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적용…공직 퇴임 세무사, 수임 제한해 전관예우 방지
정부가 세무 공무원 특혜 논란이 불거졌던 세무사 시험 규정을 개편하기로 해 주목된다.
시험 최소 합격 정원은 모두 일반 응시자에게 배정하고, 공무원 경력자는 별도 최저합격점수(커트라인)를 충족한 경우에 한 해 정원 외 인원으로 선발한다.
또 퇴직 공무원에 대해서도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업무 수임 제한을 적용한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는 우선 내년 세무사 시험부터 일반 응시자와 공무원 경력자를 따로 선발하기로 했다.
최소 합격 정원 700명은 모두 일반 응시자에게 배정하고, 공무원 경력자는 별도로 조정된 커트라인 점수를 충족해야만 최소 합격 정원 외 인원으로 합격 처리한다.
공무원 경력자의 합격 커트라인은 과목 간 난이도 차를 고려한 조정점수를 적용한다.
조정점수는 일반 응시자 커트라인 점수에 회계학 2과목 평균 점수와 전 과목 평균 점수를 곱한 점수로 정한다.
회계학 2과목은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고 평균 점수가 높기 때문에, 이렇게 점수를 조정하면 공무원 경력자의 커트라인이 다소 높아지게 된다.'
현재 세무사 시험은 최소 합격 정원(약 700명) 내에서 일반 응시자와 경력자를 구분하지 않고 합격자를 통합 선발하고 있다.
이때 20년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일했거나 국세청 근무 경력 10년 이상에 5급 이상으로 재직한 5년 이상 경력의 공무원은 세법학 1·2부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세법학은 지난해 일반 응시생 3천962명 중 82.1%(3천254명)가 과락으로 탈락할 만큼 난도가 높은 과목인데,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 상당수는 이 과목을 아예 면제받는 것이다.
합격 점수도 일반 응시자는 전체 4과목, 공무원 경력자는 면제 과목을 제외한 2과목의 평균 점수를 수평적으로 비교해 고득점순으로 선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험에서 유리한 공무원 경력자가 일반 응시자를 밀어내고 합격자 자리를 차지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작년 세무사시험에서는 채점이 일관되게 이뤄지지 않은 점과 난이도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결국 재채점까지 진행됐다.
즉 지난해 제58회 세무사 2차시험은 세무공무원 등 경력자에게 면제되는 과목인 세법학 1부에서 82.3%라는 높은 과락률을 형성했다. 이에 따라 45.5점의 합격선을 훨씬 웃도는 점수를 넘어 평균기준인 60점 이상을 획득하고도 세법학 1부에서 40점 미만의 과목 과락을 받아 불합격한 수험생이 다수 발생했다.
이에 반해 세법학 1, 2부를 면제받은 공무원 경력 합격자는 전년 17명에서 151명으로 대폭 증가했고 전체 합격생 대비 비율도 2.39%에서 21.39%로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1차시험을 면제받은 경력자도 전년 30명(4.22%)에서 86명(12.18%)로 크게 늘면서 전체 합격자 중 경력에 의한 면제 혜택을 받은 이들은 무려 33.6%에 달했다.
일부 수험생은 세무사 시험이 세무 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들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반 응시자와 공무원 경력자 간 형평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올해 11월 24일부터 공직에서 퇴임한 세무사에 대해 퇴직 전 근무한 국가기관의 조세 관련 처분과 관련한 수임을 제한하기로 했다.
근무한 국가기관 범위는 국가공무원으로 근무한 모든 기관으로 두고, 수임이 제한되는 국가기관 사무의 범위도 유권해석과 세무조사 등을 포함해 최대한 폭넓게 규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실무 교육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시행하도록 새롭게 규정했다.
개정안은 오는 6월 29일까지 입법예고를 한 뒤 법제·규제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9월 중 공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