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1차 3일전까지 2차 공부 병행하며 공백 줄여
PSAT, 기출 중심으로 공부하며 모의고사 등 병행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공부’를 표현하는 단어, 그 중에서도 수험공부를 지칭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자기와의 싸움’이 아닐까. 계획대로 진도를 빼지 못할 때,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발전이 없는 것 같을 때,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 등 수험생들은 자신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념들과 매순간 싸워야 한다.
합격자들은 그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승자들이다. 특히 단기간 합격이라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치열한 싸움을 해야 했을까. 그런 면에서 “항상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지켰다”는 2021년 입법고시 최연소 합격자 정후영씨의 합격 비결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지난해 1월에 수험에 진입해 약 1년 반만에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는 입법고시에 합격한 놀라운 성과를 보인 정씨는 1999년생으로 명덕외고를 졸업하고 현재는 서울대 경제학부에 재학중이다.
“저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아직도 합격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다”는 합격소감을 전한 정씨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성장하는 공직자로서의 미래를 예고했다.
공직을 꿈꾸었지만 입법고시가 첫 목표는 아니었다. 처음 행정고시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입법고시에 대해 잘 몰랐지만 국회공무원의 다양한 입법 지원 역할에 대해 알게 됐고 공부를 하면서 법 과목에 흥미를 느끼게 돼 입법고시에도 도전하게 됐다.
남달리 단시간 내에 합격한 비결을 묻자 정씨는 “무엇보다 많은 운이 따라 줬고 그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공부 방법과 관련해서는 항상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지켰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나태해지지 않았던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입법고시에 한 주 앞서 치러진 5급 공채 1차시험 3일전까지 2차 공부를 병행하며 공백을 줄인 것이 3순환 기간에 큰 도움이 됐으며 본격적으로 수험을 시작하기 전 학교 수업으로 미시, 거시, 국제경제론 수업을 수강한 것도 경제학 공부 부담을 덜어줬다.
입법고시 1차 PSAT은 5급 공채에 비해 난해하고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올해는 난도 조절 실패라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어렵게 출제되면서 재경직의 경우 예년의 선발배수를 채우지 못했고 법제직의 경우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처럼 5급 공채와는 사뭇 다른 출제경향을 보이고 있는 입법고시 PSAT만의 특징에 대해 정씨는 “올해 처음 입법고시 PSAT에 응시했는데 따로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며 “언어논리도 지문이 매우 길어서 지문 전체를 읽는 것이 거의 불가능 했고 선지를 먼저 보거나 지문을 빠르게 스캔해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 평했다. 아울러 “전반적으로 모든 과목이 5급 공채에 비해 시간의 압박이 훨씬 크기 때문에 버릴 문제를 빠르게 판단하고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정씨는 어떤 방법으로 입법고시 PSAT을 준비했을까? 그는 과목별로 자신의 공부법을 소개했다. 언어논리의 경우 기출 위주로 공부했다. 2010년 이후 시행된 5급 공채 시출문제를 3번 정도씩 풀어봤고 5급 공채와 입법고시, 리트 등의 논리파트 기출문제만 모아놓은 문제집으로 논리파트를 보강했다. 입법고시 기출은 2016년 이후에 시행된 것만 풀었다. 자료해석은 기본강의를 수강하면서 기본적인 문제 접근 방법 등을 배우고 5급 공채 기출 10년치와 입법고시 기출 5년치, 각종 강사 모의고사를 구해서 많은 문제를 풀었다. 문제풀이가 중요한 과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황판단은 기출과 모의고사로 공부했다.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5급 공채 10년치와 입법고시 5년치, 강사 모의고사를 풀었다. 기출의 경우 모두 2~3회씩 풀었고 모의고사는 한 번 풀고 틀린 문제만 다시 풀어보고 넘어가는 식으로 공부했다.
전국 모의고사는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시험을 보는 연습을 하기 위해 시험 2주 전에 한 번씩 응시했다. 다양성을 고려해 법률저널과 학원 모의고사에 고루 응시했다고 전한 정씨는 “법률저널 모의고사는 응시생 수가 많아서 상대적 위치를 확인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헌법은 첫 해 기본강의를 수강한 후 기본서와 기출문제를 계속 복습했고 올해는 OX문제집과 진도별 모의고사를 풀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그는 “지난해 헌법을 꼼꼼하게 공부해둬서 올해는 비교적 수월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차시험 공부법에 대해서도 과목별로 상세하게 설명했다. 경제학의 경우 문제풀이와 정답 도출이 중요한 과목이라고 보고 공부도 문제풀이에 집중했다. 정씨는 “예비순환부터 2순환까지 인강으로 빠르게 수강한 후 step2, 기출문제, 연습책 등 다양한 문제들을 매일 분량을 정해 꾸준하게 풀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답을 보고 풀더라도 항상 식을 써서 답을 도출하고 그래프를 직접 그렸다. 2회독 이상부터는 가능하면 해설을 보지 않고 답을 도출하려고 했고 어려운 문제들은 표시를 해 주고 3순환 기간에 추가로 봤다. 3순환 기간에는 실강을 수강해 매일 모의고사를 보면서 답안 작성 연습을 했다. 그는 “경제학은 정답과 그래프를 정확히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원에서 보는 모의고사 외에는 별도로 답안 작성을 연습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행정법은 핸드북 암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본격적인 답안 작성은 3순환 기간에 주로 했다. 핸드북과 기출사례집을 공부할 때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면서 외우는 방식을 많이 활용했는데 손으로 직접 쓸 때의 피로를 덜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택한 차선책이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고 손으로 쓰는 것에 비해 시간이 많이 단축돼 유용한 방법이었다. 답안을 작성할 때는 참조조문과 법전을 최대한 활용해 사안포섭을 자세히 하는 연습을 주로 했다.
행정학에 대해서는 “개념을 정확하게 암기하는 것이 중요한데 암기를 미리 해두지 않아서 3순환 기간에 힘들었다”며 “가능하면 행정학도 1~2순환 기간에 암기를 최대한 해놓으면 좋을 것 같다”고 경험에서 비롯된 조언을 전했다. 답안을 작성할 때는 문제에서 물어보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재정학은 경제학과 같이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했다. 다만 경제학보다 서술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약술형 문제는 암기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모의고사의 zip과 연습책을 반복해서 풀었다.
통계학도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과목이기 때문에 문제풀이에 중점을 뒀다. 기본서의 연습문제, 기출문제, 3순환 모의고사와 실전문제 등을 주로 풀었고 모든 문제는 2~3회 이상 풀어서 유사한 문제가 나올 경우 확실히 풀 수 있도록 연습했다. 통계학은 올 4월까지도 과락을 걱정할 정도로 자신이 없는 과목이었지만 5월초 3순환 강의를 인강으로 들으면서 하루에 5시간 이상씩 투자하고 3순환 문제들을 2회 이상 집중적으로 풀고 나서 실력이 한 단계 상승한 것 같다고 느꼈다고.
정씨는 “모든 과목이 다 중요하지만 점수 편차가 가장 큰 경제학이 합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입법고시 경제학은 생소한 유형도 잘 나오고 올해 같은 경우 계산이 상당히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 따라서 평소 문제를 풀 때 문자가 여러 개 포함된 식이나 복잡한 숫자 계산도 정확하게 풀도록 연습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답안작성에 있어서는 경제학과 재정학의 경우 깔끔한 수식전개와 그래프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시작할 때 간단히 의의를 적고 마지막에 함의가 있다면 적으려고 노력했다. 행정법은 논리적 목차 구성이 중요하다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그는 같은 내용을 적더라도 적는 순서와 강약조절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3순환 모의고사의 목차를 잡아 보고 예시답안과 어떤 점이 다른지 점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식으로 공부했다. 행정학은 가독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행정법보다 여백을 더 많이 두는 등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신경을 썼다.
면접은 합격자들과의 스터디를 통해 준비했다. 그는 “재경직 같은 조원들과 스터디를 했는데 모두 면접이 처음이었지만 합격자들의 설명을 듣고 하나씩 해보니 금방 적응이 됐다”며 “면접 준비 기간이 일주일도 안 돼서 하루에 보통 6시간씩 스터디를 했는데 스터디원들이 실력도 뛰어나고 잘 이끌어 줘서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집단토론은 스터디를 통해 충분한 대비가 가능했고 개별면접은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시사적인 질문이 나오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이슈와 논점’과 최근 개정된 주요 법률안 등을 찾아봤다.
그는 “집단토론에서는 경청하는 자세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기도 하면서 내 의견을 근거와 함께 제시하려고 했다”고 면접 경험을 전했다. 이어 “개인발표와 개별면접에서는 자신감과 수용적인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대부분의 질문이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이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질문이라도 침착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법고시 최종합격까지의 모든 단계를 거쳐 이제 입직의 문에 들어선 정씨,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그는 “최종 결과를 기다릴 때의 간절함을 잊지 않고 청렴하고 중립적인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거창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초심’을 포부로 제시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꿈을 꾸며 지금 이 시간에도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고시공부는 정말 자기 사진과의 싸움인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방대한 공부량에 지치고 힘들겠지만 지금의 노력이 반드시 합격이라는 보답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더운 날씨와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입법고시 최연소 합격이라는 영광을 얻기까지 그를 믿고 응원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고시 진입을 결정한 순간부터 최종 합격을 확인한 순간까지 언제나 저를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항상 저를 믿고 응원해준 가족, 친척들, 친구들과 선후배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힘든 수험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함께해준 남자친구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