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완전취업, 가당찮다

2012-05-25     법률저널 편집부

이성진 기자


근래 한 지인 변호사를 통해 현 변호사업계의 불경기를 전해들은 바 있다. 과거에는 결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대형 로펌이 소가 1천만원짜리 소송까지 처리한다며 볼멘소리를 토해 냈다. 지인은 “이러다, 특장점없는 변호사들은 길거리에 들어앉아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다.


취재 짠밥에 한두 번 들어본 불경기론이 아니기에, ‘배부른 하소연’으로 치부하고 대수롭게 넘기려고 했지만 친분 깊은 지인의 말이어서 마냥 흘러들을 수만 없었다. 반면 동행한 또 다른 지인 변호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남들과 다른 일천한 학력과 찾으래야 찾을 수 없는 난감한 인맥으로 8년전 개업 초기부터 발품을 팔며 의뢰인을 찾아 다녔고 국선사건에도 집중해 왔다. 그런 덕분에 그는 “그래도 아직은 하기 나름이지 않나”라며 여러 사례들을 펼쳐 놨다. 기자가 “그래도 웬만한 월급쟁이보다야 낫지 않냐”며 거드름을 피운 덕분인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남들보다 어려운 도전을 했고 각고의 노력 끝에 성취한 전문직업군이기에, 투자 대비 가치와 대우는 높아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는 생각에 기자 역시 담론에 수긍해야만 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두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법조계 진출을 못내 불쾌(?)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하는 듯했다. 사법연수원뿐만 아니라 사회 어느 분야든 소위 상위 몇 퍼센트는 ‘뛰고 나는’ 고수들이 있듯이, 전문화로 무장된 일부 로스쿨 출신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내심의 경계심 때문이었다. 또 다양한 전공의 로스쿨 출신자들의 폭넓은 인맥과 사회경험도 못내 경계하는 대화도 오갔다.


최근 언론에서는 연수원 41기 출신 한 새내기 변호사의 ‘동네 변호사’ 생활상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미 과포화 상태의 그들만의 송무시장을 벗어난, 일반 국민들의 삶 속으로 뛰어든 것에 대해 일반인, 예비법조인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숱한 댓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1일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 주최의 ‘로스쿨 체제 3년에 대한 평가’ 토론회에서 김제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의 완전취업’ 목표에 태생적 회의론을 제기하면서, 낮은 취업률로 인해 변호사 공급을 줄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다른 시각에서의 취업난 해소안을 제시한 바 있다.


충분히 공감되는 주장이었다. 과거의 변호사 보수와 입지만을 고수하다보면 진척이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국가와 사회를 향해 ‘완전취업’을 주장하기 이전에 ‘완전경쟁’과 ‘완전서비스’를 먼저 펼친다면 애써 찾아가는 시민 의뢰인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지역 일대에 수년들어 신규 병의원이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들은 바 있다. 현존하는 병의원의 과다경쟁과 서비스경쟁으로 새내기 의사는 개업할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사공급 과잉으로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민들로서는 개원 병의원간의 경쟁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과 비슷한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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