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13-07-17     법률저널

실력≠시험경쟁력…수준에 맞는 시험 선택해야

올해 국가직 9급에 응시하는 수험생이 20만명이 넘는다. 암행어사 출두 시절, 관직에 있는 자들은 백성을 다스리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었다. 과거시험에 패스하기 위해 말타고 산을 넘어 한양가서 시험을 보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오늘날 기차타고 지방서 올라와 시험보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공무원 시험은 오래전 과거 시험과 비할 수 있겠다. 예나 지금이나 일반서민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은 관직에 오르는 것임을 새삼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가 끝나고 한동안 공무원 시험은 하강길이었다. 경제성장을 이루고 먹고 살기 바빳던 때, 공무원은 급여가 적고 지금보다 인식이 두드러지지 않아 기업 취업이 우선시 됐었다. 그러다 IMF이후, 기업은 망해도 나라는 망하지 않은 탓에 수많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나랏밥을 먹는 공무원은 유일하게 걱정을 덜었다. 그때부터 공무원은 안정성이 높다는 직업으로 크게 각광을 받았고 시험 열풍이 이제는 광풍이 됐다. 9급 시험이라도 경쟁률만큼은 고시수준이다.

이같이 전국의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앞으로도 많은 예비 수험생이 기다리고 있다. 9급이라고 하지만 이미 명문대생의 유입은 잦아졌고, 기본 학벌은 대졸이 됐다. 고졸자 배려차원에서 시험과목이 개편됐지만 과연 얼마만큼 수확을 얻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가장 공평하고, 가장 안정적인 직업 공무원. 이것저것 묻지 않고,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한다는 것에 많은 수험생이 응시하려고 하는 이유가 이해가 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시험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7급 9급 국가직, 지방직, 서울시, 경찰, 소방 어떤 시험을 타켓으로 할 것인지, 또 어떤 직렬을 선택할 것인지 자신의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정해야 한다.

9급이라도 그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자면 기본적으로 공부머리가 발달한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한 퇴직자는 초등학교때 반에서 최소 5%~10%에는 들었던 사람이 아무래도 공무원 시험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그러고 보면 반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었던 주위 친구들을 보면 못해도 교사정도는 하고 있으니 공감되는 부분이다. 공부 능력과 실력은 높은데 그것이 시험경쟁력에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공부를 열심히하고 점수도 잘 받아왔다해도, 막상 본 시험에 들어가면 그간 공부했던 것보다 점수가 안나온 사람이 있다. 반면 그냥 남들 하는 것만큼 공부했는데 시험을 보면 훨씬 점수를 잘 맞는 사람이 있다. 학창시절에도 반에 꼭 이런 친구들이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그래서 실력과 능력을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듣고 있자면 기분 나쁘겠지만 노력해도 안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노력은 모든 수험생이 똑같이 한다. 시험이라고 무작정 응시할 게 아니라, 어떤 시험에 자신이 어울리고, 경쟁력 부분에서 빛을 발휘할 수 있을지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