%에 달했지만 여성은 9.4%에 불과했다. ‘적정하다’는 의견에서도 남성(24.4%)이 여성(18.1%)보다 많았다.

세대별로는 50대가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에 59.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30대(55.2%), 20대(55.1%), 40대(51.9%) 순이었다.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는 40대가 19.8%로 가장 높았으며 30대(13.4%), 50대(13.1%), 20대(8.2%) 등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변호사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시민단체나 로스쿨 측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로 눈길을 끌었다. 이는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까지 변호사로 등록하면서 변호사업계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변호사 업계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변호사 시장의 포화로 일부 변호사는 사건 수임이 불안정해 사무실 유지마저 어려운 실정이고, 불황을 견디다 못해 부동산 등기업무 등 암묵적으로 구분됐던 유사 법률직역에 손을 뻗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변호사 시장의 쏠림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불황 탓에 고액 사건의 수가 많지 않은데다 이마저도 대형 로펌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변호사는 물론 개업 초기 변호사들은 인지도가 낮아 사건 수임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고소득 전문직’은 옛말이 됐다. ‘저소득 변호사’ 수도 갈수록 늘어 지난해 변호사의 17%가량이 연 소득 2,400만원 이하를 신고해 한 달에 200만원도 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향후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번 여론조사에서 ‘장래 변호사 직업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일반 국민의 절반 이상인 55.5%는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국민 다수의 생각은 앞으로 변호사는 매력적인 직업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향후에도 전망이 밝은 직업으로 내다보는 의견은 44.5%였다.

성별로는 부정적 전망은 여성(58.4%)이 남성(52.6%)보다 높았으며 긍정적 전망은 남성(47.4%)이 여성(41.6%)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57.9%)가 부정적 전망이 가장 높은 반면 30대가 52.8%로 가장 낮았다. 긍정적 전망에서는 30대가 47.2%로 가장 높았으며 50대가 42.1%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법률저널이 한국리서치 의뢰로 실시한 이 조사의 표본은 서울 등 전국 시·도의 인구구성과 성별, 연령에 따라 만 20∼50대 남녀를 대상으로 한 1003명이다. 조사방법은 한국리서치 MS 패널을 이용한 온라인 조사이며, 조사기간은 지난 5월 15일부터 20일까지였다.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