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달인'에게 묻다 <2> 직업윤리
"공직에 들어오기 전부터 ‘평판 관리’에 힘써야"
앞으로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면접이 차지할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사법시험 3차에서 불합격자는 10명 안팎이었는데 비해 지난해는 2배 이상 늘어 모두 22명이 3차 시험에서 낙방했다. 뿐만 아니라 외무고시 3차 시험인 1박 2일 면접에서도 6명 중 1명꼴로 고배를 마셨다.
이렇듯 면접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부담이 커지다보니 면접을 위해 1회당 10만~20만 원을 호가하는 단기 고액 과외를 받는 수험생들이 생겨날 정도다. 고액 과외를 받지 않고도 면접에서 자신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방법은 없을까?
이번 주는 국내 최고의 컨설턴트이자 여성 1호 헤드헌터인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를 만나 면접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면접은 ‘자기표현’임으로 창의적인 답변이 중요”
일주일에 3번 이상의 조찬 회의를 갖고 하루에 읽는 신문 종류는 일간지, 경제지 등 10여 가지 종류의 신문을 읽는 유순신 대표는 국내 최고의 커리어 컨설턴트이자 여성 1호 헤드헌터다. 새로운 인재 경향을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에 참여할 정도로 자기계발에도 소홀하지 않는 철저한 그만의 자기관리는 유 대표를 국내 인사 컨설턴트계 부동의 일인자로 만들었다. 청와대 대통령 인사보좌정책위원, 중앙공무원교육원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역임했던 유 대표는 공직관련 면접에서 잊지 말아야할 것으로 ‘창의성’을 꼽았다.
-공무원 채용 면접에서 창의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면접에서 떨어지는 이유의 대부분은 답을 외웠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대답을 멀리해야 면접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면접은 ‘자기표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약 4년 동안 중앙인사위원회과 함께 공직 채용 관련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특이한 점은 매년마다 문제를 새로 다시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시촌 학원가에서 올해 기출문제를 통째로 가져와서 모범답안을 만들어놓고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달달 외우게 했기 때문이다. 개개인별로 창의성을 가지고 답변을 해야 하는데 ‘국가관’을 물어도 한결같은 답이 나오는 등 대부분 외워서 대답하는 게 표가 나서 아쉬웠다. 앞으로 보다 강화될 심층 면접에서는 각자의 창의성을 답변에 녹아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면접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각각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면접에서 맨 처음 보는 것이 집단면접이고 그 다음이 개별면접이다. 집단면접에서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데 여기서 면접관이 자세히 눈여겨보는 건 주로 면접자들의 ‘경청 능력’과 ‘논리력’이다. 보통 목소리가 크고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해야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잘못된 상식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남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와 논리적인 답변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팀워크를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이 면접관들에게 가장 호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을 도출해야하는 토론식 집단면접의 경우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이끌어낼 수 있는 유연한 리더십을 가진 이가 가장 큰 점수를 받는다. 이를 잘 파악해 사전에 토론 스터디 등 다양한 집단토론에 임해보는 게 좋다.
-개별면접에서 채점방식은 대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며, 앞으로 보완돼야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앞으로 채점방식도 약간의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5급 면접은 굉장히 매뉴얼화 돼있다. 단지 ‘전문성’, ‘잠재력’, ‘공직관’에 대한 점수, 이런 것들의 지표가 다소 광범위하게 마련돼 있다는게 흠이라면 흠. 따라서 앞으로 좀 더 보완될 사항으로 이를 위해 각 채점 분야를 수치화할 수 있게 구체적인 지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면접관도 전문 면접관으로서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일례로 면접자에게 100점 만점에 50점을 주고 싶을 때의 가이드라인이 부재됐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전에 한 면접에서 면접관 3명이 당시 면접자에게 중간정도의 점수를 주기로 결정하고 내놓은 점수가 천차만별이었다. B. B. B 와 같이 동일한 점수가 아니라 B, C, D 이런 식으로 나와 점수 상 혼란을 일으킨 것. 그래서 사전에 면접관들끼리 점수에 대해 조율과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 공직과 관련한 면접에서 면접자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공무원 선발 선진화 방안,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교부 면접 특혜와 관련해, 공직자를 선임하는 면접에서는 그 어떤 측면보다 면접자의 윤리관과 청렴성을 중시해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추세일 것으로 보인다. 즉 철저한 직업윤리를 가지고 공과 사를 구별하여 공직에 임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자리’에 따라 직,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인 이익을 본인의 것으로 취할 것인지, 아니면 공공으로 돌릴 것인지를 판단하려는 여러 가지 질문이 오고 갈 것이다. 예를 들어, ‘친한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청탁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부처 간 충돌이 있을 때 관계 부서의 이익이 가지 않더라도 공정한 잣대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 등이 있겠다. 이 때 일관된 원칙 하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소신과 가치관을 피력해야 한다.
- 앞으로 공직에서 어떤 인재상을 원할 것으로 보는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측은 정권 초 새 정부에서 일할 인사들에게 63가지 질문을 던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질문지는 경력, 출판 저술 및 연설 활동, 공식ㆍ비공식 조직, 금융거래, 세금, 법적 절차, 일반 생활 등의 분야에 걸쳐 구성됐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유통된 모든 종류 이력서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며 이밖에도 ‘가족 중 로비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정부의 구제금융 산하로 들어간 부실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가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도 꼼꼼히 검토했다고 한다. 특히 청문회의 경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도 계속되며, 현직도 여차하면 중도하차가 당연하다고 하니 어느 정도로 공직자를 세심하게 거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하원 연방 의원을 지낸 김창준 전 의원은 이 기사에서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들에게 높은 윤리적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거의 유사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두 나라 간 차이를 보자면 미국은 개인적 비리나 위법 등이 청문회 이전에 모두 걸러지기에, 우리나라처럼 검증이 허술해 임명 이후 위법행위가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국민의 표준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확립된 사회에서의 인재검증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시스템 개선안 중 ‘자기검증서’를 통해 까다롭게 공직자를 선임하고 있다. 현재 후임 총리 인선 및 검증 과정에서 이 같은 개선안을 적용하고 분위기 쇄신 및 공직에 대한 인식 확립을 위해 노력하려는 정부의 모습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앞으로의 공직에서는 확고한 윤리 도덕성을 기본으로 갖추고, 업무 전문성은 물론, 한 조직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지금까지 공직 사회에서 다소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유연성까지 갖춘 소위 거의 완벽한 인재를 원하리라고 분석된다. 획일화된 고시 채용방식을 탈피해 공직자를 선발하려는 것도, 공직사회의 한계로 지적되던 출신과 관련 분야에 두었던 제한을 벗어나 폐쇄성을 극복하고 그 인재가 가진 특성을 더욱 중점적으로 눈 여겨 보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앞으로는 인재가 지닌 인성과 자질, 경험과 역량이 공직에서 요구하는 자질과 부합할 때, 그 인재가 바로 공직 자리를 맡을 수 있는 인재가 아닐까 한다.
- 공직과 관련한 면접을 대비해 평소 지원자가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
‘평판 관리’에도 신경 써야한다. 면접이란 짧은 시간 안에 한 사람의 윤리관과 청렴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면접자가 그 동안 걸어온 인생의 발자취가 답변 못지않게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공직 사회에서도 평판조회 서비스를 의뢰해, 다각도의 주변 인물로부터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받아 적합한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한 자료로 쓰고 있다. 이는 학교 동문부터 선후배, 교수진, 회사의 동료 및 선후배, 회사 관계사의 담당자, 또한 몸담고 있는 사회단체의 평가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그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이를 종합하여 공직에 맞는 사람인지 항목별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사전에 업무 전문성과 성품, 인간관계, 심지어 금전적인 부분까지 체크하는 이러한 평판조회에 대비하려면, 평소에 언제 어느 곳에서든 본인의 뚜렷한 주관에 맞추어 일관된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기업에서도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확고히 하는 데 수십 년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자한다. 개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하루아침에 나에 대한 모든 사람의 평가가 달라질 수 없듯이, 평판 관리는 경력 전체를 걸고 해야 하는 과제이다. 공직자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 공직자가 되고 난 후에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예비)공직자 여러분께 내가 조언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진 않지만 다만 한 말씀 부탁드리자면, 소위 공직 자리에 ‘앉았다’ 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나는 ‘앉았다’ 대신에 공직을 ‘짊어졌다’ 또는 ‘맡았다’는 동사로 이 표현을 바꾸고 싶다. 공직은 다른 어떤 자리보다 업무의 정확성과 전문성이 요구되고, 막중한 사회적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필요한 자리다. 공공의 위에 앉아 있는 공직자가 아니라, 공공을 위해 공직을 어깨에 짊어지고 꾸준히, 묵묵히 나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진 공직자가 돼주기를 바란다.
㈜ 유앤파트너즈 유순신 대표이사는?
고급 인재 추천서비스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시킨 1세대 커리어 컨설턴트로 성신여자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2000~2002년 중앙인사위 자문위원, 2003년 청와대 대통령 인사보좌정책위원, 2006년 정부혁신평가단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육군본부 여성정책위원, 능률협회 경영자교육위원회위원, 보령중보재단이사, 특임장관실 자문위원, 중앙공무원교육원 정책자문위원회위원에 역임 중이다.
김포그니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