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55)-‘새옹지마의 교훈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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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55)-‘새옹지마의 교훈을 되새기며’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5.26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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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새옹지마의 교훈을 되새기며>
-어느 40대 오탈자(五脫者)의 회고와 다짐

아마추어(필명)

1. 사랑샘 재단의 따뜻한 위로

변호사시험 낙방 후 한동안은 삶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지금은 2명 중 1명만 붙는 시험이 되어버렸지만, 내가 변시를 칠 때까지만 해도 로스쿨 재학생 대다수는 합격했었고, 그런 시험에서 낙방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 같다. 졸업 후 돈이 없어 수험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고, 불행 중 다행으로 재취업에는 성공했지만, 로스쿨 동기들은 물론이고 과거 친했었던 사람들과도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그들도 대부분 나를 찾지 않았다. 때로는 ‘내가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고 스스로가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불법체류자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요즘도 로스쿨 때 학자금 대출받았던 돈이 매달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어느새 로스쿨을 졸업한 지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로스쿨 입학 전 외향적이고 쾌활했던 30대 청년이 지금은 내성적이고 냉소적인 40대 중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오탈’의 아픔을 같이 겪은 한 친구가 사랑샘 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소식을 전해 주었다. 수화기 너머 전해져 오는 오윤덕 이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에 너무 감사했다. 우리 오탈자들을 이렇게 응원해 주시는 어른이 이 땅에 계신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

2. 불합리한 오탈 제도(변호사시험 평생 응시 금지제도)

내가 로스쿨 졸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직장 동료들은 가끔 물어본다. “그러면 다음에 변시 합격하시면 변호사님 되시겠네요?” 이제 담담하게 대답한다. “아, 저는 로스쿨 졸업한 지 5년이 지나서 아예 시험 자체를 못 칩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못하다가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또는 재수, 삼수를 거쳐 명문대학에 합격하는 사람도 있다. 학벌이 좋지 않은데도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거나 직장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며 인정받는 사람도 있다. 우리 대통령만 해도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런데 왜 로스쿨 졸업생들은 5년이 지나면 아예 시험 자체를 칠 수 없는가? 이는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이다. 졸업 당시에는 실력이 좋지 않았지만, 이후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왜 기회 자체를 봉쇄하는가?

잘못된 제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당해도 싸다’라는 식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개인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대치의 문제와 제도 자체의 정당성 문제를 완전히 혼동하는, 멍청한 관점이다. 또한, 사법시험 1차 시험 응시 횟수를 4회로 제한하고 5년 뒤 다시 응시할 수 있게 했던 제도(사법시험령)가 헌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후 폐지(2001년 3월)되었던 사례도 있다. 지금은 헌재가 오탈 제도의 위헌성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불합리한 제도도 바뀌게 될 것이다. 몸이 아파서 시험을 못 친 사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시험을 못 친 사람, 돈을 벌어야 해서, 출산ㆍ육아 때문에 시험을 못 친 사람 등 수험생 각자의 개별적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매우 비인간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3. 인생지사 새옹지마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요즘 들어 이 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로스쿨 졸업 후 몇 차례 이직을 거쳐 몇 년 전부터는 공공부문에서 법령 검토 및 제도개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동료들이 직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모습을 꽤 많이 보았다. 물론 한편으로 보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니 부러운 면도 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것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내가 변호사 자격증이 있었더라면, 과연 이 직장에서 버틸 수 있었을까? 아마 버티지 못했을 거야.’라고 자문자답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나는 변호사 자격증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더 끈질기게 버티며 전문성을 쌓아온 것이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령 불합리한 오탈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 삶에 희망은 있고 기회는 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지난 실패의 경험에서 내가 뼈저리게 깨달은 바를 잊지 않고 남은 내 삶을 일신우일신 성실하게 꾸려나간다면 그때의 뼈아픈 실패가 남은 내 삶의 양약(良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오탈자들 모두 다시 힘냈으면 좋겠다. ‘관 뚜껑 닫을 때까지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아직 우리에겐 미래가 열려 있다.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 책 일부분을 인용하며 부족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 혹은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박은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고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인생은 살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었고 시도나 노력도 해보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 지금은 이 일을 한다, 그리고 이 일에선 내가 좋아하는 요소도 분명히 몇 가지가 있다는 것도 존중받아야 할 삶의 방식이다. …… 노력하면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룰 거라고 장담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는 적어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그 나름의 보상이 주어진다. 게다가 열심히 노력하는 일은 주저앉아 한숨만 쉬거나 세상을 원망하거나 나를 놔버리고 자기혐오에 빠져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 겸손한 주제 파악이 인간의 미덕일 순 있지만 삶을 팽팽하게 지탱시켜 주진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내가 나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 생생히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 나가는 일,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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