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생 급여중단이 먼저인가
공무원 보수를 지급 받아온 사법연수원생에 대한 공무원 자격 부여 및 보수 지급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급여 중단 문제에 대해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마련한 정갑윤 의원은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중 공무원인 판·검사에 임용되는 경우는 20-30% 정도에 불과하다"며 "사법시험은 변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자격시험 성격이 강해져 사법연수생에게 공무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문제 있다고 판단돼 법원조직법을 고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법연수원생에게 공무원 월급을 지급해온 관행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공론화되지 못한 채 '영리행위 금지' 라는 연수생의 신분적 제약을 내세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수생 1천명 시대'를 맞아 연수생중 일부만이 판·검사로 임용되고 나머지는 변호사 등 개인 영리를 추구하는 직업을 가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국민 혈세를 써가며 계속 연수생에게 공무원 월급을 지급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회계사 등 다른 국가고시 합격자들은 국가에서 급여를 받지 않고 실무수습을 받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이런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인 변호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사회공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변호사 육성차원에서 연수원생에게 연수기간 동안 소정의 생활급여를 지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사법시험 합격자는 1천명으로 늘린 것은 변호사간 경쟁을 통한 소송비용 절감 등으로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연수원생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는 정 의원이 마련한 개정안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찬동(贊同)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사법연수원생에 대한 공무원 자격 부여 및 보수 지급 중단은 단순히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이라는 큰 틀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현 사법연수원 제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 문제만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사법연수제도의 문제점을 먼저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다행히도 각계에서 사법연수원을 폐지하거나 교육 기간을 단축해 직역별 실무수습을 실시하는 것과 사법대학원 도입 등 사법연수원 개혁에 대한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어 연수원생의 공무원 신분과 급여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연수기간 중 연수생의 생활형편을 고려해 일단 연수기간에는 현재처럼 계속 수당을 지급하되 연수가 끝난 뒤에 정부에 갚도록 하는 '대여제'로의 전환도 적극 고려해 볼 일이다. 연수생들의 공무원 신분을 없애고 영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무분별한 영리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예비법조인다운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연수일정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도 벅찬 연수원생의 현실을 무시하고 '월급 받지 않는 준공무원' 내지 '부업하는 예비법조인'으로 묶어놓는 것은 타당치 않다. 지금은 연수원생의 신분과 봉급 문제보다는 법조일원화 등 법조인 양성제도를 21세기에 걸맞게 개선하는 근본적인 논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