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일부 야당의원을 포함하여 160여명의 의원들이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역사상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적은 있었지만, 일선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발의는 처음이라고 한다.
임 부장판사는 2014년 2월부터 2년 동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청와대 의중을 전달받고 청와대 관심 사건에 개입해 선고 내용을 수정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되었다.
구체적으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판결문 초고를 전달받은 후 판결문 일부를 수정하게 하였고, 2015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에서는 양형이유를 수정하게 하였으며, 유명 프로야구 선수에 대한 도박죄 사건에서는 약식명령으로 종결하게 하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제1심 법원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이지만,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는 재판에 관여할 권한이 없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법원은 법관의 재판독립권은 헌법상 권한이고 누구도 이에 관여할 수 없으며, 형벌 법규는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이 판결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형사수석부장으로 같은 법원 판사의 재판에 개입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본 법원의 판단을 일반 국민이 납득하기는 어렵다.
임 부장판사를 비롯하여 소위 ‘사법농단’에 관여된 법관들은 줄줄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 내부 징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 못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이 추진된 배경에는 이처럼 법원이 사법불신을 가져온 ‘사법농단’ 관여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영향이 컸다.
우리 헌법은 일반 공무원들과는 달리 법관은 탄핵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법관의 신분을 강하게 보장하고 있다. 반면, 국회를 통한 탄핵소추절차를 마련해 둠으로써 사법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나아가, 최종적인 탄핵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하도록 함으로써 정치권력에 의하여 탄핵이 남용되는 것 또한 통제하고 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재판 업무는 사법행정사무가 아니라 법관의 독립된 재판권에 속하는 것이므로,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직무를 처리하도록 요구·요청·권고하는 것은 직무감독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재판관여"라고 밝히고 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제1심 법원도 비록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임을 밝혔다.
헌법상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는 국회재적의원의 과반수를 넘겼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탄핵소추가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의 의결이 있으면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소추대상자의 권한행사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탄핵이 결정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탄핵사유가 있는지, 그 사유가 탄핵을 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 등이 심리될 것이다. 한편, 임 부장판사는 연임을 신청하지 않아 3월 1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데, 그 전까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여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음을 이유로 ‘각하’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탄핵소추 발의가 ‘사법부 길들이기’를 위한 정치적 목적의 ‘사법부 장악용 탄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재판에 개입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행위에 대한 이번 탄핵소추발의는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탄핵소추의 본질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국회에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 않은가 싶다.
신종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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