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지 게시판 등 인터넷에는 고시생에 관한 일상이나 월드컵 등 사회ㆍ정치 이슈를 비튼 두 컷 짜리 만화가 떠돌며 수험생 네티즌을 즐겁게 하고 있다.
“올해 출제교수는 류지태 교수다.”(저공)
“꺄―악! 03년 과락사태!! 정말 시러!!(원숭이들)
“올해도 900명 뽑는거냐 행정법 시험 안칠래!!(원숭이들)
“그럼 양창수 교수님.”(저공)
“류지태 알러뷰”(원숭이들)
사법시험 제2차시험에서 출제위원에 따라 출제경향이 달라지고, 대규모 과락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누가 ‘출제위원’으로 들어갔는 지 수험생들의 비상한 관심을 한 네티즌이 풍자한 이 만화는 최근 유행하는 ‘조삼모사’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사법시험편’은 본지 ‘사시2차토론방’에 올려져 조회수가 1천건이 넘을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조삼모사 ‘사법시험 2차’편=“3일 뒤면 2차 시험이다.”(저공) “꺄―악! 공부가 안돼 단문대비도 못했어! 일주일만 미루자!”(원숭이들) “1차시험 다시 보던지”(저공) “잘 볼께요 파이팅!”(원숭이들) 이라며 곧바로 꼬리를 내린다.
“이대학우 여러분 전 이번 2차에서 53.4점이라는 고득점을 하고...”(저공) “우끼~! 꺄―악! 와우~내꺼다. 건들지마. 저랑 만나요.”(원숭이들) “과락...”(저공) “나중에 다시 뵙죠.”(원숭이들)…(조삼모사 ‘대학버전’편)
“내년 사법시험 1차시험 난이도는 올해와 같은 수준입니다.”(저공) “꺄―악! 올해 너무 어려웠잖아.”(원숭이들) “싫으면 내년에 보지 말든가.”(저공) “난이도 유지에 늘 감사.”(원숭이들)…(조삼모사 ‘사시1차’편)
“이화여대 여러분! 전 법대 4학년이고 30살 입니다.”(저공) “우끼~! 꺄―악! 나이 30먹고 졸업도 안하고 뭐했냐? 도둑놈 꺼져라.”(원숭이들) “연수원 유예...”(저공) “제 스타일 이예요.”(원숭이들)…(조삼모사 ‘대학버전’편)
‘고시녀버전’편에서는 저공이 말한다. “소개팅에 나온 여러분께 제 소개를 하자면 전 계속되는 고시 낙방으로 벌써 7번째 떨어지고 나이도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이제 그만 고시를 접고...”라며 소개하자 성난 원숭이들이 “꺄―악! 꺼져라 무능력자! 백수 주제에 어딜 여자를 넘보나! 너같은 놈 때문에 내가 가명쓴다! 18! 네가 감히 그러고도 감히 소개팅에 나왔나!”며 소리 지르며 반응하자, 저공이 기가 죽은 듯 돌아서며 말한다. “본업인 의사로 돌아갈까 생각중입니다.” 당황한 원숭이들이 대답한다. “합격보단 성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황에 맞춰 비굴히게 변화는 세태를 비튼다.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의 저공(狙公)이 키우던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하자 화를 내던 원숭이들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라고 바꾸자 좋아했다는 고사성어. 즉, 간사한 꾀로 남을 속여 농락함을 일컫는다. 올해 초 만화가 고병규 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를 패러디한 원화를 올린 이후 네티즐들은 그림만 있고 대사가 없는 빈칸 만화를 내려받아 정치, 사회 현안부터 학교에서 일어난 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저공과 원숭이 사이의 대화를 창작하고 있다.
조삼모사는 한 칸만으로는 서사 구조를 만들 수 없지만 두 컷을 통해 ‘전제를 주고 바로 이를 뒤집는’ 2단 구성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 네티즌들은 동일한 포맷에 대학버전, 직장인 버전 등으로 다양하게 다량의 패러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조삼모사 개그의 핵심 코드는 원숭이들의 ‘비굴함’이다. ‘저공의 명령→원숭이들의 집단 반발→저공의 횡포→원숭이의 비굴한 태도 변화’로 구조화되는 이 만화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실리를 위해 비굴해지는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한편으로 비굴한 원숭이들의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강자를 비판하는 ‘패러독스의 유머’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삼모사는 이미지를 갖고 노는 데 익숙한 세대의 디지털 고시생들이 늘면서 인터넷을 통해 고시생활에서 공감이 가는 경험담을 나누는 새로운 패러디 유행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