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참사 '고시촌은 안전한가'

2003-02-26     이상연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는 돌발상황에 대비한 안전 시스템 부재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합해져서 빚어진 또 한 번의 총체적 재앙이다. 휘발유 한 통의 불길에 수백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것은 나라의 비극이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시설물 관리 등 안전시스템 자체가 사실상 이번 사건과 같은 대형재난에는 무방비상태나 다름없었고, 지하철 종사자나 시민의 구난훈련 및 안전대응 행동요령의 미비가 희생자 규모를 늘린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풍백화점 참사에 이어 성수대교 붕괴, 대구 도시가스 폭발사고 등 숱한 대형사고를 겪었지만 또다시 같은 성격의 사고가 되풀이된 것은 우리사회의 기초시스템이 어디에선가 근본부터 결함을 안고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당국은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 보완 및 다중시설의 총체적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강구중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과거 비슷한 대형사고 때마다 숱하게 재난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어온 것이 우리의 전례요 경험이다. 다리가 무너지면 교량안전대책이 나오고, 건물이 무너지면 건축물 안전기준과 감시체제가 강화되고, 가스가 폭발하면 가스안전대책이 수립되는 식으로는 사회의 기본적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새삼 지적할 필요조차 없다. 각종 재난대비 훈련을 거친 시민들이지만 그런 것들도 그저 형식뿐이었다는 만인주지의 현실도 새삼 확인했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화려한 외형과는 대조적으로 보이지 않는 기본시스템에 소홀한 우리의 현실은 언제 어디서 또 대형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심리 증후군을 만연시키고 있다. 3만여명이 밀집해 있는 고시촌의 안전관리 대책은 어떠한가. 서울시가 화재 등 각종 사고에 대비 고시원 및 학원, 독서실 등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해 안전관리 대책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증적 처방에만 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서울시는 기존 고시원 중 안전등급 C급 125개소와 불안전시설 53개소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해 건축법, 소방법에 위배되지 않으나 화재위험 등 안전 저해 사항은 관리차원에서 자치구에서 행정지도로 시정지시 및 촉구하여 이행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토록 하고 건축법, 소방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각 분야별로 불량사항에 대해 현지시정 또는 시정기간 부여 계고한 후 행정조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저 편법과 요령으로 적당히 외형만을 그럴듯하게 점검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아마도 우리는 앞으로도 비슷한 가슴아픈 경험을 또다시 해야할지 모른다. 최근들어 고시촌내의 원룸이나 독서실 등 건축물들은 점차 대형화, 고층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인 터에 대형재난에 대비한 안전시설이 완벽한지 철저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수험생들이 움직이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사고에 대한 상시 대비책은 절실하고도 시급한 일이다. 특히 고시생들이 이용하는 대부분의 시설물들이 불에 타기 쉬운 내장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방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시촌내 다중이 이용하는 각종시설과 건축물의 방재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사회 전체가 후진국형 시스템과 의식구조를 털어내는데 나서야한다. 안전을 위해 들여야할 노력과 비용이 무신경과 타성으로, 잘못된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해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대가로 치르게하는 그런 결과를 빚는 일은 다시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인재(人災)와 함께 되풀이되는 대형참사에는 항상 관련자의 안일한 대처, 냄비처럼 들끓다가 식고 마는 안전불감증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폐해를 대구가 마지막 순교자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