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우주의 시계는 변함이 없는데, 인간의 시계만 빨라지는 부조화 속에서 모든 역사는 번개보다 더 빠르게 하나의 점으로 축약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것은 인간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과학문명이 발달한 결과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라는 옛말이 요즘 들어 더욱 실감 나는 세상이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IT 그물망을 벗어나지 못한 채 “꼬리 없는 인간”에서 “꼬리 긴 도마뱀”으로 변해가고 있다. 모두의 꼬리는 길다. 아무리 잘라도 거짓말을 하면 자라나는 피노키오의 코처럼, 현대인들의 꼬리는 하루가 멀다고,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그 꼬리가 늘어나는 생명체가 되었다. 꼬리는 당사자의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고, 타인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데, 그 꼬리는 질긴 기록으로 남아 퍼즐게임의 마지막 한 단초가 되어 모든 것을 밝히는 증거가 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최은순 씨의 꼬리 긴 범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여태까지 형사처벌의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왔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그 뒤에 검찰의 무한정 봐주기라는 뒷배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받는 정황이다. 장모의 범죄현장에는 그림자 실루엣처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어른거리고 있다. 김건희 씨는 그의 모친 사건과 별도로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강한 범죄의심을 받고 있다. 모녀가 함께 또는 따로 거대 자금이 관련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과 맞물려 모래알 씹는듯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쯤 되면 윤 총장은 자진해서 사퇴하거나, 대통령은 감찰권을 행사하여 그의 직무를 정지시키거나 파면 등의 인사권을 행사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김건희 씨는 2009년경부터 고급외제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BMW 자동차 수입 판매회사인 도이치모터스의 권오수 회장으로부터(형식적으로는 역시 권오수 회장이 대표로 있는 두창섬유라는 회사로 일차 넘어간 주식을 2차로 넘겨받았지만) 주식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김건희 씨는 그 주식이 권오수 회장이 주가조작을 할 때 동원되도록 허락하였다. 수사과정에서 금감원의 정보공개가 있어야만 명확하게 밝혀지겠지만, 대충 읽히는 사건의 걸개는 도이치모터스의 권오수 회장이 독자적 주식상장을 할 수 없게 되자 우회상장을 하기로 작정하고, 당시 상장회사로 회사 재무구조가 열악한 “다르앤코”를 인수합병하기로 계약하면서 그 인수합병자금을 “두창섬유”로부터 차용하는 형식으로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두창섬유 역시 도이치모터스의 권오수 회장이 회장이어서, 두 회사 모두 오너가 같다). 위와 같이 빌린 돈으로 도이치모터스가 다르앤코를 인수합병한 뒤 두창섬유로부터 빌린 돈을 갚는다며 주식상장으로 값이 오른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두창섬유에 넘겨주게 되고(즉 채권을 도이치모터스 주식으로 전환해 준 것이다), 김건희 씨는 두창섬유가 인수한 주식 중 일부를 헐값으로 넘겨받아 주주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장주식을 헐값에 장외매도하는 경우는 친인척이나 회사 지배와 관련된 특수관계인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이러한 특수관계가 있어 보이지 않는 김건희 씨에게 장외매도하였다는 점이 첫째 의혹이다. 권오수 회장은 상장 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이를 만회하려고 기술자를 동원하여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김건희 씨가 자신의 주식과 통장을 이에 제공하였다는 점이 둘째 의혹이다. 대주주인 권오수 회장의 주식만 주가조작에 동원되면 금방 금감원 등에 적발되기 때문에 많은 주주가 주식 거래를 활발히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려고 여러 명의 주주의 주식이 동원되게 되는데, 그 부정한 주가조작을 위해 김건희 씨가 자신 명의의 주식과 주식거래 통장에 대한 일체의 처분권을 권오수 회장에게 위임하였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가조작의 경우 실재 거래와는 상관없이 최고가격 시점에 매도한 것으로 보아 그 총액을 범죄이득으로 보고 있으므로 법에 따르면 약 12억 원 이상의 차액을 얻는 주가조작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2013년 경찰의 내사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다가 금감원이 검찰에게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버티는 바람에 내사가 종결되고 말았다. 이처럼 주가조작이 경찰의 수사망에 노출되었으나 내사가 종결된 시점이 2013년으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결혼(2012년 결혼)한 직후이다.
그런데 권오수 회장은 2013년에 도이치파이낸셜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되는데, 이 회사는 고객이 도이치모터스로부터 BMW를 매수할 때 자동차매입대금을 할부대출해 주는 회사이다. 그런데 권오수 회장은 김건희 씨에게 도이치파이낸셜주식회사의 주식 40만 주(2억원)를 또다시 액면가격으로 넘겨주게 된다. 위 회사는 땅 짚고 헤엄치며 돈을 벌 수 있는 회사여서 이러한 회사의 주식을 특수관계인(회사설립에 기여한 자 등)이나 가족이 아니면 액면가격으로 인수시키는 경우가 없는 것이 업계의 현실인데, 김건희 씨는 권오수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아닌데도 액면가격으로 인수하여 세 번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17년에 김건희 씨는 다시 위 회사의 주식을 주당 800원에 20억 원어치를 사들이는데, 바로 직전에 같은 주식을 기관투자자라 할 수 있는 미래에셋은 주당 1천원에, 우리들휴브레인은 주당 1,500원에 사들이는데, 이들보다 비싸게 사는 것이 업계 현실인데 이상하게도 김건희 씨는 일 개인에 불과한데도 800원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사는 특혜를 입었고, 이것이 네 번째 의혹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위 주식거래가 정상적이었다면 그대로 보유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자 위 20억원치 두 번째 주식거래는 취소하고, 2억원어치 첫 번째 주식은 다시 액면가로 매각되는 이상한 일이 발생하였다. 즉 고위공직자의 경우 직접 투자가 제한되기 때문에 신탁 관리하도록 법이 보장하고 있는데, 그렇게 했다면 많으면 약 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을 그대로 포기하는, 전혀 일반인의 상식에 맞지 않는 사후수습행위를 하였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당연한 듯이 진술하였을 뿐 관련 참고자료(당초 주식매매계약서나 매각 사실확인서 등을 제출하면 모든 거래 명세가 드러나고, 통장을 통해서 입금될 것이기 때문에 자금 흐름이 드러나게 되어 정상적인 거래 여부가 밝혀지게 되어 있다)의 제출을 일체 거부함으로써, 진실 규명을 거부하여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윤 총장의 장모 관련 사건 중 첫 번째 큰 건이 오금동스포츠센터사건이다. 당시 이 건물에는 이 건물 신축자금 등으로 사용된 152억 원을 담보하기 위해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1998년 아이엠에프사태로 인해 경제침체가 계속되자 위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었던 모양이다. 당시 아이엠에프, 즉 국제통화기금은 당시까지는 우리에게 낯선 새로운 금융기법이었던 “채권담보부대출”이라는 제도를 시행할 것을 권유하였다. 이 제도는 부동산 등 물건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 주던 종래 제도와 달리, “채권(남한테 돈을 받을 권리)”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는 제도이다. 이 채권에는 저당권이 설정된 것도 있고(담보가 설정되어 있으므로 회수 가능성이 큰데, 이 사건이 해당한다), 없는 것(이 경우는 회수 가능성이 낮아서 대출을 적게 해 주거나 이자가 높거나 한다. 실재 아이엠에프사태 때 도산한 많은 은행과 상호신용금고 등이 신용대출 해 준 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되자 액면대출액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은행 무담보신용대출을 매도하였고, 이를 인수한 채권추심은행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이후 오랫동안 채무자들에게 무리하게 채권을 추심하는 과정에서 협박 등의 불법이 일부에서 자행되기도 하였다. 추심은행은 채권을 회수하면 횡재를 하고, 못하면 손해를 보았지만, 인수금액이 워낙 싸서 일부 회수되는 채권만으로도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남았다)도 있었다.
정대택 씨가 아이엠에프사태를 담당한 정부기관에 근무하면서 이 금융기법을 배워 당시로써는 다른 사람들보다 이 제도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 152억원의 근저당권(채권) 매수작전을 세웠고, 계약금으로 10억 원을 최은순 씨(윤 총장 장모)가 마련하고, 나머지 89억 원 정도를 채권담보부대출 방식으로 조달하여 근저당권자를 종래 채권자에서 최은순 명의로 명의변경 하였다. 두 사람은 이익금이 생기면 반분하기로 약정서를 썼는데, 다행히 건물이 몇 개월 만에 경매가 이루어져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최은순이 152억 원을 배당받았는데, 이익금 52억원 중 26억 원을 정대택 씨에게 주어야 함에도 “이익금분할약정서”가 협박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형사고소하여 정 씨를 형사처벌을 받게 하고, 이익금을 혼자 독식하였던 것이다. 최 씨는 그 과정에 약정서를 직접 작성한 법무사를 회유하여 현금 2억 원 및 김건희 씨 명의의 아파트 한 채를 위증 대가로 지급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해당 법무사는 처음에는 최 씨 편을 들었다가 나중에는 정 씨 편을 들었고, 그 과정에서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받기도 하였다. 최 씨는 법무사를 상대로 아파트반환과 돈 2억원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아파트반환청구는 승소하고, 2억원 반환청구는 패소하였다. 이 판결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아파트와 현금은 모두 위증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어서 불법원인급여(민법 제746조)에 해당하여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 정상인데, 일부는 돌려주고(이행인수 법리가 적용된 듯하다), 일부는 돌려주지 말라고 상치되는 판결을 하였기 때문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 아닌 자가 법률사무를 처리하고 대가를 받는 경우를 처벌하고 있는데, 위증의 대가로 위 재산을 넘겨준 것으로 보이는 최 씨가 위증교사를 숨기기 위해 “정당한 법률자문을 받고 대가를 지급하여 변호사 아닌 법무사가 변호사법을 위반”하였다고 선수를 쳐서 고소함으로써 자신이 빠져나가고(위증교사를 한 것이 아니라 법률상담을 받고 대가를 지급하였을 뿐이므로 무죄) 상대방을 먼저 범죄자로 만드는 성동격서의 교활함을 보인 것으로, 이는 상당한 법률지식을 가진 자의 자문이 없으면 생각해 낼 수 없는 법제도 악용사례라 할 수 있다. 처벌받고 나온 법무사는 자신의 재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위증교사의 대가로 돈과 아파트를 받았다고 자수하였으나 오히려 무고죄로 처벌받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었다.
최 씨는 또 다른 사건으로 안모 씨와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자금력을 인정받기 위하여 신안상호저축은행 명의로 된 네 장의 은행잔고증명서를 위조, 행사하였고, 그 과정에서 안 씨는 최 씨가 발행한 수표가 부도가 나 피해를 보았음에도 오히려 최 씨의 고소로 특별경제가중처벌법에 의해 2년 6월의 징역형을 살고 나온 뒤 제기된 민사소송에서 증인으로 나온 최 씨가 이러한 위조와 행사 사실을 모두 자백하였음에도 형사처벌 받지 않은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외에도 수많은 범죄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 모든 범죄유형이 동업관계 등으로 시작하였다가 일정한 이익금이 발생하면 이의 분배과정에서 먼저 상대방을 형사고소하여 그의 손발을 묶고 자신은 유유히 빠져나가는 동일한 행위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 최 씨의 딸 김건희 씨가 간헐적으로 등장하여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하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는 사실이다. 자금 동원에 김건희 씨가 관련되었다는 관계인들의 일관된 주장이 있거나, 잔고증명서 위조 과정에 김건희 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감사로 재직 중인 김아무개 씨가 위조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거나, 사건 사후 처리 과정에 김건희 씨가 동업자에게 회유 목적의 자금을 송금하였거나, 자신 명의의 아파트를 이전해 주었거나, 친밀한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되는 검찰 고위직 검사가 거론된다거나 등등 김건희 씨가 등장하고 있다. 가장 특이한 점은 다른 동업자들은 하나같이 형사처벌을 받거나 이익금을 하나도 챙기지 못하여 엄청난 불이익을 받았는데, 정작 최 씨만은 모든 경제적 이익을 독식하거나 형사처벌을 전혀 받지 않는 묘한 부조화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최 씨와 그 주변인들을 향한 수사의 고삐가 조여지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윤석열 총장은 처와 장모가 위와 같은 범죄의혹을 받는 현실에서 수사 최고의 수장으로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수사를 왜곡하거나 진실 규명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되돌아보고 진퇴를 결정하는 마지막 자존심을 보여야 할 순간이 되었다고 보인다. 공자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한탄하지 않았던가? 누가 했다고, 공자가?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학장 / 변호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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