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T는 적성시험일 뿐이다

2008-02-01     법률저널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된 예시 문항에 비해 26일 실시된 제1회 예비시험 문제가 쉬웠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난이도 조정에 실패했고,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다는 둥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먼저 '법학적성시험'(LEETㆍ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이 이러한 종류의 '비판'을 받아야 할 성질의 것인지를 재고해봐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LEET라는 적성시험이 '난이도' 혹은 '변별력'을 따질 수 있는 성질의 시험인가 하는 점이다. LEET에서 고득점을 얻으려는 생각에 급급해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LEET가 왜 필요하고, LEET는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LEET는 말 그대로 '법률가로서의 적성'을 평가하는 것이지 지원자들을 서열화해 점수별로 자르기 위한 시험이 아니다. 지원자의 기본적·논리적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으로서 일정 기준만 넘으면 점수 차이는 별 의미가 없다. 

 

지원자들을 성적대로 줄 세워 적정수의 인원을 선발하고, 나머지 인원을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LEET의 난이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모양새를 가만히 보면 이러한  LEET 도입 취지를 외면한 채 지원자들의 점수별 줄 세우기를 강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대학별 전형 요소 가운데 LEET 외에 면접이나 개별 논술고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들은 이러한 LEET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수단들이다. LEET만으로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게 아닐뿐더러 다른 전형 요소들을 고려해도 인재를 가르는 게 어렵다면 차후 단계적으로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려는 노력을 각 대학들을 중심으로 논의해나가야 하는 것이 정도다. 이를 외면한 채 당장 LEET 시험의 '난이도' 운운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제도 자체를 몰아가려는 움직임은 옳지 않다.

 

이러한 비판 아닌 비판은 왜 LEET를 도입하려 했던가는 망각한 채 또 다시 우리의 국가 시험에서 숱하게 지적됐던 폐단을 반복하게 만들 뿐이다.


다시 말해, 이는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 누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시험, 그리고 그러한 지식이야말로 지원자들의 '법률가로서의 적합성 내지는 잠재적 우수성'을 가를 수 있는 유일한 잣대인 양 여겨왔던 기존 시험의 병폐를 되풀이하는 사고다.

 

수능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개탄하는 목소리는 별개의 문제다. 수능과 유사한 문제로 법학적성을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를 개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또 다른 차원에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사안이다.

 

이런 성토가 지속되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LEET 도입은 당분간 몸에 맞지 않는 겉옷 모양새가 지속될 것 같다. 제 아무리 좋은 제도도 빛을 발하려면 당사자들의 의식 전환이 먼저다.

 

이호영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