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적성시험에 대한 아우성
이성진 기자
지난 22일 내년도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리트)이 전국 14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지만 그 어느 해보다 시험에 대한 시시비비가 많다. 출제 난이도와 유형을 두고 출제기관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특별한 유형의 변화 없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쉽게 출제했다는 논평을 내놨다.
하지만 응시생들은 노발대발이다. “출제위원들은 ‘장차 법조인이 될 로스쿨 지원자라면 이 정도는 풀겠지’라며 면밀한 점검도 없이 그들의 수준에 맞춰 출제한 듯하다. 그렇다고 과연 출제위원들도 주어진 시간 안에 과연 이번 출제문제들을 다 풀 수 있을까”라며 특히 언어이해 영역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일부 문제는 도무지 무엇을 묻는 적인지, 방향설정 조차 잡기 어려웠다는 것.
결국 응시생들은 언어이해에서 고난도(高難度)와 시간부족으로 혼비백산했지만 출제기관은 ‘그렇지 않았을텐데…’라며 엇박자다.
응시생들은 “원점수 평균이 지난해보다 높게 나오든 않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 주어진 시간 내에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을 만큼 어렵고 장황한 시험”이라며 “과연 법학적성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본연의 목적에 타당한지 모르겠다”고 출제기관을 향해 호되게 질타를 하고 있다.
추리논증은 비교적 무난하게 출제했다는 협의회의 논평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언어이해의 당혹감과 정신적 붕괴가 충분한 실력을 발휘하는데 발목을 잡았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또 논술 역시 협의회와 달리 다소 까다로웠다는 것이 응시생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편으로는 법학적성의 합목적성과 타당성을 높이기 이한 무엇인가 신선한 시도는 좋았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1%정도 또 다른 무엇인가 부족했고 그것이 ‘멘붕’(정신적 붕괴)을 불러올 만큼 시험에 막대한 지장을 끼쳤다는 반응이다. 다 풀어보지도 못하고 시간에 쫓겨 정답을 찍어야(요령)만 하는 시험이 로스쿨 입학시험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라는 리트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로 반발이 심한 듯하다. 로스쿨 입시전형에서 리트의 반영비율은 전국 평균 40%를 차지할 만큼 매우 중요한 자질 평가요소다. 또 응시료만 해도 27만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응시생들의 이같은 불평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매년 5급공채시험(행정고등고시) 1차 공직적격성시험(PSAT)에서도 시간부족과 높은 난이도로 수험생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5급 공채시험은 복잡다기한 행정과정에서 필요한 순발력과 재치, 상황판단 등이 필수불가결한 만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 또 논술시험이라는 2차시험으로 한 번 더 실력을 검증한다는 것이다.
반면 로스쿨 입시에서의 법학적성시험은 향후 법학교육과 법률서비스를 펼치는 과정에서의 수월성 있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법조문 해석의 일관성과 사례를 깊게 파고들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검증하는 논리·추리력 평가가 최고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응시 직후의 허탈감에 비해 가채점 점수는 대체적으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시간에 쫓겨 제 실력보다 운에 맡겨야 했다는 응시생들의 불만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새롭고 무엇인가 변화를 시도하고자 했던 열정만큼 내년 시험에는 보다 완성도 높은 출제가 이뤄질 수 있기를 출제기관에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