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상식> 위기의 자본주의

2011-11-08     법률저널
 

위기의 자본주의

30년간 브레이크 없이 독주한 신자본주의의 한계?



“자본주의는 악이다(Capitalism is Evil).” 최근 미국 뉴욕의 대규모 시위에 등장한 피켓 문구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 세계 ‘자본주의의 수도(Capital of Capitalism)’로 불리는 월가의 한복판에서 자본주의를 저주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 자본주의의 곪아 터진 모순

자본주의는 인간의 소유욕, 탐욕을 추진력으로 삼기 때문에 사회적 총량이 한정돼 있는 부(富)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자유시장을 강조한 ‘전통 자본주의’를 시작으로 정부의 개입과 규제, 복지를 강조하는 ‘수정 자본주의’, 민간의 자율을 중시하는 ‘신(新) 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요구에 따라 개량적 요소가 가미되고 있으나 자본주의 근본은 역시 사적 소유 인정과 자유 경쟁입니다. 이는 결국 경제발전이라는 과실과 함께 노동 착취, 각종 도시 문제, 삶의 질 하락, 독점자본 형성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곪아 터진 결과가 현재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대중 시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구(舊)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시장경제 도입을 계기로 최고의 가치로 숭배되던 자본주의를 흔들고 있는 것은 역시 ‘부의 불균형’입니다. 빈부 격차는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확산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 심리가 깊어지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혁명, 내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더욱이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서구 선진국에서도 상대적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하는 분위기입니다.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에서는 최근 인구통계국의 조사 결과 지난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소득을 벌어들인 가구의 비율이 15.1%에 달해 전년(14.3%)보다 0.8%포인트 상승,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구로 따졌을 때 빈곤층은 4,620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에 육박하는 숫자가 빈곤층으로 분류된 셈입니다. 최근 뉴욕 월가와 수도 워싱턴 D.C.에서 벌어진 ‘점령 시위’에 참가한 군중이 “우리는 (소득 하위계층) 99%”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도 고소득층과 중산ㆍ빈곤층간 괴리와 이에 따른 반목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일본도 지난해 국민생활 기초조사 결과 저소득층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이 16.0%에 달해 관련 통계조사를 시작한 198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일본을 제치고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오른 중국도 마찬가지인데요.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지바오청 런민대 총장은 상위 10% 부유층과 하위 10% 빈곤층 간의 소득 격차가 무려 40배에 달한다고 보고하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런 지적에 따라 중국에서는 최근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이라는 개념이 부상해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 일부가 먼저 잘살게 된 뒤 이를 확산한다)’에서 ‘균부론(均富論)’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재스민 혁명’의 튀니지를 시작으로 이집트, 시리아, 예멘 등으로 번진 중동 민주화 시위도 장기독재와 권력층의 부패 외에 양극화 심화에 따른 불만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복지 수준이 높아 빈부간 소득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아온 유럽 등에서도 최근 세계화와 기술의 발달 등으로 숙련된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0.28이던 회원국의 지니계수(Gini index)가 2000년대 후반에는 0.31로 높아졌습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는 0과 1사이의 값을 갖는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고소득자의 임금이 지난 20년간 저소득자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인데요. 전체 회원국을 놓고 볼 때 소득 상위 10%의 임금은 지난 20년간 연간 2% 증가했으나 하위 10% 계층은 1.4%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저소득자의 근무시간이 고소득자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소득 격차는 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에 더해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각국 정부가 재정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긴축에 나서면서 정부 차원의 소득재분배 효과도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 탐욕ㆍ부패의 아수라장 금융산업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시위대의 분노는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산업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시위의 진원인 뉴욕 맨해튼 시위대의 이름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사실이 이를 명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정부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동원해 위기의 주범인 금융회사를 구제했습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탐욕과 부패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고,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통 월급쟁이들의 수백 년치 급여를 연봉으로 주고 부실한 경영으로 무전(無錢)인 서민의 분노를 유발했습니다. 금융회사 구제에 자신의 세금을 희생한 서민들은 결국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을 압류당하고 거리로 나앉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부조리한 현실이 시위대를 움직이는 동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금융산업이 위험한 투기를 통한 일확천금보다는 경제 주체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개혁돼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금융산업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시위대뿐만 아니라 다른 계층에서도 시위에 공감한다는 형태로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계를 ‘살찐 고양이’로 비난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0월 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시위대의 분노는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미 정부는 3년 전 위기 당시 부실한 금융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7천억 달러의 세금을 투입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회사에도 구제금융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통해 자금을 수혈 받은 이들 금융회사는 이후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는데요. 2009년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직원 1명당 59만 달러와 46만 달러의 보너스를 뿌리는 돈 잔치를 벌였으며,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 등  금융회사 CEO들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봉을 챙겼습니다. 또한 세금이 투입됐던 BoA는 아직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고 최근에는 소상공인에게 부과하던 결제수수료가 낮아지자 내년부터 직불카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사실 금융산업의 탐욕과 부패가 문제가 된 것은 최근만이 아닙니다. 1920년대 말 세계 대공황 당시 미국 은행들은 고객 돈으로 주식 투자를 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연쇄 부도를 맞았습니다. 또한 1998년 헤지펀드인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파산, 2000년 IT(정보ㆍ기술) 버블, 2001년 미 역사상 최대의 기업 회계 부정을 저지른 엔론 사태 등 시스템 차원의 사고가 즐비합니다. 이 같은 금융산업의 부패와 탐욕에 대한 비난은 단순한 도덕적 문제를 넘어섭니다. 이는 금융산업의 파급 효과 때문인데요. 금융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경제 위기는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보다 훨씬 크고 치유에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금융 거래와 자유로운 자본 이동, 복잡한 금융 상품의 특성 때문에 위기의 원인과 위기의 크기를 진단하는 게 어렵고, 다른 산업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의 역할 때문에 금융 위기는 모든 경제 분야의 위험을 가져오기 마련입니다. 실례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사태 초기에 금융 감독 당국은 위기의 실체와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위기가 표면화되자 미국을 포함한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었으며, 많은 경제학자는 아직도 3년 전 위기의 영향이 남아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실업으로 희망 잃은 청년들의 분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을 하려는 열망은 젊은이들이 더 강한 법입니다. 하지만 요즘 세계적으로 청년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반면 이미 취업해 있는 중ㆍ장년층의 고용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이 때문에 세계적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취업의 벽에 부딪힌 젊은이들이 분노와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초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민주화 혁명이나 여름에 영국, 스페인, 칠레 등에서 번졌던 폭동, 현재 월가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는 자본주의 비판 시위의 배경에는 모두 심각한 청년실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08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붕괴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이후 세계적으로 고용상황은 크게 악화했으며, 젊은이들의 일자리 사정은 특히 심각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5~24세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8.9%에 이르렀으며, 세계 최고 경제 대국 미국은 16~19세 실업률이 24.5%, 24세 이하 대졸자의 실업률은 12.1%였습니다. 이는 전체 평균 9.1%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또한 현재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스페인은 올 들어 청년 실업률이 더욱 높아져 44.3%를 기록했으며, 그리스도 지난 3년간 두 배로 뛰어 42%에 이르렀습니다. 유럽연합(EU)을 놓고 봐도 청년들의 실업률이 20.4%로 전체(9.3%)의 두 배를 웃도는 실정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월가 점령 시위의 가장 큰 세력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입니다. 이들은 뛰어난 리더나 조직, 자금, 경험은 없었지만 일자리와 먹을 것을 요구하는 구호가 공감을 불러오면서 전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죠. 올 8월 초에는 영국을 비롯해 그리스, 스페인, 이스라엘, 칠레 등에 번진 폭동의 경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폭동 당시 영국의 청년 실업률은 20.4%로 전체 7.8%에 비해 훨씬 높았습니다. 영국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20~30명씩 몰려다니며 경찰차량을 파손하고 공공건물에 불을 질렀으며 상점에 난입해 상품을 약탈했는데요. 총격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폭동이 날로 거칠어져갔습니다.. 영국 가디언지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폭동에 참가했다가 법정에 선 사람들 대다수가 10~20대의 청년 실업자였습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당시 사설에서 “청년 실업은 범죄율 증가, 국가 경쟁력 손실로 직결되므로 각국 지도자들은 재정적자 뿐만 아니라 청년실업을 낮추는데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실업에 대한 분노는 기성세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맞물려 상승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위기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 청년들이 소득이 없어 고통 받는 반면, 경제정책에 실패한 기성세대들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부터 튀니지와 이집트를 시작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번졌던 민주화 혁명 바람도 집권세력의 부패와 빈곤에 대한 젊은이들의 개혁 요구가 원동력이 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집트의 실업률은 8.4%지만 25세 미만 청년 실업률은 그 3배를 넘는 28%였고, 튀니지는 전체 실업률이 11%, 청년 실업률은 30%에 달합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지 드사이 연구원은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번진 민주화 시위에 청년들이 대거 참여한 것은 이 지역에서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이 사회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위력 키우는 SNS, 시위서 핵심 도구 역할



 

지난 8월 초 영국 폭동이 한창일 때 경찰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랙베리 메신저를 폭동의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굼벵이처럼 느려터진 진압 경찰을 비웃듯 시위대는 휴대전화의 SNS를 활용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며 상가 약탈과 방화, 시위를 이어갔기 때문인데요. 폭동의 시발점이 됐던 경찰 총격 사망자에 대한 추도 행진도 가족과 친지 수십여명이 출발했으나 SNS로 연락받은 지역 청년들이 가세하면서 곧 수백여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올 들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고 있는 ‘아랍의 봄’도 SNS의 위력을 확인시켜준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아랍권 일부 국가에서 일어난 정권 교체의 밑바탕에는 정치적 억압과 궁핍한 경제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지만 SNS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특히 인터넷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돼 있는 이집트는 ‘SNS 혁명’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는데요. ‘4ㆍ6 청년운동’과 페이스북 홈페이지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 등이 올해 초 반정부 시위를 제안하고 이 소식이 SNS를 타고 빠르게 번지면서 지난 1월 25일 카이로에서 본격적인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후 18일간 시위가 이어지면서 결국 호스니 무바라크는 지난 2월 11일 철권통치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습니다. 또한 이집트 구글 임원인 와엘 고님은 SNS의 물결을 타고 일약 반정부 시위대의 상징으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튀니지 시민혁명의 도화선도 SNS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 대학을 나오고도 과일 노점상을 해야 했던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 사건이 발단이 됐는데요. 곧 잊혔을 수도 있었던 이 사건에 큰 정치적 무게를 실어준 것이 바로 SNS였습니다. SNS를 타고 퍼진 부아지지의 분신 소식이 살인적인 실업률로 신음하던 튀니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것입니다. 또한 이에 앞서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튀니지 대통령 일가의 불법적인 재산 축적, 정부 관리들의 부패상을 담은 외교문서가 일반에 공개돼 불만에 가득 차 있던 시민들은 분신 사건을 계기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망자 소식은 다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빠르게 퍼졌고, 결국 시위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반 월가 시위의 주 무대인 뉴욕 월가 주코티 공원 곳곳에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의 전자 기기들이 총동원돼 있습니다. 이는 공원에서 이뤄지는 일이나 시위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 전역에 알리기 위한 장비로, 월가 시위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을 타고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본 떠 ‘시카고를 점령하라’, ‘로스앤젤레스를 점령하라’ 등의 모토를 가진 페이스북 사이트가 잇달아 출범하고 연대 시위도 벌어지고 있으며, 이 같은 시위 열기는 국경을 넘어 캐나다, 멕시코, 유럽, 일본 등 전 세계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SNS는 최근 전 세계 시위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지지세력을 결집해 시위를 조직하는 것부터 생각을 공유하고 공동의 적을 목표로 삼아 공격하고, 심지어 경찰 검거에 대응하는 요령을 전파하는 일까지 모든 역할을 SNS가 하는 셈입니다. 최근 시위의 주축이 대부분 10~20대로 SNS에 익숙한 젊은 층이라는 점은 소셜미디어가 시위에 미치는 영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SNS가 적극적인 여론 창구로 등장하면서 정보에 대한 신속한 접근이 가능하고 정보 확산이 빠르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사생활이나 개인 신상 정보 노출 등의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잘못됐거나 과장된 정보의 확산이나 정보 편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10~20대 젊은이들이 주로 SNS를 사용하다 보니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선동적이며 주로 진보 진영, 때로는 과격한 의견만을 대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월가 시위에 대해 언론들은 보수세력을 상징하는 의미의 티파티를 빗대어 ‘좌파의 티파티(Tea Party)’로 정치 세력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즉흥적으로 출발한 월가 시위가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좌파를 위한 ‘티파티’로 바뀔지도 모른다면서 SNS가 시위 참가들을 끌어모으는 데 핵심이 되고 있어 열기가 가을의 햇살과 함께 쉽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Occupy Wall Street’ 시위, SNS상에서 시작과 확산은?

미국 뉴욕의 한 공원에서 소규모로 시작된 반(反) 월가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데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트위터에서 시위 확산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마케팅 회사인 ‘소셜플로우’에 의뢰해 ‘Occupy(점령)’라는 단어에 붙은 해시태그(Hashtagㆍ트윗에 포함된 특정 키워드나 주제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붙이는 태그)의 기록과 전파 방식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트위터에서 ‘Occupy(점령)’가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지난 7월 13일 반(反)자본주의 단체 ‘애드버스터스’의 블로그 글을 통해서입니다. 당시에는 이 같은 아이디어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일주일 후인 7월 20일 이와 관련한 트윗이 다시 올라왓습니다. 프란시스코 게레로라는 이름의 코스타리카 영화 제작자가 트윗에 링크해놓은 ‘잠에서 깨어나라’라는 사이트의 한 블로그 포스트에는 행동을 촉구하는 애드버스터스의 주장이 그대로 반복되었는데요.. 게레로의 포스트는 한번 리트윗된 뒤 잠잠하다 7월 23일 스페인 국적의 사용자와 신디라는 이름의 미 뉴욕 롱아일랜드의 전직 고등학교 화학교사에 의해 리트윗되었습니다. 이 중 신디의 트윗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반대하는 미 델라웨어주의 한 사람과 채식주의자 권리 지지자, 워싱턴에 사는 환경주의자, 앨라배마의 진보적 블로거 등 8명에 의해 리트윗되었고, 이후 거의 2주 가까이 또다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으나 ‘게으른책벌레(LazyBookworm)’가 8월 5일 다시 한번 ‘Occupy’ 해시태그를 트윗에 올렸고 유기농 음식 지지자들과 시인 등에 의해 7차례에 걸쳐 리트윗되었습니다. 트위터 상의 해시태그 검색 서비스인 트렌디스틱(Trendistic)은 ‘Ocupy WallStreet(월가를 점령하라)’ 해시태그가 다량으로 나타난 것은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서 점거가 시작되기 전, 9월 16일 오후 11시께였습니다.

 

첫 2주간은 언론도 이에 주목하지 않았고 특별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0월 1일 브루클린 다리에서 시위대 수백명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시위가 급속도로 확산됐죠. 이날 트위터에는 ‘OccupyBoston(보스톤을 점령하라)’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이후 몇주 사이 ‘OccupyDenver(덴버를 점령하라)’, ‘OccupySD(샌디에이고를 점령하라)’ 등의 해시태그가 속속 나타났습니다. 10월 17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월가 점령’ 해시태그는 해시태그 500개마다 1개꼴로 집계되고 있으며, 페이스북에는 9월 29일 월가 점령 페이지가 처음으로 생긴 이해 현재는 관련 페이지가 125개에 이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