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축구와 야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이기면서. 아시안게임은 더운 여름의 마지막을 보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시안게임이라는 스포츠 경기는 끝났지만 여전히 열기는 뜨겁다. 병역특례 때문이다. 손홍민 선수에게는 병역특례를 주는 것이 아깝지 않은데 아마추어출신 대만 팀에게도 진 프로야구선수들에게 주는 것은 아깝다는 데서 출발한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국가 대표선수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어야 하는 모순된 상황. 그런데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병역특례가 “왜 방탄소년단에게는 적용되지 않냐?”는 것이다. 과거 병역특례는 항상 특례의 필요성과 형평성이 문제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4분만 축구경기를 뛰고도 병역특례를 줄 수 있는가가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현재 논쟁은 왜 특례가 운동경기나 고전 예술에만 적용되는가이다. 특혜를 주는 이유가 국위선양이라면 빌보드차트 1위를 기록한 방탄소년단이나 e 스포츠분야의 이상혁선수도 유명 콩쿠르 입상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보다 못한 것이 무엇이냐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병역 특례에 대한 시민들의 관대함이 인상적이다.
재미있는 논쟁이라 이 주제를 정리해보았다. 병역 특례와 관련해서 4가지가 쟁점인 듯하다. 첫 번째, 만들어진 시기와 계기의 문제이다. 병역특례법은 1973년 제정되었다. 실제 1972년 뮌헨 올림픽에 북한이 처음 참가하였다. 그런데 사격선수 리호준이 첫 출전에 금메달을 딴 것이다. 우리보다 종합 성적이 좋았던 북한. 군인출신인 박정희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냈고, 이에 병역특례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냉전시기 논리는 국위선양. 냉전(cold war), 말 그대로 실제 총만 쏘지 않았지 모든 영역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수행한 시기였다. 뭐든지 이겨야 하는 냉전 상황이 만든 병역특례는 연병장에서 뺑이 돌지 말고 운동장에서 때깔 날리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냉전이 사라졌다. 시대 변화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휴전상황인 현 상황이 전쟁으로 과연 이어질까에 대한 인식전환이다. 전쟁관의 변화에 따른 군에 대한 인식변화. 시민들의 인식 속에서 “현재 군대는 과연 전쟁준비를 위한 것인가?”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 것이다. “과연 전쟁은 가능한 것인가?” 만약 휴전상황이 ‘안 싸울 상황’이라면 특정분야에서 발군의 기량을 가진 이들을 굳이 군대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총력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공을 던지거나 피아노를 치는 것 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전쟁터에서 싸우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두 번째는 운영과정에서 정부의 원칙 부재이다. 고무줄 기준이 문제다. 예를 들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3위 입상자까지 대상으로 했던 1980년대 기준은 1990년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로 바뀌었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열기 속에서 ‘월드컵에서 16강 이상 수상’이란 기준이 만들어졌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스에서는 ‘4강’요건도 포함되었다. 국민적 관심만 있으면 특혜 기준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그러니 지금이라고 안 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세 번째는 ‘국위 선양’의 의미이다. 국위를 선양한다는 것이 과거에는 강력한 국가주의로 인해 먹혔다. 국가가 중요하다는데 뭐 저항할 것인가!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는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거나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가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국가의 이미지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대중예술이 더 많이 한국을 알릴 텐데 그 국위선양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공공외교와 민간외교가 중요한 시대에 국위가 국가대표에 의해서만 지켜진다는 인식 자체가 고루하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스포츠와 예체능분야의 짧은 ‘선수 생명’과 관련된다. 이들 분야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20대 초반이다. 기량과 에너지 모두에서. 그런데 이 시절을 군에서 썩히기 아깝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 축구 대표 팀의 손홍민 선수의 경우 병역 특례를 받음으로서 최소 100억 이상을 벌었다는 보도들이다. 왜 이 친구의 돈벌이까지를 모두가 걱정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예술 분야 역시 가장 뛰어난 20대 시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돌이나 프로 게이머라고 다르겠나.
쟁점은 4가지이지만 귀결은 형평성(equity)이다. 혜택을 준다면 그 기준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를 위해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보자. 위의 상황은 다시 두 가지 질문을 가져온다. 첫째, 그럼 혜택을 줄 필요는 있는가? 병역특례는 범위가 넓다. 스포츠 선수에게만 병역특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요원의 대체복무와 의경의 전환복무도 포함된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를 삼고자 하는 것은 국방의무의 면제를 위해 국가대표로 열심히 뛰는 이들에게 병역혜택을 주는 것이 일반적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포츠 선수에 대한 병역특례제도가 우리만 있는지를 따져볼 수 있다. 특히 안보환경이 유사한 국가들의 사례를 검토해보는 것은 의미 있다. 한반도처럼 냉전이 여전히 남아있는 대만의 경우도 종목마다 조금씩 규정이 다르지만 올림픽 동메달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경우 병역특례를 인정한다. 특별히 대만은 2004년부터 프로기사들을 포호하기 위해 바둑 대체 복무 제도를 시행중이기도 하다. 중동국가들의 위협에 시달리는 이스라엘의 경우도 스포츠 선수는 군대스포츠 지도자로 대체복무가 가능하다. 중동안보 환경의 구심점에 있는 이란은 우리처럼 4주간 군사훈련으로 병역특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병역을 면제해 준다. 우리와 안보환경이 다른 브라질이나 러시아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병역에 특례를 주는 것이 과도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 남겨진 둘째 질문은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이것이 현재 논쟁의 핵심이다. 누가 국위를 선양하는가도 되지만 한편 그것이 국가를 위한 행동인가도 고려되어야 한다. 방탄소년단이 ‘국가 홍보단’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인기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활동하면서 유명해졌고 그 덕에 대한민국도 알려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대표들은 다른가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니 문제다. 병역을 피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뛰는 것을 국민들이 응원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범위와 관련해 병역 마일리지 제도처럼 형평성을 해결해 보려는 시도들이 있어왔다. 이것도 경기의 중요도가 정확히 산정되지는 않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월드컵 우승은 특례를 받기 위한 점수 100점으로 볼 때 60점에 불과하다. 월드컵 두 번 우승해야 군에 안갈 수 있다. 8년간 고생하면서 군에 안가기 위해 우승을 두 번 해야 하는 것이다. 16강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런 방안의 대안으로 41세까지 입대를 연기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41살에 신병으로 가서 20대 소대장들하고 훈련을 받는 것이다.
아 대단히 복잡하다. 그래서 지난 정부들 마다 폐지주장도 나오고 개선안들도 나왔지만 대체로 실패했다. 문제가 복잡하니 이제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자고 할 수도 없다. 이것은 너무나 근본적인 해법이다. 합당한 해결책은 필요하지만 마땅한 것이 없고 그렇다고 국가를 위해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운동선수들이나 예술인들을 다그칠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 괜히 하루만 피곤하게 되었다.
CF. 지난 칼럼들을 모아서 좀 더 보기 편하게 하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자료는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냐?
정신차려라 국민들아~~
손홍민이고 방탄소년단이고 모두 군대가는게 당연한거지 별 미처서 돌아가는 국민들이네 븅신들
또다시 우리 여동생 딸들이 정신대 할머니처럼 만들고 싶은건지 나라가 미처돌아가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